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회에서는 안전한 물에 대한 접근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며 기본적인 인권으로 평가한다. 안전한 물이 모든 국민들에게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공급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기업 그리고 시민 사회의 협력과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국제 사회는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최근 들어 해마다 극심한 가뭄과 홍수를 번갈아 경험하고 있다. 물의 존재나 확보와 배분이 시간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매우 불규칙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물 관리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물의 순환과 주기가 매우 복잡하고 물 순환의 과정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더욱 현명한 물 관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2000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2차 세계물포럼(World Water Forum)’에서 물 위기는 물 자체의 위기가 아니라 물 거버넌스 위기(water governance crisis)라고 진단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에서는 2014년 ‘물순환기본법’을 제정하여 이에 대응하고 있다. 물 거버넌스(water governance)란 국제 사회의 협력 규범을 전제로 중앙 정부 내부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그리고 시민 사회와 민간 기업 간의 관계가 신뢰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하는 다층적.다중심의 협력 체제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물 거버넌스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네트워크의 연결과 파트너십이 발휘되지 않을 때는 높은 거래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다층적 거버넌스(multi-level governance)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거래 비용은 실행 과정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율성을 가진 다양한 주체들이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호 긴밀한 네트워크, 상호 신뢰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협력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역시 다양한 정책 영역 간의 상호 의존성과 다양한 수준의 정부 기관들 간의 상호 의존성을 관리할 물 거버넌스 구조와 메커니즘의 결핍은 물 정책의 결정과 집행에 장애 요인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물 관리와 물 산업을 수행하는 각 주체들의 전문성이 매우 뛰어나다. 그러다보니 자율성이 너무 강해지고, 부처 할거주의가 심해지면서 네트워크의 형성을 기반으로 신뢰와 협력을 통해 물 관리와 물 산업의 성과를 창출해 내는 데 매우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더구나 기후 변화로 인한 치수와 이수 그리고 생태계 보전의 이슈 때문에 각 부처들은 물론 기업과 시민 사회의 신뢰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중략) 이 책은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을 가진 여러 저자들이 오랜 담론을 거친 공동 노력의 결실이다. 이 책은 국제 사회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 사회가 뜻과 힘을 모아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기후 변화 시대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물의 효용을 누리기 어렵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책이 물 관리와 물 산업을 연구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인류와 한국의 물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에 기여하고, 지속 가능한 물 관리와 이용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