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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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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

: 자본주의라는 이름의 히드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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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3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260g | 142*200*20mm
ISBN13 9788990809414
ISBN10 89908094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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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는 이 두 세계―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생산 활동과 모든 것을 써서 없애는 소비 활동―를 잇는 연결 고리이자 동력이었습니다. 물론 좁은 범위에 머물기는 했지만 늘 활발한 움직임이 샘솟는 영역이었습니다. 즉 시장으로부터 갖가지 유인과 활력, 혁신이 일어났고, 사람들의 주도적 행동과 다각적 인식이 생겼습니다. 또 시장을 통해서 경제 활동이 성장하기도 했고, 나아가 진보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나는 시장경제가 장점도 있고 중요하다고 인정하지만, 시장경제가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최근까지도 경제학자들의 논리는 시장경제의 도식과 교훈을 유일한 전제로 여기고 있습니다.

시장경제는 물질생활을 희생시키면서 그 자신은 빨리 팽창하고 또 자신의 관계망을 확장합니다. 이렇게 시장경제가 팽창할 때 자본주의는 항상 이득을 봅니다. 나는 기업가를 자본주의 시스템 전체의 해결사인 양 내세우는 조지프 슘페터의 생각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은 어디까지나, 결정적인 것은 전체의 운동이며, 자본주의는 어떤 형태의 것이든 간에 우선은 그 밑에서 받쳐주는 경제를 바탕으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경제 영역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특수한 형태입니다. 그 실체는 인접한 영역과 그 영역에 침투한 모습을 비추어보지 않고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을 것이고, 그때에야 자본주의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근대 국가는 자본주의를 만들어낸 모태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물려받았을 뿐입니다. 그래서 자본주의에 우호적일 때도 있었고, 적대적일 때도 있었습니다. 또 자본주의가 팽창하도록 내버려두는 경우도 있었지만, 머리를 드는 자본주의를 파괴하기도 했습니다. 자본주의는 국가와 한 몸을 이룰 때에만, 즉 자본주의가 국가가 될 때에만 승리합니다.

이처럼 사회적 물결이 (어느 정도) 안정적이어야만 집안 재산이 축적될 수 있고, 부르주아로 성장할 가문들이 생겨나고 유지될 수 있습니다. 또 그래야만 화폐 경제를 배경으로 마침내 자본주의가 생겨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는 고래의 상류 사회가 움켜쥐고 있던 아성을 파괴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에 못지않게 견고하고 질긴 아성을 새로 만들어가게 됩니다.

긴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자본주의는 ‘밤의 손님’입니다. 모든 것이 다 갖추어졌을 때 자본주의가 당도한 것이지요. 달리 말하면, 수직적 위계라는 문제 자체는 자본주의 너머의 문제이고, 자본주의를 초월하는 문제이며, 자본주의가 출현하기에 앞서 존재하며 자본주의를 통제했습니다. 그리고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비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수직적 위계는 철폐되지 않았습니다.
(/ p.89)

어쨌거나 서유럽은 신대륙에 고대의 노예제를 이전했고(거의 다시 발명했고), 자신의 경제적 필요 때문에 동유럽에서 재판 농노제 성립을 유도했습니다.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임마누엘 월러스틴의 주장에 무게가 실립니다. 자본주의는 세계의 불평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또한 자본주의가 발전하려면 국제 경제 차원의 공모가 필요하다고 임마누엘은 주장합니다. 자본주의는 매우 드넓은 공간을 권위주의적으로 조직하는 과정에서 태어났습니다. 만약 제한된 경제 공간에 갇혀 있었다면 자본주의가 그렇게 드세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한 다른 지역의 종속적 노동을 이용할 수 없었다면, 자본주의는 전혀 성장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국민 경제는 물질생활의 필요와 혁신을 반영하여 국가가 정치적으로 만들어낸 통일되고 응집된 경제 공간입니다. 그래서 그 공간의 활동이 한꺼번에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영국만이 일찌감치 이 위업을 달성하게 됩니다. 영국을 다루면서 사람들은 여러 가지 혁명을 이야기합니다. 농업혁명도 있었고, 정치적 혁명, 금융혁명, 산업혁명이 일어났다고 말합니다. 이 목록에 추가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간에 국민 시장을 만들어낸 혁명이 그것입니다.

자본주의란 것은 본질적으로 가장 높은 곳의 경제 활동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적어도 그처럼 높은 곳에 올라서려는 경제 활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같은 자본주의는 그 밑에 두터운 층 두 개―물질생활과 촘촘한 시장경제―를 겹으로 깔고 앉아, 높은 수익이 나는 영역에서 서식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자본주의를 최상층의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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