시인, 극작가, 소설가 겸 전기 작가. 1881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반전 성향을 띤 희곡 [색슨인의 동전]으로 문단의 주목을 한 몸에 끌어 모았으며 그 뒤로도 극작과 시, 소설 창작을 전개하며 아일랜드 문예 부흥 운동을 이끌었다. 1914년 미국으로 건너가 아일랜드의 민담을 영어로 재구성하며 아동과 청소년 문학을 적극적으로 집필하기 시작했다. 이때의 작업은 그에게 “세 번이나 뉴베리아너 상을 수상한 작가”라는 영광을 가져다준다. 고대의 신화나 역사적 사건이 원래 갖고 있던 구성과 느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흡입력 있는 현대적 문체로 살려내는 패드라익 콜럼의 서술 방식은 오늘날의 역사 소설가와 청소년 문학인들에게도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대항해시대의 역사를 다룬 《항해자들》, 아일랜드 신화를 다룬 《분라이의 큰 나무》, 그리스 신화를 재구성한 《황금양털》을 썼다.
그림 : 윌리 포가니
1882년 헝가리에서 태어났다. 부다페스트 대학에서 학업을 시작한 뒤 프랑스, 영국을 거쳐 1915년부터 미국에 정착했다. 이때부터 패드라익 콜럼과 짝을 이루어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한다. 아르누보 양식을 극도로 살려 신화 속 한 장면을 묘사하는 일러스트 작업으로 유명하며 특히 그림에 표현된 식물의 묘사가 섬세하기로 이름이 높다.《황금양털》을 비롯 페드라익 콜럼의 거의 전 작품에서 일러스트를 담당했다.
역자 : 김인
서울대학교에서 언어학과 서양화를 전공했고 영국 브라이튼 대학(University of Brighton)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만화와 그림 분야의 일을 하는 한편 틈틈이 영미권의 흥미로운 저작들을 번역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노예는 기다렸다. 머리 위 하늘은 푸르렀고 주변에는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자그마한 아이는 발치에 놓여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잠시 후 노예는 그 무엇보다도 기묘한 생명체가 나무 사이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몸의 반은 인간이고 나머지 반은 말의 형상을 한 켄타우로스 족의 왕 케이론이었다. --- p.10
세월이 흘렀고, 펠리아스 왕에게 남아 있던 불안도 점점 엷어져 갔다. 어느 날 펠리아스 왕은 사람을 보내 자신이 두려워해야 할 것이 아직 남아 있는지 신탁을 받아오도록 했다. 신탁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세상에 펠리아스 왕이 두려워할 것은 오직 하나 말고는 없으니, 그 오직 하나란 바로 샌들을 한쪽만 신은 남자다.”라는 내용이었다. --- p.16
어깨에 오십 개의 머리와 백 개의 팔이 달린 거인 형제가 티탄 족 신들과의 전쟁에 들어갔습니다. 끝없는 바다가 끔찍하게 요동치고 땅이 요란하게 들썩였지요. 끝없는 하늘이 웅웅 소리를 내며 떨렸고, 높이 솟은 올림푸스 산이 뿌리째 흔들렸습니다. 거인 형제는 거대한 바위를 손에 들고 티탄 족 신들을 공격했습니다. --- p.56
그 뒤 신들은 네 번째 종족을 만들었으니 우리가 속한 철의 종족이지요. 철의 종족은 황금의 종족과 같이 정의롭지 않았고 은의 종족과 같이 순진하지 않았으며 청동의 종족과 같이 체격이 좋거나 힘이 세지 않았습니다. 철의 종족은 의지로 삶을 견뎌야 하지요. 끊임없이 노동해야 하고 아주 빠르게 늙어가는 것이 우리들 철의 종족의 운명이랍니다. --- p.145
“내가 있는 힘껏 언니의 아이들을 구해 낼게. 언니의 아이들과 함께 온 낯선 자들도 있는 힘껏 구해 낼게. 그들, 낯선 자들의 우두머리에게 사람을 보내서 동틀 무렵 헤카테의 신전에서 내가 만나잔다고 전하라고 해.” 메데이아가 이와 같이 말하자 칼키오페는 다시 동생을 껴안았다. 칼키오페는 메데이아가 울고 있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 메데이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칼키오페, 그들을 구하기 위해 내가 어떤 위험을 무릅쓰게 될지 아무도 모를 거야.” --- p.169
그러자 메데이아 주위에서 온통 지하 세계의 사냥개들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울부짖는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메데이아의 공포 역시 커져갔다. 등을 돌려 도망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메데이아는 다시 두 손을 치켜들고 헤카테를 불렀다. 이번에는 늪과 강에서 떠돌아다니는 정령들이 소리를 질렀다. 그 비명 소리에 메데이아는 두려움에 떨며 주저앉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