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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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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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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532g | 128*188*20mm
ISBN13 9788937832673
ISBN10 8937832674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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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그 이상의 것
연나래 (wing85@yes24.com)
주문한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나오는 패스트푸드, 어디에서든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삼각김밥, 샌드위치.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10분 안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알약 하나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만으로는 공허함이 느껴지고 슬로우 푸드에 대한 열망이 가슴 깊은 곳에서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을 보면 음식에는 배를 채우는 것.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학업을 위해 처음 집을 나와 혼자서 살게 된 지 어언 7년의 세월이 지나가다보니 고슬고슬 막 지은 밥, 조물조물 손맛으로 무친 짭쪼름한 나물, 아직 숨이 죽지 않은 겉절이, 그리고 구수한 된장찌개. 이런 집밥을 만날때면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나온다. 올레!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먹는 것. 때로는 10시간의 심리치료보다 한 끼의 밥이 더욱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음을 느낀다.

하루에 한 테이블, 사전예약을 통해 손님들의 사연을 듣고, 그 사람만을 위한 요리를 준비한다. 그 독특한 식당에는 요리사 링고가 있다. 깊은 상처 때문에 말을 잃어 필담으로밖에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링고는 음식으로 이야기하는 법을 안다. 사랑하는 애인도 재산도 잃고 할머니의 겨된장만 남았을 때, 자신만의 식당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한 사람만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요리, 그리고 반나절 넘게 준비하는 지난한 과정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며 자신의 아픔을 조금씩 치유해나간다.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해 평생을 검은 상복 차림으로 지내는 할머니, 아픈 아버지를 위한 마지막 생일 파티, 주인에게 버림받은 토끼, 그리고 마지막으로 평생을 오해 속에 살았던 링고의 엄마. 모두 요리를 통해 링고의 간절한 마음을 느낀다. 링고는 영화 ' 카모메 식당'에서 차분히 정갈하게 음식을 만들던 주인공의 모습과 겹쳐진다. 계피향 나는 롤과 꼭꼭 눌러 만든 오니기리, 그리고 소박한 일본가정식을 내놓던 식당에서 손님들은 한 끼의 식사를 통해 깊이 패였던 마음의 골을 말끔히 메우고 돌아간다. 진심이라는 양념을 하나 더 추가한 요리는 사람들에게 마음치료제가 되었다.

또 하나 유의해서 보아야 할 점은 링고가 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글자들이 요리가 되어 가는 과정이 참으로 맛깔스럽다. 요리를 좋아하는 작가의 지식이 있어 가능한 부분이다. 인디안 핑크 바탕 표지의 부드러움과 따뜻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달팽이 식당』은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잔잔한 미소를 선사해준다. 어쩌면 책을 펴는 순간 당장 부엌으로 뛰어들어갈지도 모른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얼른 굴과 옥돔 카르파초를 올릴 접시를 준비했다.
장갑을 끼고 전용 나이프로 생굴 껍데기를 까니 통통한 살이 나온다. 나는 아무것도 뿌리지 않은 그대로의 상태로, 하얀 접시 위에 생굴을 올렸다. 그리고 삼계탕 준비. 국물 속에서 뜨거워진 닭을 도마 위에 올리고, 칼로 배를 갈랐다. 안에 들어 있던 우엉과 찹쌀에서 고급스런 닭 육수를 머금어 향긋한 냄새가 나는 김이 오른다.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따끈따끈한 삼계탕을 그릇에 담아서 가져갔을 때 할머니는 식전주를 다 마시고, 사과 겨된장절임과 생굴도 이미 다 먹은 뒤였다. 나는 옥돔 카르파초가 남은 접시를 옆으로 치우고, 삼계탕이 든 뚜껑 있는 그릇을 할머니 앞에 조용히 놓았다.
손님이 시키지 않는 한, 조금이라도 요리가 남은 접시는 치우지 않는다는 것이 웨이트리스로서의 나의 신념이다. 그리고 다시 무대 인사를 하는 발레리나처럼 인사를 하고 주방으로 사라졌다.
오늘의 메인 요리인 새끼 양고기 구이 차례다. 등 부위의 고기를 사용하여 머스터드를 듬뿍 바른 고기를 빵가루로 싸서 아몬드 오일로 굽는다. 빵가루에는 잘게 다진 마늘과 루콜라를 섞었다. 양고기는 지방의 녹는점이 낮아서 뒷맛이 담백하다. 아무리 입에 넣고 씹어도 삼키고 몇 초만 지나고 나면 산들바람에 쓸려가듯이 모습을 감춰 버린다. 배가 불러도 술술 잘 들어간다.
--- 본문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링고는, 텅텅 빈 집과 맞닥뜨린다. 동거하던 연인이 돈과 살림살이 전부를 가지고 사라져버린 것. 충격 때문인지 갑자기 목소리까지 나오지 않게 되었다. 남은 것은 사랑했던 외할머니의 유품인 겨된장 야채절임 한 통뿐. 모든 것을 잃고 완벽한 외톨이가 된 그녀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어머니가 있는 고향으로 향한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10년 전 그 날 링고는 심야고속버스를 타고 도시로 나왔다. 그 후에는 외할머니와 함께 생활했는데, 각종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편 외할머니에게 주로 전통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작은 행복. 하지만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게다가 힘든 시기를 함께 했던 연인에게마저 배신당하면서 그녀는 철저히 혼자가 되고 만다.

결국 어머니와 재회한 링고는 얼마간의 돈을 빌려 작은 식당을 개업하기로 한다. 식기 하나하나에서 화장실, 벽의 도색까지 하나하나 직접 손본 이 식당의 이름은 바로 ‘달팽이 식당’. 달팽이가 그렇듯 이곳을 집처럼 등에 짊어지고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링고는 결심한다. 정해진 메뉴도 없고, 받는 손님은 하루에 단 한 팀. 하지만 손님의 취향과 인품에 대해 철저히 사전조사를 한 후, 상황에 딱 맞는 요리를 내놓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말을 할 수 없으니 필담을 통해서다.

한편 링고의 요리는 신기한 힘을 발휘해, 차츰 입소문이 널리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아내가 딸을 데리고 가출한 후 혼자 살면서 줄곧 링고를 돕는 순박한 구마 씨, 예쁜 풋사랑의 설렘을 간직한 고교생 커플,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해 줄곧 검은 상복 차림으로 지내는 할머니 등이 달팽이 식당의 손님이 되어 준다. 개중에는 심술을 부려 링고를 눈물짓게 하는 질 나쁜 사람도 있지만, 거의 모든 손님이 가슴 가득 행복을 안고서 달팽이 식당의 작은 문을 나선다.

사람들은 이것을 ‘달팽이 식당의 기적’이라고 부르지만, 요리사 링고는 차츰 알게 된다. 치유되고 있었던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엄마와의 해묵은 갈등만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불편하게 둘 사이를 떠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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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키친』을 잇는 정말 맛있는 소설. 먹는다는 일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김영욱 (SBS 〈김정은의 초콜릿〉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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