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여 시퍼런 면도날을 보면 공포의식마저 느낄 정도로 신경증에 시달리는 나는 어딘가로 멀리 떠나고 싶어하던 중H의 권유로 남포로 길을 떠난다. 기차를 갈아타려 내린 평양에서 부벽루오 나간나느 한 장발객을 보게 되고, 휴식 도중의 갈아타려 내린 평야에서 부벽루로 나간 나는 한 장 발객을 보게 되고, 휴식 도중의 낮잠 끝에는 목이 졸리는 꿈을 꾸기도 한다.
--- p.12
"X군, 오후 차로 가지?"
"되어가는 대로....."
다소 머리의 안정을 얻은 나는 뭉쳤던 마음이 풀어진 듯 하였다. 나는 아침 햇빛에 반짝이며 청량하게 소리없이 흘러내려가는 수면을 내다보며 이렇게 대답하고 '물은 위대하다.'라고 속으로 부르짖었다.
이때에 마침 뒤 동둑에서 누군지 이리로 점점 가까이 내려오는 발소리를 듣고 우리는 무심히 힐끗 돌아다보았다. 마른 곳을 골라 디디느라고 이리저리 뛸 때마다 등에까지 철철 내리덮은 장발을 눈이 옴푹 팬 하얀 얼굴 뒤에서 펄럭펄럭 날리면서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형상은 도쿄 근처에서 보던 미술가가 아닌가 의심하였다. 이 기괴한 머리의 소유자는 너희들의 존재는 나의 의식에 오르지도 않는다는 교만한 마음으로인지 혹은 일신에 모여드는 모든 시선을 피하려는 무관심한 태도로인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오른손에 든 짤막한 댓개비를 전후로 흔들면서 발끝만 내려다보며 내 등뒤를 지나 한간통쯤 상류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도 우리와 같이 손을 물에 성큼 넣고 불쩍불쩍 소리를 내더니 양치를 한번 하고 벌떡 일어나서 대동문을 향하여 성큼성큼 간다. 모자도 아니 쓴 장발과 돌돌 말린 때문은 철겨운 모시박이 두루마깃자락은 오른편 손가락에 끼우고, 교묘히 돌리는 댓개비와 장단을 맞춰서 풀풀풀풀 날리었다.
"오늘은 꽤 이른걸."
"핫하! 조반이나 약조하여 둔 데가 있는 게지."
하며 장발객을 돌아서 보다가 서로 조소하는 소리를 뒤에 두고 우리는 손을 씻으면서 동쪽으로 올라왔다.
--- p.20-21
"X군, 오후 차로 가지?"
"되어가는 대로....."
다소 머리의 안정을 얻은 나는 뭉쳤던 마음이 풀어진 듯 하였다. 나는 아침 햇빛에 반짝이며 청량하게 소리없이 흘러내려가는 수면을 내다보며 이렇게 대답하고 '물은 위대하다.'라고 속으로 부르짖었다.
이때에 마침 뒤 동둑에서 누군지 이리로 점점 가까이 내려오는 발소리를 듣고 우리는 무심히 힐끗 돌아다보았다. 마른 곳을 골라 디디느라고 이리저리 뛸 때마다 등에까지 철철 내리덮은 장발을 눈이 옴푹 팬 하얀 얼굴 뒤에서 펄럭펄럭 날리면서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형상은 도쿄 근처에서 보던 미술가가 아닌가 의심하였다. 이 기괴한 머리의 소유자는 너희들의 존재는 나의 의식에 오르지도 않는다는 교만한 마음으로인지 혹은 일신에 모여드는 모든 시선을 피하려는 무관심한 태도로인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오른손에 든 짤막한 댓개비를 전후로 흔들면서 발끝만 내려다보며 내 등뒤를 지나 한간통쯤 상류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도 우리와 같이 손을 물에 성큼 넣고 불쩍불쩍 소리를 내더니 양치를 한번 하고 벌떡 일어나서 대동문을 향하여 성큼성큼 간다. 모자도 아니 쓴 장발과 돌돌 말린 때문은 철겨운 모시박이 두루마깃자락은 오른편 손가락에 끼우고, 교묘히 돌리는 댓개비와 장단을 맞춰서 풀풀풀풀 날리었다.
"오늘은 꽤 이른걸."
"핫하! 조반이나 약조하여 둔 데가 있는 게지."
하며 장발객을 돌아서 보다가 서로 조소하는 소리를 뒤에 두고 우리는 손을 씻으면서 동쪽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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