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란 것이 조선 땅허고 만주 땅을 맘대로 왔다 갔다 허능게라?” 손판석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예, 작년 11월부터 그리됐소.” 공허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허, 선생들까지 군대 옷 입히고 칼 차게 혀 놓고 왜놈들이 인제 만주 땅도 집어먹을라는 심보 아니여?” 손판석이 부싯돌을 치며 말했다.
“그놈들이 그런 심보로구만. 그리되면 거기서도 의…….” 지삼출은 말을 멈칫했다가는, “우리 일도 다 틀리는 것 아니여?” 하고 의병이란 말을 뺐다. “나도 와서야 알었는디, 선생들을 헌병 만들어 놓은 것 보고 앞이 캄캄해져 부렀소. 그려도 거기는 여기허고 다르니 맘 급히 먹지 마시오.” 공허가 위로하듯 말했다. 총독부에서는 작년 11월부터 공립보통학교 선생들에게 군인 제복을 입게 했다. “근디 여기는 살기가 어쩌요?” 공허가 마음이 쓰이는 듯 약간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청년 시절에 읽은 『아리랑』이 좀 길다 싶어 딸아이에게 추천하기 어려웠는데, 어느 날 책장에서 꺼내 읽기 시작하더니 밤새는 줄 몰랐다. 열두 권을 읽기에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서 길어도 자꾸만 읽게 돼요.” 하던 딸아이의 흥분된 표정이 떠오른다. 이 책 『아리랑 청소년판』이었다면 좀 더 일찍 읽어 보라 권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이라도 출간되어 많은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아리랑』의 감동을 느낄 수 있어 매우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