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관룡사로 입산하여 부산 대각사에서 고불 스님을 은사로, 월하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하고, 부산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하였다. 범어사 강원을 졸업했으며 묘관음사, 극락암 선원 등에서 5하안거를 성만하였다. 해남 대흥사 강원에서 운기 스님으로부터 전강을 받았으며, 일본 도쿄의 다이쇼(大正)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동국대 강사, 해인사, 법주사, 통도사 승가대학 학장,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중앙승가대학 역경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 『보현행원품 강설』이 있고, 공저로 『절 안의 생활, 절속의 문화재』, 역서로 『화엄경탐현기』, 『유행경』이 있다. 현재 중앙승가대학교 명예교수, 불교신문 논설위원, 영축총림 전계사, 통도사 영축율원 율주를 맡고 있으며, 지계 정신의 부흥과 후학 양성에 정진하고 있다.
보살은 중생의 고통을 보면 나의 고통으로 받아들여 대비심(大悲心)을 일으키고 저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온갖 지혜를 발휘합니다. 더 나아가서 중생을 다 제도한 다음에야 자신의 깨달음을 위하여 노력하고, 지옥이 없어지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세운 지장보살과 같은 분을 보살이라고 합니다. 보살계를 받으려는 사람은 먼저 이러한 보살의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보살의 마음이란 바로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즉, 보살계란 보리심을 일으킨 대승보살이 수지하여야 하는 계(戒)를 말합니다. --- p.65
법안종의 제3조인 영명연수 선사는 새벽에 계를 범하여 응당 죄를 받아야 할 사람이라도 낮에 보리심이 끊어지지 않으면 계를 성취하여 범한 것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보살이 비록 잠깐 계를 범한 일이 있더라도 보리심과 사홍서원을 버리지 않는다면 비록 한때 마음이 혼탁하여 계를 범했더라도 영원히 파괴되지 않는 계체는 범한 일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완전한 깨달음을 얻겠다는 보리심을 버리고 사홍서원을 버린다면 그것이 파계라고 하였습니다. 보살계를 받는 사람은 이 구절을 음미하여 보리심과 사홍서원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 p.69
흔히 업장이 두터운 중생(죄가 많은 사람)이 계를 받아서 범하면 오히려 벌을 받는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입니다. 업장이 두터울수록 계를 받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보살계는 마음으로 지키는 계이기 때문에 비록 행동은 일으키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일으키면 불살생계를 범한 것입니다. 남의 것을 갖고 싶다는 마음을 일으키면‘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를 범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살계를 받고 온전히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보살계는 지키지 못할 것을 걱정하지 말고 다만 내가 처한 때와 장소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가까워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 p.74
보살계를 받지 않으면 영원히 지옥에 떨어져 벗어날 기약이 없지만 보살계를 받으면 비록 계를 파하더라도 과보를 받고나면 언젠가는 반드시 지옥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반드시 성불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보살계는 ‘앉아서 받고 서서 파하더라도 공덕이 된다.’라고 합니다. --- p.83
하지만 세상일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재가불자는 굳은 의지가 아니면 세월이 흐름에 따라서 자기가 맹세한 계의 내용도 잊어버리게 됩니다. 심지어 계를 받았다는 증서인 계첩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는 계를 다시 받아서 계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여야 합니다.
또 어떤 경우는 계를 전한 사람이 여법하였는지 의심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도 계를 다시 받는 것이 좋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이름은 수계법회라고 내걸었지만 계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만 듣고 계첩을 받아왔는데 이것이 제대로 계를 받은 것인지 의심스러운 때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때에도 계를 다시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계를 다시 받는 것을 중수계(重受戒)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