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이 쓰인 저금통장

"주식과 펀드가 뭔지 궁금하다고 했지요?"
지점장 아저씨는 은수와 엄마 맞은편에 앉아 설명을 시작했다.
"주식은 회사의 운영을 위해 필요한 돈을 사람들에게서 모으고 그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발행하는 거예요."
"회사 운영에 필요한 돈을 왜 모아요? 그런 돈은 회사를 세운 사람이 내는 거 아니에요?"
"어느 만큼은 그렇죠. 하지만 회사가 점점 커져 필요한 돈이 많아지면 개인의 힘만으로 회사를 운영하기는 힘들어요."
"은행에서 하는 예금하고는 다른 거야"
엄마가 주스 한 모금을 마시며 은수에게 말했다.
"네, 어머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예금은 은행에 돈을 넣어두고 까맣게 잊고 있어도 절대 돈이 줄어들지 않아요. 조금이라도 이자가 붙게 되지요."
"그럼 주식은요?"
"주식은 그 회사의 가치가 떨어지면 값이 떨어진답니다. 1만원에 샀던 주식이 100원이 될 수도 있고, 아예 하나도 남지 않고 없어져 버릴 수도 있어요."
은수는 화들짝 놀랐다. 그건 너무 위험한 일인 것 같았다. 애써 모은 돈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니!
"어, 그렇게 위험한 걸 사람들은 왜 사는 거예요?"
"좋은 회사, 즉 좋은 물건을 만들고 잘 운영하는 회사는 많은 이익을 얻겠지요? 그런 회사의 주식은 가격이 낮아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몇 배로 높아지기도 해요. 다시 말하면, 그 회사의 가치가 높아지면 주식 가격도 올아가는 거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좋은 회사가 있으면 그 회사의 주식을 사두는 거예요. 그런 뒤에 주식 가격이 오르면 그것을 샀던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아서 이익을 보는 거고요."
"그러면 반대로 회사 가치가 떨어지면 주식 가격이 낮아지는 거예요?"
"그렇지요. 때로는 이익도 많이 나고 운영도 잘하는 회사인줄 알고 산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기도 해요."
"왜요? 그렇게 좋은 회사가 그럴 수도 있어요?"
은수의 질문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번에는 엄마가 지점장 아저씨를 거들었다.
"회사에 대한 정보가 잘못된 것이라서 그래. 사람들은 주식거래를 하면서 수많은 정보를 찾아 다니는데 대부분이 신문이나 잡지, 뉴스를 통해 얻거든. 그런데 그 중에 잘못된 정보도 많은 거야."
"그러면 주식을 사고파는 일은 위험한 거네요? 절대로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은수는 소중한 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주식은 나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점장 아저씨가 웃음을 지으며 다시 말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여러 면에서 좋은 점도 많아요. 좋은 회사를 찾아내서 그 회사를 믿고 주식을 사면 뜻밖의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기도 한답니다. 또 그렇게 해야 회사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요. 회사를 운영할 돈이 넉넉해지니까 말이에요."
"그래도 좀 더 마음 편하게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완전한 방법은 없어요. 하지만 그 위험을 줄여 주는 방법은 있지요. 그게 바로 펀드예요."
"펀드가 위험을 줄여 준다고요?"
"그래요. 주식은 개인이 직접 투자할 회사를 찾아서 주식을 사는 거지만, 펀드는'펀드 매니저'라고 부르는 전문가가 손님을 대신해서 주식을 사고팔면서 손님의 이익을 불려 주는 거예요. 아무래도 전문가이기 때문에 개인보다 믿을 수 있는 정보를 많이 갖고 있고, 경험도 풍부해서 손해를 볼 확률이 낮답니다."

은수의 친한 친구인 진경이, 민영이와 해피 삼총사이다. 은수는 수학여행을 가서 해피들과 함께 인기 그룹인 연두고양이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로 하고 연두고양이가 입어 유명해진 플라스틱걸즈의 스키니진을 맞춰 입기로 한다. 그러나 은수 엄마는 은수에게 10만원이나 하는 플라스틱걸즈의 비싼 스키니진 대신 특별 할인하는 스키니진을 사 준다. 그 일로 은수는 엄마와 다투고 속상해한다. 엄마는 그런 은수에게 결혼해서부터 지금까지 써 온 가계부를 보여 준다. 가계부를 본 은수는 엄마가 알뜰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돈이 많으면 가계부 따위는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스키니진 때문에 해피들과도 서먹해진 은수는 스스로 돈을 벌기로 결심한다. 은수는 어떻게 돈을 벌까 고민하다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인형 옷 만들기를 하기로 한다. 은수는 어떻게 돈을 벌까 고민하다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인형 옷 만들기를 하기로 한다. 별 계획 없이 일을 시작한 은수는 인형 옷을 만들어 판 돈 역시 해피들과 노는 데 다 써버린다. 또 현경이가 주문한 인형 옷을 만드느라 월말시험을 망치고 여러모로 손해만 보게 된다. 그러다가 같은 반 친구인 열매를 만나 친해지면서 열매가 스스로 돈을 벌고 잘 관리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은수는 열매를 따라 저금통장을 만들고, 주식과 펀드에 가입한다. 하지만 주가가 오르자마자 돈을 청청 써버리고 곧이어 주가가 폭락하자 손해를 보고 팔게 된다. 한편 은수 엄마는 바리스타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고 합격하여 커피 전문점에 취직하게 된다. 엄마가 노력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은수는 그동안의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된다. 은수는 수첩을 두 개 만들어 열매와 하나씩 나누어 가지며 그 수첩에 사업 계획과 용돈 일지, 일기를 쓰기로 한다.

나를 크게 키우는 경제 이야기

어린이들을 만나면 종종 '경제'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 봅니다. 그럴때면 어린이들 대부분은 경제가 어렵다고 투덜대지요. 또 어떤 어린이들은, "경제는 어른한테나 필요한 거지, 저 같은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하나요?" 하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은수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냥 용돈만 많이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값비싼 브랜드의 옷을 사 달라고 엄마를 조르고 최신 휴대 전화를 사고 싶어하고, 용돈을 생각없이 금세 다 써버리는가 하면, 스스럼없이 친구에게 돈을 빌려 군것질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스스로의 힘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인형 옷을 만들어 팔고, 저금통장을 만들고 나서는 주식, 펀드까지 하게 되는 은수. 모든 결과가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은수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돈의 소중함과 함께 돈을 벌고 쓰는 일에도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구체적인 꿈을 갖게 되지요.
책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생활 하나하나가 모두 경제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잇습니다. 사고, 쓰고, 버리는 모든 것이 바로 경제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경제의 기본 개념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어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습니다.
바른 경제생활을 하는 사람은 어떤 것을 골라야 더 큰 만족을 얻게 될지 먼저 생각하고 결정합니다. 이런 경제생활은 꼭 씀씀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 지와 같은 평소 생활에서도 경제 습관이 필요합니다. 이런 경제 습관이 쌓이면 어떤 일이든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는 무조건 어렵다는 편견부터 버리세요. 그리고 어려서부터 올바른 경제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해 보세요. 또래 친구 은수의 모습에 공감하며 책을 읽고 나면 은수처럼 커다란 꿈까지는 아니더라도 바른 경제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마음 속에 떠오를 것입니다. 그럼 곧바로 실천해 보세요. 작은 실천 하나가 바른 경제 생활을 시작하는 첫걸음이랍니다.
곽창호(포스코 경영연구소 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