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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스키츠 제국 아카데미 1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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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스키츠 제국 아카데미 1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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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4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590쪽 | 720g | 140*210*35mm
ISBN13 9788975276354
ISBN10 89752763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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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거리는 꽃잎을 입에 집어넣었다. 달콤한 설탕 맛이 났다. 역시나 솜사탕이다. 사실 식당에 마법학부 교수님하고 애들이 와서 밥을 먹으면서 회의하는 걸 들었다. 올해 꽃은 솜사탕으로 하자고. 앞을 잘 노니는 꽃잎을 잡아 열심히 입에 털어넣었다. 고급설탕을 썼는지 끝맛도 좋다. 이게 다 등록금이다. 그러니 난 많이 먹어도 된다. 꽃잎 한 장에 1브론, 오, 그리 생각하니 즐겁다. 여기도 1브론, 저기도 1브론. 그렇게 난 총 57브론을 먹었다. 꿀꺽하고. 단맛이 입안에 감도니 기운이 난다.
‘올해도 적과 싸울 것입니다. 제발 이번에는 이기게 해주시옵소서’라고 빌었다. 누구에게? 신에게. 적이 너무 강해서 신의 도움이라도 좀 받아야겠다. 내가 아는 문제만 쏙쏙 나오게 해주시면 참 좋을 텐데. 공부는 열심히 할 테니 족집게처럼 딱딱 시험지를 만들어달라고 그리 빌었다._16~17쪽

“방금 전에 넘어지려고 할 때, 치맛자락이 날리는 게 꼭 날개가 파닥거리는 거 같더군. 까만 병아리.”
병아리, 병아리, 병아리, 병아리! 결국 난 폭발했다. 마치 마나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장렬하게.
“병아리 아니거든!”
큰 소리로 외쳤는데 주변은 여전히 시끄럽다. 난 팔을 번쩍 들어 검지를 쭉 뻗었다. 단단한 것이 닿는다. 실드는 또 언제 펼쳐둔 거냐!
“똑같아, 병아리랑. 날개를 파닥거리는 것도, 삐약삐약 우는 것도.”
실드가 사라졌다. 그리고 딩동딩동 종이 울렸다.
“오늘 수업은 끝이군. 내일 봐.”
필통을 손에 쥐고 부르르 떨다가 난 깨달았다. 공부, 하나도 못 했다. 나쁜 놈, 못된 놈! 한 글자도 못 봤잖아! 역시 너는 적이다!_23쪽

흐름을 따라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데 멀리서 삐죽 나온 머리통이 보인다. 각 관마다 시험을 끝낸 시간이 정확하게 똑같아서 히렌도 나와 비슷하게 나왔다. 내가 알기론 소렌 칼리지에 원서를 내어 1차를 통과한 우리 학년 학생은 히렌과 나, 그리고 이름을 잘 모르지만 집이 자작가라는 애 한 명밖에 없었다. 가서 말을 걸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히렌도 사람인데 당연히 힘들겠지. 피곤은 수다로 푸는 게 좋다. 그리고 답을 뭐라고 썼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
“아, 좀 비켜!”
덩치가 커다란 남학생이 날 세게 밀쳤다. 문제에 기를 쪽쪽 다 빨린 터라 미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로 넘어졌다. 퍽 하고 부딪친 엉덩이가 얼얼하니 아팠다. 이 예의라곤 다 팔아먹은 싹퉁 바가지 놈이! 그런데 빠직 하고 불길한 소리가 내 귀에 들어왔다.
“아, 어…….”
뭔가 허전한 머리. 그리고 불길한 소리. 난 소리가 난 쪽으로 눈을 돌렸다. 내 비녀가 부서져 있다. 대대로 물려받은, 정말 소중한 물건인데 이름 모를 누군가의 발아래에서 부서졌다. 반짝이는 가루, 떨어진 보석들.
눈앞이 까맣게 변했다. 차마 소리도 지르지 못할 정도로 무거운 절망이 앞을 가렸다. 지키지 못했어. 속에서 무언가가 터져 나오려 했다. 부서져 조각조각 난 비녀를 손에 끌어 모아 쥐고 눈을 감았다. 할머니, 할머니.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_380~381쪽

‘빌어먹을.’
지금 그의 심정을 표현하기에 가장 알맞은 말이다. 정말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아란 지가 그에게 오는 건. 하지만 주변에 귀찮은 것들이 너무 많아 적당히 떨쳐내고 옆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병아리가 약한 존재라는 걸 깜빡한 것을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결과가 벌어졌다.
부서진 비녀. 그리고 울기 일보 직전의 얼굴. 까만 눈에는 글썽글썽 눈물이 어렸다. 화를 내면 냈지 울지는 않는 아란 지가, 지금 울려고 한다. 천지가 뒤집어지는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적어도 카이츠 아일 히렌, 그에게는.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스피드. 그는 시끄러운 주변을 한번 쭉 노려보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아란을 안아들었다.
“우, 우으…….”
“울지 마.”
“나비가, 이걸 어떻게, 아.”
한쪽 팔로는 어깨를 끌어안고 다른 쪽 팔로는 다리를 감아 품에 안으니 가볍게도 들렸다. 비녀를 부순 사람, 아란 지를 밀친 사람이 누구인지, 이름이 뭐인지는 잘 기억하고 있다. 나중에 처리하면 그만이다. 지금은 병아리를 달래야 할 때. 카이츠는 조용히 속삭였다.
“고쳐줄게.”
“어떻게?”
눈물이 눈동자 안에 가득 차 출렁거렸다. 흘러나오면 끝장이다. 그는 최대한 상냥하게 그녀를 달랬다.
“차아 제국 장인한테 맡겨서 똑같이 고쳐줄게. 수도에도 몇 명 있으니까. 그러니까 울지 마.”_381~382쪽

차아 제국에서 조부 때 이민을 와 벌써 3대째. 이민 3세대인 아란은 차아 제국의 문화를 전부 다 알지는 못한다. 잊지 않기 위해 신경 써 가르친다 해도, 그것을 후손들이 잘 지킨다고 해도 이런 은밀한 남녀 사이의 애정까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카이츠로서도 이번에는 조금 김이 샜다. 비녀의 의미는 몰랐어도 그 가운데 박힌 보석의 의미는 좀 알아봐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란 지. 까만 병아리. 정말 둔해.”
자수정의 의미는 정조, 성실, 평화를 사랑하는 것. 자수정은 먼 옛날, 황족과 귀족만이 착용했다는 귀한 보석으로 흔히 상대방이 건강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선물하던 보석이다. 하지만 카이츠가 아란에게 준 것은 전혀 다른 의미.
“자수정은 내 보석이야.”_566~567쪽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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