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골댁은 아들을 하와이로 보내지 않으려면 큰딸을 김가의 첩으로 빼앗겨야 하고, 딸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이 아들을 하와이로 보내야 하는 막다른 형편이었다. “보시오, 이 일을 어째야 좋단게라?” 감골댁은 저세상으로 간 남편이 원망스럽기는 처음이었다. 동학 농민군으로 나선 남편이 2년 만에 병들어 돌아왔을 때도 그저 살아온 것에 감지덕지했다. 그러나 빚을 내 약값을 대고도 남편은 끝내 병을 이기지 못했다. 남편이 떠난 빈자리에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그 빚이 달마다 해마다 불어나 결국 올가미가 되고 말았다. “엄니, 별수 없소. 보름이 신세를 망칠 수야 있겄는게라? 빚 18원 갚고, 남는 2원으로는 보름이 시집보내시오.” 아들이 생각 끝에 한 말이었다. 감골댁은 가슴이 미어졌다.
청년 시절에 읽은 『아리랑』이 좀 길다 싶어 딸아이에게 추천하기 어려웠는데, 어느 날 책장에서 꺼내 읽기 시작하더니 밤새는 줄 몰랐다. 열두 권을 읽기에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서 길어도 자꾸만 읽게 돼요.” 하던 딸아이의 흥분된 표정이 떠오른다. 이 책 『아리랑 청소년판』이었다면 좀 더 일찍 읽어 보라 권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이라도 출간되어 많은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아리랑』의 감동을 느낄 수 있어 매우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