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단순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갖고 계신데, 왜 성도들의 삶은 늘 부족한 것 투성이일까?”
이 책은 우리가 복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밝히거나,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복을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 아닙니다. 또한 부족함을 잘못된 신앙생활에서 기인한 병리 현상으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시종일관 부족함 속에 감춰 둔 하나님의 선물을 발견하는 일에 힘을 쏟으려고 합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 확인하고 싶어 하시는 것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마음’입니다. 하나님은 늘 우리의 시선과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살피십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택하여 그들로 광야 길을 걷게 하신 이유를 성경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알려 하심이라”(신 8:2).
광야를 걷고 한없이 낮아진다고 해도 하나님께로 향한 우리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의 시선이 여전히 주님을 바라보고 있다면, 부족함은 더 이상 부족함이 아니라 만족을 담는 그릇이 될 것입니다. 결핍과 부족함이 주는 최고의 선물은, 하나님을 바라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더 깊이 묵상하게 하고,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합니다. 결핍과 부족함은 지속적으로 하나님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 중 가장 위대한 역설이 있다면, 산상수훈에서 말씀하신 ‘팔복’일 것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여덟 가지 복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부족함’입니다. 심령이 가난하고, 애통하고, 의에 주리고 목마르며, 마음이 텅 비어 있고, 핍박 받는 사람들이 어떻게 복 있는 사람일까요? 그 이유는, 그 부족함은 그냥 부족함이 아니라, 하나님이 채우실 공간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심령이 가난하게 되면, 하나님은 그 부족한 공간에 천국을 채워 주십니다. 마음을 비우고 청결해지면 하나님은 그 공간에 하나님 자신을 채워 주시죠. 그렇기에 부족함은 하나님이 깃드시는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 하나님이 임하시지 않는 것은, 하나님이 아닌 것들로 채워진 것이 너무 많아서 하나님이 찾아오실 공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팔복은 하나님이 머무실 공간이 충분한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복입니다. 우리가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들이 될 때, 비로소 하나님이 채우시는 진정한 배부름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부족함과 낮아짐이 어떻게 귀결되는지를 같은 본문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 이는 다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마침내 네게 복을 주려 하심이었느니라”(신 8:16).
우리의 부족함이 하나님이 채우시는 만족함으로 바뀔 때까지 하나님은 우리 속에서 쉬지 않고 일하실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부족함이 주는 유익과 부족함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풍성히 경험하기를 소망합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힘이 되어준 사랑하는 아내 이수복 사모와 딸 하연과 아들 영광, 그리고 세미한 식구들과 두란노서원에 감사드립니다. ---「프롤로그」중에서
- 결핍과 부족함은 소중한 것을 발견하게 만듭니다. 너무 익숙한 것이라 지나쳤던 모든 것이 고마움으로 다가오게 되죠. 하나님은 우리가 그 소중한 것들을 그냥 지나치고 살아가기를 원하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우리를 자주 부족한 상태로 만드시는 것입니다.
- 부족함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강점이 많으면 약점에 소홀하게 됩니다. 강점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강점이 사라질 때, 사람들은 당황합니다. 약점에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우리는 부족함을 발견하고, 그 부족함 속에 감춰 있는 장점들을 부지런히 발견해야 합니다. 부족함이 장점으로 바뀌지는 않아도, 부족함 그 자체가 갖고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 배고프면 모든 음식이 맛있게 보이듯, 부족함과 결핍 속에서는 모든 것이 소중한 것으로 부상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 소중한 것들을 그냥 지나치고 살아가기를 결코 원하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우리를 자주 부족하게 만드시는 것이죠. 이런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말고 살아가라고, 하나님은 우리의 다리를 걸어서 넘어지게 해서라도 반드시 그것들을 보게 만드십니다.
- 부족하다고 불평하기 전에 가벼운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가볍다면 충분히 가진 것입니다. 더 갖지 않아도 됩니다. 채우실 하나님을 믿고, 성경의 약속을 의지하고 오늘 길을 나서는 사람의 짐은 가볍습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크기와 내 짐의 분량은 반비례하기 때문입니다.
- 부족함은 그 자체로 사명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부족함 때문에 누군가에게 더 큰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 아픔이 없는 사람은 남의 아픔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부족함은, 아픔은 사명을 키워 내고 기적을 만드는 그릇인 것입니다.
- 우리의 부족함을 알고 계신 주님은 우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우리의 부족함의 코드를 갖고 세상과 소통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들의 부족함을 받아 주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주님 앞으로 인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 부족함은 하나님의 능력이 머무는 곳입니다. 예수님은 의인을 부르러 오신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셨습니다.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데없습니다. 병든 자에게 의원이 필요하듯, 약한 것을 자랑하는 사람에게 예수님은 능력을 부어 주십니다.
- 너무 많은 것을 바라보면 점점 불만이 차오릅니다. 수많은 욕심이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가진 것이 너무 많아서 나에게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삶보다, 가진 것이 단출해서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인생이 더욱 행복한 인생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 부족하다고 무조건 쓰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부족함은 하나님께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부족함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쓰임 받을 수 없습니다. 부족한 모습 그대로 은혜의 보좌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나태함입니다.
- 만족이란, 원하는 결과에 대해 반응하는 마음의 상태가 아닙니다. 우리의 만족은 소유에서 오지 않습니다. 우리의 존재를 예수님께 온전히 내어 맡길 때 만족이 생깁니다. 우리가 예수님 안으로 들어가면, 부족한 우리의 삶도 만족으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