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낱말
낱말은 사람처럼 태어나기도 하고 변하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먼저 낱말의 뜻이 여러 가지로 쓰이는 경우를 살펴보자.
[손]
손을 쓰다 ..... 필요한 조치
손윗사람 ...... 나이가 많은 사람
손을 닦아라 ..... 사람의 손
손이 크다 ..... 씀씀이
손을 씻다 ..... 어떠한 일을 그만두다.
일손이 필요하다 ..... 일할 사람, 노동력
손버릇이 나쁘다 ..... 나쁜 태도
손은 원래 신체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손’이라는 낱말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표현으로 그 뜻이 달라진다.
노동력, 필요한 조치, 나이, 관계, 씀씀이, 손버릇 등의 서로 다른 뜻을 갖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먹다]의 뜻도 여러 가지
밥을 먹다 (음식을 씹어 삼키다)
물을 먹다 (마시다)
겁을 먹다 (공포, 두려움을 느끼다)
나이를 먹다 (세월에 따라 나이를 더하다)
더위를 먹다 (병에 걸리다)
[가다]의 뜻도 여러 가지
교회에 가다 (향하여 움직이다)
전깃불이 갔다 (꺼졌다)
술맛이 갔다 (음식 맛이 나쁘게 변하다)
벽에 금이 갔다
마음이 갔다 (좋은 감정을 느끼다)
[채]의 뜻도 여러 가지
머리채
바깥채 (안채의 반대)
채 썰다 (가늘게 썰다)
벗은 채로 /선 채로 (어떤 상태로)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아직)
이제는 낱말의 뜻이 좁혀지는 경우를 살펴보자.
계집 .... 모든 여성 (옛날)
계집 .... 여성의 낮춤말 (오늘날)
또 낱말의 의미가 변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어리다 ..... 어리석다 (옛날)
어리다 ..... 나이가 적다 (오늘날)
한 가지 낱말을 이렇게 여러 가지 의미로 쓰는 것이 복잡한 것 같기도 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새로운 말을 자꾸 만드는 것보다는 이미 있는 말에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도 편리해 보인다.
여우, 늑대, 태극기, 제비, 개나리
특정한 사물을 가리키는 낱말을 명사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사물에 붙어 있는 이름들은 모두 명사다.
철수, 홍길동, 대한민국, 부산
이것도 명사이다. 하지만 이처럼 바뀌지 않는 이름, 특별하게 부여된 이름은 고유명사이다.
이것을 먹어라
저 나무가 아름답다
‘이것’ 그리고 ‘저’ 같은 낱말은 무엇을 가리키는 역할을 한다.
낱말은 개나리, 진달래처럼 딱딱 떨어지는 말로 된 것도 있지만
이랬습니다
저랬습니다
했습니다
앞에서처럼 움직임이나 행동을 나타내는 역할을 하는 낱말도 있다.
어떤 낱말은 혼자서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앞뒤의 말을 꾸미는 역할을 한다.
예쁜 소녀
적은 손
큰 집
괄괄한 성격
특정한 이름을 지칭하는 낱말, 행동을 나타내는 낱말, 무엇을 지시하는 낱말, 앞뒤의 말을 꾸며주는 낱말들이 모두 모여 하나의 문장을 만든다.
어떤 낱말은 소리는 다르지만 뜻은 같다.
아기가 낯을 가린다
안면이 있는 사람이다
얼굴에 점이 있다
그렇지만 표현에 따라 느낌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재주 혹은 재능
잠 혹은 수면
날마다 혹은 매일
친구 혹은 벗, 동무
곳 혹은 장소
마치 혹은 흡사
마침내 혹은 드디어
생명 혹은 목숨
속 혹은 안
이제 혹은 지금
아내 혹은 마누라
어떤 낱말은 똑같은 글자를 쓰지만 뜻이 다르다.
[배]
밥을 먹었더니 배가 부르다 (신체의 일부)
아버지께서 사과와 배를 사오셨다 (과일의 한 종류)
배를 타고 울릉도로 갔다 (바다를 오가는 교통수단)
[짓다]
집을 짓다 (만들다)
동화를 짓다 (글을 쓰다)
[타다]
장작이 타고 있다(불이 붙다)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갔다 (무언가의 위에 몸을 얹고 있는 상태)
[까맣다]
어릴 때의 기억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도무지 기억이 없는 상태)
온 동네가 연기로 까맣게 타올랐다 (아주 검은 색깔)
[마치/마침]
저 송아지는 마치 얼룩말 같다 (흡사)
마침 점심을 먹던 중이다 (때에 알맞게)
비슷한 혹은 똑같은 글자라 하더라도 쓰임새가 전혀 다른 경우가 있으므로 문장이나 글 전체를 잘 살펴봐야 한다.
또한 대부분의 낱말들은 서로 반대가 되는 뜻을 갖고 있다.
남자는 여자보다 힘이 세다
전진할 때와 후퇴할 때가 있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되어선 안 된다
아침 저녁
나가 들어와
혼자서 여럿이
자연 인공
기쁨 슬픔
아름다운 추한
소년 소녀
알아 몰라
웃었다 울었다
덥다 춥다
많아 적어
헛되다 보람있다
시작 끝
천사 악마
규칙적인 불규칙적인
힘들다 쉽다
또 한 낱말이 다른 낱말에 포함되는 것도 있다.
꽃이라는 낱말에는 개나리, 진달래, 무궁화 등이 포함된다. 집이라는 낱말에는 아파트, 단독주택, 연립주택 포함된다. 운동이라는 낱말에는 야구, 축구, 배구 등이 포함된다. 비에도 가랑비, 보슬비, 안개비, 이슬비 등이 포함된다.
꽃, 집, 운동, 비는 각각 넓은 범위의 낱말들이고 그 안에 들어가는 개나리, 아파트, 야구, 가랑비 등은 그보다는 좁은 범위의 낱말들이다.
만약 나는 축구는 좋아하지만 운동은 싫어한다라고 표현을 하였다면 잘못된 것이다. 축구가 넓은 의미에 있어서 운동의 한 분야에 속하기 때문이다. 운동을 야구나 배구로 바꾸어야 맞는다.
우리말에만 있는 특징을 살펴보자.
영어에서는 ‘나’라고 하는 표현에 해당되는 ‘I [아이]’ 한 글자면 상대방이 누구든 아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말의 경우 ‘나’라고 하는 표현은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나’라고 하는 낱말은 웃어른께는 쓸 수가 없다. 웃어른 앞에서는 ‘나’라고 하는 낱말 대신 ‘저’라고 하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
또 ‘아버지가 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것을 옳게 표현한다면 ‘아버지께서 계시다’라고 말해야 한다.
‘할머니 밥 먹어’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할머니 진지 잡수십시오’가 옳은 표현이다.
예사말과 높임말은 우리말이 갖고 있는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배울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은행에 갔습니다 은행에 가셨습니다
끝까지 살아야 끝까지 사셔야
버스를 타고 버스를 타시고
일찍 잤는데 일찍 주무셨는데
지갑을 잊고 지갑을 잊으시고
그 밖에도
데리고 모시고
만나다 뵙다
말한다 말씀드린다
주다 드리다
물어보다 여쭈어보다
등이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낱말은 여러 가지 특징을 갖는다.
다음 중 맞는 것을 골라보자.
밭에 걸음을 잔뜩 주었다
한 거름 두 거름 내딛는 예쁜 우리 아가
걸음은 사람이 걷는 보폭을 말한다. 걸음걸이에 쓰이는 말이다. 거름은 밭에 비료로 뿌리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앞의 문장의 걸음은 거름으로 뒤의 문장의 거름은 걸음으로 고쳐 써야 한다.
밭에 거름을 잔뜩 주었다
한 걸음 두 걸음 내딛는 예쁜 우리 아가
우리말에는 이처럼 비슷하면서 서로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낱말이 많이 있다
<보기>
가르치다 : 학생을 가르치다
가리키다 : 손으로 산을 가리키다
거름 : 밭에 거름을 잔뜩 주었다
걸음 : 한 걸음 두 걸음 내딛는 예쁜 우리 아가
거치다 : 서울을 거쳐서 대전에 갔다
걷히다 : 안개가 걷히다 / 세금이 걷히다
걷잡다 : 걷잡을 수 없는 상태
겉잡다 : 겉잡아서 이틀 걸릴 일
곧 : 곧 도착할걸세 (즉시, 바로)
곧 : 아버지의 아버지 곧 할아버지 (다시 말하자면)
그러므로 : 그는 부지런하다. 그러므로 잘 살 것이다
(그러니까)
그럼으로(써) : 네가 그럼으로 병세가 더 악화되었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부수다 : 돌을 잘게 부수다
부치다 : 편지를 부치다 / 빈대떡을 부치다 /
힘에 부치다(힘이 들다)
붙이다 : 봉투에 풀을 붙이다 /별명을 붙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