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정말 뭘 잘못했는지도 몰라? 내가 공부만 가지고 이러는 거야?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게 뭐가 있어. 잔소리 없인 아무것도 안 되잖아. 내 아들이지만 너 참 구제불능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구제불능이라고!” ‘아, 그래도 이건 아니다. 구제불능이라니’ 승희는 속으로 ‘아차!’ 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아이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동기에게 이대로 물러날 순 없었다. -본문 23
마지막으로 자신에 대한 소원이 남았다. 남편이나 자식에 대해서는 할 말도 많고 원하는 것도 많은 그녀였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별로 쓸 말이 없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어려웠던 것처럼 재미삼아 적어 보는 소원지를 앞에 두고도 자신이 뭘 원하는지 남편이나 동기에 대한 것만큼 명확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본문 64
생각해 보니 여기까지 쉽게 온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동기 때문에 때로는 자기 자신 때문에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승희는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다는 기억마저 없다면 다시는 새로운 것을 시작할 용기조차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승희야! 기운 내. 힘들다고 포기하는 것이 좌절이고 실패야.”
-본문 160
‘아이들도 자기가 가진 것을 서로 나누면서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데 나란 사람은 나이만 먹었지 애들만도 못하구나. 누가 뭐 좀 하자 그러면 내 이득부터 먼저 따지고.’ 승희는 이제라도 틀을 한 번 깨고 나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여보 나 동기한테 배워야겠어! 그래서 말인데 저번에 당신이 그랬잖아. 내가 남들과 나눌 것이 있어서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