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이상 소설의 몸과 근대성에 관한 연구>(2001)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소설과 사상≫ 겨울 호에 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문화계간지 ≪쿨투라≫, 인문·사회 저널 ≪본질과 현상≫, 문학계간지 ≪시와 사상≫, ≪시로 여는 세상≫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4년에 제9회 고석규 비평문학상과 제5회 젊은평론가상, 2009년에 애지문학상(비평), 2013년에 제23회 편운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한국언어문학과 교수 겸 한양대 미래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몸≫, ≪비만한 이성≫, ≪한국문학과 몸의 시학≫, ≪현대문학의 흐름과 전망≫, ≪한국 현대시의 미와 숭고≫, ≪우리 시대 43인의 시인에 대한 헌사≫ 등이 있다.
‘나’는 시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시에 의해 구성된다. 이제는 창조적 조건이 문제된다. 나는 시를 쓴다. 나는 지금 ‘달이 뜬 밤 A 시에서 술을 마신다’고 쓴다. 시 속에 나오는 ‘나’는 지금 이 방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가 아니다. 그리고 그런 ‘나’이다. 그럼 내가 지금 A 시에서 술을 마신다고? 시를 쓰는 ‘나’는 시 속으로 들어가지만 그 ‘나’는 지금 시를 쓰는 ‘나’가 아니다. 그렇다면 시를 쓰는 ‘나’는 누구이며 시 속에 있는 ‘나’는 누구인가? 독자 여러분들도 한번 생각해 보시오. 시를 쓸 때 시를 쓰는 ‘나’는 사라지고 다른 ‘나’, 말하자면 시 속의 ‘나’가 생긴다. 탄생한다. 그런 점에서 시 쓰기, 문학이라는 이름의 글쓰기는 나의 소멸, 나를 지우기, 지금 여기 있는, 그동안 있다고 믿어 온 나를 없애기, 결국 부재를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