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정세가 아침 이슬처럼 위태로운데 안으로는 정책을 결정할 만한 기둥 같은 인재가 없고, 밖으로는 나라를 바로 잡을 만한 주춧돌 같은 인물이 없으니, 사직이 장차 어떻게 될지 몰라 마음이 심란했다. 하루 종일토록 누웠다 앉았다 뒤척거렸다. - 을미년(1595) 7월 1일
권세 있는 사람들에게 아첨이나 일삼아 제가 감당치 못할 지위에까지 올라가서 국가의 일을 크게 그르치건만, 조정에서는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하랴, 어찌하랴. - 정유년(1597) 8월 12일
여러 장수들을 불러 모아 약속하되 "병법에 이르기를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하였고, 또 이르되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모두 오늘 우리를 두고 이른 말이다. 너희 여러 장수들이 조금이라도 명령을 어긴다면 군율대로 시행해서 작은 일일망정 용서치 않겠다"고 엄격히 말했다. - 정유년(1597) 9월 15일
저녁때 천안에서 온 어떤 사람이 편지를 전하는데 미처 봉함을 뜯기도 전에 뼈와 살이 먼저 떨리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겉봉을 대강 뜯고 둘째 아들 열의 글씨를 보니 겉면에 "통곡" 두 자가 씌어 있어 면의 전사를 알고 간담이 떨어져 목 놓아 통곡했다.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인자하지 못하신고.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듯하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마땅하거늘,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이런 어긋난 일이 어디 있을 것이냐. 천지가 캄캄하고 해조차도 그 빛이 변했구나. 슬프고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너는 어디로 갔느냐. - 정유년(1957) 10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