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렸소. 세상을 몰랐지. 게다가 아델은 원래부터 몸이 허약했소.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임신을 했지. 난 마상시합장을 여기저기 전전하는 것만으로는 생활을 꾸려나갈 수 없고, 내가 벌어오는 상금만으로는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들다는 걸 깨달았소. 가스콘의 시합은……. 그 시즌의 마지막 토너먼트로 상금이 가장 많이 걸린 시합이었소. 내가 우승하면, 우린 추운 겨울을 굶지 않고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지. 아이를 가진 아내는 두려워했지만, 내가 출전하겠다고 우겼소.' 브레나는 속눈썹이 젖어드는 것을 느꼈지만, 애써 눈물을 삼켰다.
--- p.279
'미리 알려주지 그랬어. 내 입이 어찌나 딱 벌어졌는지, 정말 새 한마라기 입안으로 날아 들어올 정도였다구'
그날 저녁 늦게 로빈이 말했다.
'편지로 전할 내용이 아닌 것 갚아서요. 그리고 공주님 부탁이라 받아들이긴 했지만 아이 아버지를 누구로 할지는 생각도 못했거든요.'
어두워진 지 한참이나 지난 시각이었고, 시냇물만이 끊임없이 재잘거릴 뿐 숲은 고요했다. 몇 시간 전 로빈은 스패로우와 함께 위치스 티츠를 정찰한 뒤 돌아왔고, 그 장소가 더없이 적합하다 고 말했다. 무법자들은 잔치상을 차려 손님들을 대접했다.긴장을 풀기위한 여흥도 있었다. 류트연주음에 맞춰, 한 소년이 그 날 오후에 지은 민요풍 노래 몇 곡을 불러 둥굴 같은 숲속공터를 가득 채웠다. 로빈과 마리안느의 사랑, 그 용맹한 기사가 잔악한 노팅엄의 세리프를 무찌르는 전투로 자신들을 이끄는 이야기를 노래로 읊었다. 뿐만 아니라 거구 리틀 존고 궁수 월 스칼렛 활을 쏘아 하늘의 요정도 떨어뜨린다는 아름다운여인의 이야기도 노래했다.
--- p.374
그는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아니, 나 자신을 비웃고 있는 거요. 앙보아즈의 숲속에서 당신을 본뒤로 부쩍 자주 해온 일이기도 하지. 사실 그땐 좀 당황했었소. 난 늘 덫을 피하는 능력엔 자신이 있었는데, 당신이 다가올 땐 전혀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거든. 게다가 당신 눈빛에 도전하겠다고 결심한 순간 나 자신이 위험에 빠지게 되리라곤 조금도 생각지 못했소.'
'눈빛이라니.........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어요.'
'알려주지. 당신 눈빛은 굉장한 무기요. 그 어떤 화살도 뚫지 못했던 내 가슴을 깨끗이 꿰뚫었으니까. 난 정말 어리석었소. 내 마음 정도는 스스로 단속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소.'
--- p.336
"부상 때문에?"
그가 웃었다.
"오라버니는 늑골에 지금보다 심한 부상을 입었을 때도 싸웠어요. 오라버니는 지레 겁먹고 물러서는 사람이 절대 아니에요."
레너드는 걸음을 멈추고 팔짱을 끼었다.
"그렇다면 왜 연단 위에 뒷짐지고 서 있었는지 더 궁금해지는군."
그녀는 입을 꼭 다물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요."
"누구나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법이지."
"앙보아즈 성에서 내가 오라버니를 죽이러 왔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아니라고 대답했어요. 그것 역시 거짓말이었나요?"
"그때 그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훨씬 더 수월하게 해치웠을 거요. 그날 활터에서 마지막 순간 과녁을 바꾸었다면 쉽게 끝낼 수 있었지. 하지만 그건 내가 원하던 게 아니오. 난 그를 정정당당하게 내 앞에 무릎 꿇리고 싶었소. 바로 그 때문에 지금까지 훈련하고, 싸우고, 전진해왔으니까. 가스콘에서부터 말이오."
"가스콘이라고요?"
그녀의 분노가 폭발하며 화살 끝이 내려갔다.
"이런 일을 꾸민 이유가, 고작 가스콘에서 오라버니한테 졌기 때문이한 말인가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빈정거림과 경멸이 서려 있었다.
--- p.276~277
"부상 때문에?"
그가 웃었다.
"오라버니는 늑골에 지금보다 심한 부상을 입었을 때도 싸웠어요. 오라버니는 지레 겁먹고 물러서는 사람이 절대 아니에요."
레너드는 걸음을 멈추고 팔짱을 끼었다.
"그렇다면 왜 연단 위에 뒷짐지고 서 있었는지 더 궁금해지는군."
그녀는 입을 꼭 다물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요."
"누구나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법이지."
"앙보아즈 성에서 내가 오라버니를 죽이러 왔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아니라고 대답했어요. 그것 역시 거짓말이었나요?"
"그때 그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훨씬 더 수월하게 해치웠을 거요. 그날 활터에서 마지막 순간 과녁을 바꾸었다면 쉽게 끝낼 수 있었지. 하지만 그건 내가 원하던 게 아니오. 난 그를 정정당당하게 내 앞에 무릎 꿇리고 싶었소. 바로 그 때문에 지금까지 훈련하고, 싸우고, 전진해왔으니까. 가스콘에서부터 말이오."
"가스콘이라고요?"
그녀의 분노가 폭발하며 화살 끝이 내려갔다.
"이런 일을 꾸민 이유가, 고작 가스콘에서 오라버니한테 졌기 때문이한 말인가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빈정거림과 경멸이 서려 있었다.
--- p.276~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