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결정하는 아이가 독립적인 어른이 된다”
“저…. 선생님….”
말끝을 흐리는 아이는 뭔가 다른 이유로 보건실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더운 여름이라면 시원한 물이나 주스 한 잔을 권하고, 추운 날에는 따끈한 허브 차를 따라준다. 책상에 쌓인 업무들과 컴퓨터도 잠시 덮어두고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래, 뭘 도와줄까?”
아이의 무거운 마음속에서 꺼내놓는 이야기들은 친구, 부모님, 선생님 등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친구와 겪는 갈등은 학교적응을 힘들게 하고 종국에는 전학이나 자퇴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아이들의 세상에서 친구는 ‘all or nothing’이므로 어른의 입장에서 볼 때는 ‘까짓것 헤어지면 되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아이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개선하고 싶지만 자신이 선택할 방법에 대해 확신이 없고 어정쩡한 시간이 너무도 불안해서 찾아온 것이다. 설령 친구관계를 정리하더라도 친구와의 이별 절차를 밟고 싶어 한다. 그 답을 나는 쉽게 가르쳐 주지 않고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묻는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 그렇게 하면….”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아이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또다시 이번 갈등과 같은 패턴을 그릴 것이고 결국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의지하는 ‘어른아이’로 살아갈 것이므로 이번 기회에 독립적인 결정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부모로부터 독립할 시기를 놓친 아이들은 문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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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마시기와 손 씻기로 메르스를 예방하자”
“선생님, 물 마시기가 정말 효과가 있나요?”
“물론입니다. 우리 몸은 70% 이상이 수분이고, 호흡기관의 면역이 활성화되려면 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바이러스는 습도에 가장 취약하므로 교실과 방의 습도 조절에 대한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선생님, 교내 환경적 측면에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네. 손 씻기를 하려면 비누가 잘 비치되어 있는지, 씻은 손을 말리는 도구는 갖추어져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교실의 환기가 적절하게 되고 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교생선생님, 아이들 중 어떤 아이들에게 좀 더 세심하게 예방교육을 해야 할까요?”
“평소 지병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겠지요?”
“맞습니다. 우리 학생들 중, 천식, 갑상선, 당뇨병, 신장질환 등을 앓고 있는 학생들에게 특별 보건교육을 해야 합니다. 현재 파악하고 있는 요주의 학생은 1학년 7명,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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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친구의 임심으로 고민에 빠지다”
진수는(가명) 오늘 보건실에 여러 차례 들락거렸다. 처음에는 배가 아프다며 왔고, 두 번째는 머리가 아프다고 왔다.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하기에,
“진수야, 무슨 일이야? 진짜 아파보이지는 않는데.”
“머리가 많이 아파요. 선생님.”
“그래, 네 머리를 아프게 하는 일이 뭔데?”
“그게…. 선생님께 부탁이 있어요.”
“내게?”
“네. 저, 제 여자친구가 임신한 것 같은데요. 산부인과에 좀 같이 가주실 수 있어요?
“진수야, 네 맘은 알겠는데, 그 친구도 학생이지”
“네. 선생님.”
“그럼,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그 다음 일을 상의해야 해.”
“말씀 못 드리겠어요.
“그래도 부모님은 아셔야 해. 네가 못하겠거든 선생님이 말씀드려주마.”
“그렇게라도 해주세요. 어찌해야 할지 너무 막막해요.”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