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말씀드렸다시피 나는 지금 살인 사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여러분은 사건의 중대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보일 부인도 마찬가지였었죠. 그 부인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내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도 내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보일 부인이 죽은 겁니다. 이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지 못하면- 그것도 속히 알아내지 못하면 또 다른 사람이 죽을 것입니다.'
'또 다른 사람이라고요? 그건 말도 안 됩니다. 도대체 이유가 뭡니까?'
'왜냐하면-'트로터 형사가 심각하게 말했다. '눈먼 쥐는 세 마리 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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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라면 그럴 거예요. 어서 나가 봐요. 렌 씨일 거예요. 그가 뭘 하는 사람인지 드디어 알 수 있겠네요.'
문을 열자 렌씨와 눈보라가 동시에 밀어닥쳤다. 서재 문 앞에 서 있는 몰리에게는 온통 하얗게 변한 바깥 세상을 배경으로 서 있는 사람의 검은 윤곽만 뚜렷이 보였다. 검은 외투에 회색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두른 남자의 모습은 다른 남자들과도 똑같이 보였다.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막으며 가일즈가 문을 닫자 렌 씨는 가방을 내려 놓고서 목도리를 풀며 모자를 벗어 던지는 동시에 말을 했다. 그의 목소리는 높고 성급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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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의 눈먼 쥐. 그들이 달려가는 것을 보세요. 그들은 언제나 농부의 아내를 쫓아다녔읍니다.
그녀는- 몰리는 갑자기 노래를 그치고 말했다. '아,무서워요. 끔찍해요. 롱리지 농장에는 아이들이 세명이었어요, 그렇죠?' '예, 열 다섯 살 된 남자아이와 열 네 살 된 여자아이, 그리고 죽은 아이는 열 두 살 된 남자 아이였읍니다.' '그 뒤에 두 아이는 어떻게 되었나요?'
'내가 알기로는 여자아이는 다른 사람에게 입양이 되었는데, 그 뒤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제일 큰 남자아이는 지금 스물 세살이 되었을 텐데, 그 아이도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그런데, 그 남자아이는 어딘가 약간 이상했다고 합니다. 열 여덟 살에 군대에 들어갔는데, 얼마 뒤에 탈영을 했다고 하는군요. 그 뒤엔 어딘가로 사라졌는데, 군대의 정신과 의사의 말에 의하면 그는 정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 p.62
말도 안 돼.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마. 그런 상상을 하면 안 돼. 파라비치니 씨가 지금 위층에서 불고 있는 휘파람 소리가 들리쟎아. 내가 치는 피아노 소리를 그가 듣고 있듯이. 그 생각이 떠 오르자 물리는 피아노에서 손을 뗄 뻔 했다. '보일 부인이 살해당한 시각에 피라비치니 씨가 피아노 치는 소리를 아무도 듣지 못했어! 그것은 함정이었을까? 파라비치니 씨는 피아노를 치지 않았던 게 아닐까? 거실에 있지도 않았고 서재에 있었다면? 서재에서 보일 부인의 목을 조르고 있었던 게 아닐까? '
--- p.111
그때 크리스토퍼 렌이 머뭇거리며 고개를 디밀고 말했다.
'저-방해를 해서 죄송합니다만, 주방에서 뭔가 타는 냄새가 지독하게 나고 있어요. 내가 가볼까요?'
그러자 몰리가 괴로운 비명을 지르며 방을 뛰쳐나갔다.
'내 파이!'
--- p.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