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노무현의 꿈: 이해찬
“노 대통령이 추구하셨던 ‘사람 사는 세상’이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닙니다. 우리가 이렇게 같이 살면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잖아요. 그런데 왜 일부러 강조했을까요? 그게 우리의 과제입니다. 사람들이 어울려 잘 살면 되는데 왜 그걸 못할까…….”
“우리도 다양한 시민활동을 펼칠 수 있는 좋은 무기가 있으니 열심히 활용해서 우리의 정치적 연대활동과 생활정치를 실현해나가야죠. 깨어 있는 조직의 힘을 본때 있게 한번 보여줘야죠. 우리는 노무현 가치공동체의 구성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함께 해나갑시다. 저도 이제는 현실정치보다는 이런 시민정치활동에 전념하려고 해요. 국회의원 일도 20년이나 실컷 했으니까요.”
_ 노무현의 진보: 유시민
“대통령에서 장바닥 서민에 이르기까지 방법도 없으면서 이익만을 탐하는 사회가 우리 시대에만 있는 것도 아니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도 아니요, 인류사의 기본이다, 그리고 인류는 늘 이렇게 살아왔고 가끔씩 평소와 다른 총명한 정신을 가지게 될 때가 있는데 그때가 진보가 집권하는 시기이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인용한 겁니다. 그러니까 왜 우리나라만 이럴까 하는 자기비하, 왜 하필 이 시대에 태어났을까 하는 부당한 불행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그냥 국민이 아니라 시민이 되도록 말이죠. 사실에 의거해서 현실을 직시하면서 우리 시대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눈 뜨고 이것이 나의 권리라는 생각을 갖고선 이 일을 위해 내가 작은 참여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많아지도록 전방위적으로 노력하는 것, 이것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첫 번째 방법이라고 봅니다.”
_ 노무현의 분노: 문성근
“이분은 법률가죠. 그러면서 대단히 학자적인 풍모가 있습니다. 노 대통령은 이해되고 동의되고 옳은 것을 실천하려는 자세를 가졌던 사람, 또 그 과정에서 불의와 거짓과 위선에 대한 분노를 온몸으로 느꼈고, 절대 불의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용맹성을 갖고 있었던 분이 아닌가 합니다. …… 노무현 대통령은 독특한 분이에요. 분노를 계산하지 않고 느꼈다는 것이죠. 노무현이란 인간에 접근하려면 ‘분노’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언제 노 대통령을 등장인물로 하는 작품을 만들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그 배역을 할 재간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죠. …… 악역에 어떻게 접근하면 되는지를 알기 때문에 족벌신문 쪽 사람은 제가 가장 실감나게 연기하지 않을까……”
“‘촛불’ 이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매일같이 시위를 했는데도 바뀐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절차적 민주주의에 따라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고 다수당을 차지했으니 밀고 가겠다는데 대책이 없었던 거잖아요. 그러면 결국 대의민주주의 제도 안에서 민주진영 쪽 정당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촛불집회에서 거리토론회를 하면 결론은 늘 대의민주제 강화였죠. 그렇다면 대의민주주의를 어떻게 강화해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
_ 노무현의 소통: 정연주
“지금의 언론지형이 90 대 10이라 했는데 조중동 방송이 생기면 수구 기득권 세력 99 대 나머지 1이 됩니다. ……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석 달 만에 세상을 떠나면서 남기신 유언이 ‘깨어 있어라’,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라’ 이 두 가지 아닙니까. 그 이상 절절한 유언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하면 됩니다. …… 우리가 하다못해 담벼락 보고 고함지르고 욕하는 것을 비롯해서 작게는 인터넷에 열심히 댓글도 써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투표를 열심히 하면 세상을 금방 바꿀 수 있습니다. 희망을 가지십시오.”
_ 노무현의 얼굴: 도종환
“가장 바람직한 민주주의 사회의 형태는 뭘까요? 노 대통령은 ‘시장과 국가권력이 인간의 가치를 놓고 균형을 이루는 민주주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앞으로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죠. 사람이 존중받아야 하고, 사람이 각성해서 움직이고 주체가 되어 사회를 바르게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 대통령이 바보의 원조는 아니에요. 원조 바보는 바보 온달, 바보 이반처럼 국내외에 많이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도 바보 추기경님 소리를 들었습니다. 바보의 공통점을 잘 보세요. 이 사람들은 옳다고 믿는 가치를 따라가는 사람들이에요. 이익을 따라가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바보는 가치지향적인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노 대통령한테 바보를 붙여주는 건 참 영광스러운 일이죠.”
“노무현 대통령도 길이 보이지 않고 사방이 벽으로만 막혀 있는 것 같은 상황 속에서 집에 이 시(도종환 「담쟁이」)를 걸어놓고 보셨겠죠. 그런데 점점 절박해지면서, 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검찰에 조사받으러 가면서 이 시를 내리신 거예요. 노 대통령이 내린 이 시를 우리가 다시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담쟁이 잎 하나가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저 벽을 넘어가는 것처럼 우리 앞에 놓인 이 벽을, 이 시대의 벽을, 이 역사의 벽을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_ 노무현의 민주주의: 박원순
“희망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노무현 대통령도 여러분이 만들어주신 거잖아요. 물론 충분한 자질과 능력이 있었던 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당시를 돌이켜보십시오. …… 노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셨잖아요, ‘구시대의 막내, 새 시대의 맏형’이 되겠다고. 역사의 진보라는 게 하루아침에 일어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노 대통령에게 모든 걸 다 하라고 요구할 순 없잖아요. 민주주의는 비록 일부 제도가 도입됐지만 아직도 우리 삶 전체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죠. …… 우리의 미래를 디자인할 수 있는 세밀하고 정교한 콘텐츠들을 좀 더 만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_ 노무현의 경제정책: 이정우
“참여정부 때 개혁이냐 성장이냐 하는 말이 자주 나왔습니다. 마치 개혁하면 성장이 되지 않고 양자택일해야 하는 것처럼 보수언론들이 몰고 갔는데 틀린 이야기입니다. 질문을 잘못한 겁니다. 개혁과 성장은 같이 가는 겁니다. 성장과 분배도 같이 가는 겁니다. 그걸 떼어내서 억지로 둘 중에 하나만 택하라고 요구하고 질문하는 것 자체가 틀린 겁니다. 그런데 그게 너무 판을 쳤어요. 성장과 분배 둘 중 하나만 해야 하나 보다, 그러면 성장이 중요해 보이는데 참여정부는 성장은 안 하고 분배만 하나 보다, 그렇게 국민들이 오해하도록 교묘하게 유도했던 겁니다.”
“노 대통령은 그런 행보 싫어하셨어요. 참모들이 많이 권했는데, 나가서 쇼하는 거 아주 싫어하셨죠. 살기 어렵고 경기도 나빠 국민들의 고통이 심하고 불만도 많은데 가서 좀 어루만져주실 필요가 있으니 행사도 참석하시고 시장에 가서 악수도 하시라고 해도 노 대통령은 안 하시려 해요. ‘내가 그렇게 한들 그 사람들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게 있겠느냐, 괜히 가서 쇼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하셨죠. 그러고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정책을 생각해서 그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도록 밤낮으로 노력하셨어요. 정직하게 정책을 고민하신 분입니다.”
“서민의 삶을 개선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실제로 그렇습니다. 그게 민심이반을 가져왔고, 선거에서 대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됐을 겁니다. 그런데 서민의 삶을 챙기지 않은 것이 아니고, 복지 예산과 경제 예산을 역전시키면서까지 노력했는데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했죠. 또 노무현 스타일이 대놓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력은 많이 했어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도 했고요. 경기가 계속 좋지 않아서 살기 어렵고 팍팍하니까 민심이 좋을 리 없죠. 교훈이라면, 민주개혁정부가 들어서기 위해서는 서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정책을 개발하고 그런 정책 내용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겁니다. ”
_ 노무현의 법치주의: 문재인
“새삼스럽게 왜 민주주의인가? 아주 상식적이고 이미 연구될 만큼 연구되어 더 연구할 게 없는 것 같은데 왜 대통령이 퇴임 후에 여생 동안 민주주의를 연구하겠다는 건가? 여기서 말씀하신 민주주의는 실질적, 사회적 법치주의까지 다 포괄하는 민주주의입니다. 진보주의까지 내포한다고 보는 것이죠. 진보적 민주주의를 연구하겠다는 뜻으로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그 뜻을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해 ‘진보의 미래를 연구한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셨죠.”
“실제로 참여정부에서 법치주의 개혁이 상당히 이루어지긴 했죠. 그렇지만 예를 들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위해 특별한 법?제도를 별도로 만든 것은 아닙니다. 기존의 법?제도를 그대로 준수하면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린 거예요. 이건 순전히 정권의 의지에 달린 겁니다. 그래서 정권의 의지가 바뀌면 금방 후퇴하거나 퇴행할 수 있죠. 또 권력기관이 스스로 노력하고 투쟁해서 쟁취한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에 의해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문화로 정착하고 공고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죠. 그런데 국민들이 가치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면 퇴행하고 후퇴하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그걸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참여정부를 마치면서 제가 절실하게 생각한 게 역시 민심과 함께 갔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개혁이 더디더라도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욕심 부리지 말고 민심의 동의를 얻어서 해나가고, 정권 재창출을 이루어내서 다음 정부에서 미흡한 부분을 이어나가는 게 좋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되지 못했죠. 언론 환경도 워낙 좋지 않았고 참여정부가 개혁에 너무 욕심을 부렸는지도 모릅니다. 개혁 면에서 우리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 옳은 일이기 때문에 밀고 나간다는 생각에 빠졌을지도 모르죠. 우리로서는 뼈아픈 일이라 생각합니다.”
_ 노무현의 지역?인사정책: 정찬용
“참여정부의 인사철학을 저는 국리민복(國利民福)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모든 나라의 인사철학이 반드시 국리민복이 아닌가 해요. 그것 말고 무엇이 더 필요하겠어요? 국가가 이익을 얻고 국민이 복을 받는 국리민복만 한 게 없어요. 인사엔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더 많은 국민들이 더 많은 행복을 누리게 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철학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인사죠. 어떤 사람을 총리, 장관에 앉혀야 국리민복을 이룰 것인가를 따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변할 수 없는 철학입니다. 그런데 ‘고소영’만 유리하게 만들자, ‘강부자’만 좋게 만들자는 게 문제 아니겠어요?”
“인사개혁의 원칙을 정했는데, ‘적소적재(適所適材)’, ‘공정·투명’, ‘자율·통합’, ‘균형’ 네 가지입니다. 첫 번째 적소적재라는 말을 우리는 적재적소(適材適所)라고 알고 있죠.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기어이 이 말을 적소적재로 바꿔야 한다는 거예요. 적재적소는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한 자리를 준다는 말인데 틀렸다는 거예요.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사람을 찾는 게 맞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문화관광부 장관은 무슨 일을 해야 하고 법률에 어떤 규정이 있으며 그러기 위해선 어떤 자격과 덕목이 있어야 하는지 정해놓고 여기에 맞는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데이터베이스를 엄청나게 만들었습니다.”
_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 한명숙
“지금도 민주주의가 말도 안 되게 후퇴하고 있죠. 그런데 결국 벽에 부딪힐 겁니다. 지금도 부딪히고 있죠. 보수언론이 지탱해주니까 겨우 나아가는 겁니다. 그러면 국민들이 모릅니까? 우리 국민들이 어떤 사람들인데요. 일제를 물리치고 해방을 맞은 저항의식이 있는 민족이고, 광주민중항쟁을 일으킨 민족이며,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정부를 만들어낸 민중입니다. 아주 대단한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좌절하고, 힘들고 억울하고 슬프고 아프지만 ‘길게 봅시다’, ‘길게 보고 우리 국민을 믿읍시다’라고 말씀드립니다. 우리 국민의 입과 귀를 다 틀어막을 순 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은 유식한 말로 이론화해서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그런 것 싫어하시잖아요. 그냥 사람 사는 세상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어때야 하죠? 행복을 느끼며 남을 도와주고 서로 나누는 사회, 특권계급만 특혜를 받고 반칙하는 사람만 출세하는 세상이 아닌 가난한 사람도 평범한 사람도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고, 출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1인자도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 아닌가요? 반칙이 없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 그래서 억울한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