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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12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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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12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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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1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0쪽 | 498g | 265*265*15mm
ISBN13 9788961553858
ISBN10 896155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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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방법을 알지만..
도서2팀 감동훈 (kamdh@yes24.com)
2012-12-20
할아버지라는 단어를 들으면 화장터의 모습이 떠오른다.

불이 할아버지를 태웠는데 다리뼈가 남아있다. 아들들이 하얀 뼈를 주워 장례를 도와주는 사람에게 건넨다. 뼈를 기계에 넣는다. 뼈가 갈린다. 할아버지는 하얀 재가 되었다. 내 아버지가 그의 아버지를 고향 땅에 뿌린다. 나도 언젠간 저런 날이 오겠지, 비를 맞으며 생각한다. 주름지고 거친 육체가, 아파서 몸부림 쳤던 마지막 3개월의 80먹은 육체가 빗물에 젖어 형체 없이 사라졌다. 할아버지가 없어진 날이다.

『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12가지 방법』의 할아버지처럼 내 할아버지도 시골 사람이다. 태어났는데 너무 가난했다. 맨발로 다녔고 나무를 해오지 않으면 밥을 먹지 못했다. 그래도 뼈가 굵고 키가 컸다. 농사를 무척이나 잘했고 경북 문경군 장사라고 했다. 자식을 다섯 낳았다. 아들딸은 자라서 흩어졌다. 할머니가 아프다가 죽었다. 가끔 문경에 갈 때 늙은 눈에 눈물이 고였다.

말년을 대도시 부산에서 사셨다. 큰아버지댁에서 살았는데 방은 항상 컴컴했고 담배를 하루에 한갑 넘게 피셨다. TV를 보거나 화투를 치다가 근처 경로당을 다녀오셨다. 대하역사소설을 보시다 낮잠을 잤다. 2주에 한 번 한 시간 거리의 작은 아들 집에 주무시러 오셨다. 토요일 학교를 파하고 집에 돌아오면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날은 닭죽을 먹는 날이었다. 대면대면 하던 아들보다는 며느리인 내 엄마와 손자 둘을 좋아했다. 20년을 왔다 갔다 하시며 생을 견디셨다. 할아버지와 같이 잤는데 아침에 깨면 먼저 할아버지가 살아 있는지 숨소리를 들었다. 언젠가 돌아가실걸 알지만 그게 무서워서 매번 확인했다. 내 나이 19살에 할아버지의 죽음이 불쑥 찾아왔다. 덤덤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책 제목이 나에게 너무 아프다. 기쁘게 해드릴 할아버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림책의 민수는 아침에 할아버지에게 문안인사를 드리고, 세숫물을 받고, 머리를 빗어드리고, 입에 달걀 부침을 넣어드리고, 안마를 하고 할아버지를 꼭 안아드린다. 이 책은 글을 쓴 김인자 작가가 수많은 할아버지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할아버지와 아이를 이어줄 따뜻한 다리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할아버지들이 진심으로 기쁘고 행복한 순간들을 그림과 글을 통해 보여준다.

나는 민수처럼 할아버지에게 잘 해드리지 못했다. 살가운 손자가 아니었다. 사춘기되서 할아버지와 같이 자기 싫어서 동생 등을 떠밀었다. 태종대 놀러 가자고 했는데 싫다고 안 가서 할아버지 혼자 가게 했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한이 된다. 상경해서 전화 한 통 안 드렸는데 첫 학기 끝나고 내려간 방학에 얼마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달려간 방에서 안아 드리지 못해서 후회스럽다.

할아버지의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목욕탕에 가면 등이 아플 정도로 빡빡 미는 장성한 청년이 자랑스러우셨을 거다. 엄마한테 회초리로 맞으면 할아버지에게 달려가던 손자가 귀여웠을 거다. 고운 한복을 입고 포대기로 업고 다닌 갓난 아기가 그냥 좋았을 거다. 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 그걸로 된거다. 할아버지가 없어서 너무 서럽다. 꿈에 나타나주세요.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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