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사이트라도 보고 있었나요?”
“제일 먼저 하는 말이 고작 그건가요?”
냉정하게 대답하면서, 마사야는 안경 너머로 미소녀를 응시한다.
부드러운 웨이브가 들어간 반짝이는 머릿결. 막 구운 도자기처럼 잡티라고는 없는 순백의 피부. 긴 눈썹이 잘 어울리는 온화한 눈동자. 아름다움과 친근함이 공존하는 달걀형의 예쁜 얼굴. 곧게 뻗은 등과 딱딱한 전통 의상 속에서도 존재감을 피로하는 풍만한 가슴 봉우리. 맑은 목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신비한 마이너스 이온을 소유한 여성….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소녀의 이름은 ‘요시이 타마오’. 사립 가극학원의 현역 학생회장이다.
“회장, 그런 옷차림으로 춥지 않나요?”
자연스럽게 컴퓨터 전원을 끄며, 마사야는 가련한 학생회장을 점잖게 타이른다. 보는 사람의 마음에 안식을 주는 용모 때문에 ‘위안의 학생회장’, ‘가극학원 최후의 양심’ 등으로 불리며 사랑받는 학생회장도, 유감스럽지만 후배인 부회장으로부터 주의를 듣는 일이 종종 있었다.
“드라마 의상을 입어보고 있었어요. 어때요, 이 유카타 잘 어울려요?”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유카타를 입고, 타마오는 그 자리에서 빙글 턴을 해 보인다. 타마오로부터 입고 있는 유카타에 대한 감상을 요구받고, 마사야는 다시 한 번 그녀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찬찬히 관찰한다.
“…나막신 끈이 끊어지려고 하네요.”
“어라, 정말이네요. 역시 마사야는 여성을 볼 때 발목부터 체크하는 타입?”
“여성의 각선미에 시선이 가는 건 남자의 본능이니까요. 물론 유카타를 입은 미인의 목덜미나 쇄골도 버리기 힘들지만요.”
“어머, 변태 씨였군요.”
방그레 웃는 타마오를 보며, 마사야는 손가락 끝으로 검은 테 안경을 올리며 일어섰다.
“벗어보세요.”
...
참고로 오늘 촬영에 참가하는 사람은, 드라마의 준주인공 역인 아이자와 타쿠미와 레귤러 출연자인 타치바나 쿠가츠와 미나즈키 쿄코. 그리고 주인공인 괴수 역을 맡은 아카기 아유…였지만,
“아유가 늦네.”
라이트 불빛을 받아 음산한 모습을 하고 있는 구교사를 바라보며, 출연자 중 한 명인 쿠가츠가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괴수 분장에 시간이 걸리는 모양으로, 출연자들은 차가운 가을바람을 맞으며 ‘괴수의 도착’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참고로 오늘 촬영할 드라마 스토리는,
“우연한 일로 구교사를 탐험하게 된 타쿠미 일행 4인. 오컬트를 무척 좋아하는 쿄코의 괴담으로 모두들 무서워하고 있을 때, 진짜 유령이 나타난다….”는 드라마에 잘 어울리는 좌충우돌 시끌벅적한 코미디였다. 줄거리에도 있는 것처럼 오늘은 유령 역을 맡을 게스트가 오기로 되어 있었지만, 그 건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겠다.
“…휴우.”
당장이라도 유령이 나올 것 같은 음산한 교사를 앞에 놓고, 쿄코는 벌써 몇 번째인지 알 수 없는 한숨을 쉬고 있었다. 평소답지 않은 분위기를 띠고 있는 쿄코에게, 공동 출연자인 타쿠미가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걸었다.
“쿄코 선배? 아까부터 한숨만 쉬고 있는데, 뭔가 걱정 되는 일이라도 있는 거예요?”
“걱정 되는 일?”
앵무새처럼 따라 중얼거리더니, 쿄코는 화난 것처럼 타쿠미를 노려보았다. 방금까지의 우울한 분위기에서 일변, 쿄코는 두 눈을 사납게 뜨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친다.
“너 때문이야, 너! 아까부터 쿠가츠와 둘이 뭐하는 건데?!”
“뭐라뇨? 날씨가 추워 코트 하나를 같이 덮고 있을 뿐이잖아요.”
쿄코가 내민 손가락 끝에는, 두툼한 롱 코트를 입은 타쿠미가 연인인 쿠가츠를 코트 안에 넣고 밀착하듯 끌어안고 있었다. 추운 가을 오후, 연인인 두 사람은 한 벌의 코트에 싸여 온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떨어지지 못해, 이 바보 커플!”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