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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꽃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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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꽃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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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0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370g | 128*188*20mm
ISBN13 9788969761330
ISBN10 896976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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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이 어떤가.”
“예?”
“어떠하냐고 물었다. 이 얼음황제의 비가 된 느낌이.”
그 말에 유화가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는 듯 기분 좋게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에 황제가 알 수 없는 얼굴로 유화를 바라보자 그녀는 여전히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황제의 말에 답했다.
“별 느낌 없습니다만?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도 안 듭니다.”
“뭐? 아하하하!!”
그 대답에 황제가 한 방 먹은 듯한 얼굴을 하다가 이내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예상치도 못한 대답인 듯했다. 황제의 웃음소리에 유화가 정말 의외라는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다 이윽고 그를 따라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 둘은 인식하지 못했지만 앞서 황제의 박장대소에 모두의 이목이 황제 부부에게로 쏠린 상태였다. 그 둘은 알지도, 안다고 하더라도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정도 웃음을 멈춘 황제가 정말로 기분 좋은 얼굴로 유화를 향해 말했다.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이 나의 비로서 있을 수 있지.”
“그 말은 좀 잘난 척처럼 들립니다.”
“틀린 말도 아니지 않나.”
부정할 수 없는 게 더 분했다.
역대 황제 중 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최고의 황제였다. 그런 황제의 비라는 자리였다. 잘난 척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건. 그래도 좀 분한 것은 사실이었다. 유화의 얼굴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으니.
“곁에 있을 것입니다, 나는. 당신의 곁에서, 당신이 싫다 하더라도.”
왜 그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유화는 속으로 자신을 질책했다. 전혀 이 상황과 관계없는, 뜬금없는 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황제는 다른 생각이었나 보다. 조금 놀란 얼굴을 하고 유화를 보다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돌린 후, 이렇게 말했으니까.
“반드시 그러도록 해. 그대는 단영비이지 않나.”
“예?”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한 유화가 그리 되묻자 황제가 정말 몰랐냐는 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대의 호인 단영의 뜻을 모르는가?”
“그러고 보니…….”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아니, 호가 단영이라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그거, 폐하께서 지으신 것이옵니까?”
“그럼. 누가 지었다고 생각했는가?”
“……아.”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맞을 법한 뜻을 생각해 내려 애를 쓰는데 황제가 그런 유화의 머릿속이 뻔히 보인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리며 유화의 궁금증에 대한 답했다.
“그대는 나의 유일한 비이니까.”
“네?”
“나는 애초에 아무도 들일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그대를 들였어. 그러니 그대는 나의 유일한 비가 되는 것이지.”
한마디로 유화를 제외한 그 누구도 들이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건. 애초에 누구도 들이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예외로 자신을 들였으니, 그 예외는 유화뿐. 아무도 들이지 않겠다는 소리였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하고 유화가 황제의 말에 너무 놀라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리고 유화의 좋은 두뇌는 순식간에 단영이라는 말의 뜻을 알아차리고 말았다.
추호도 바라지 않았음에도.
“왜. 이제 와 두려워지는가?”
“놀랍기는 합니다.”
두려워지는 것과는 별개였다.
그저 황제의 첫 번째 비가 되는 것과, 유일한 비가 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만큼 무게가 막중했다. 이제야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이 얼음황제의 비가 되는 것이.
유화가 미소를 지었다. 누가 봐도 홀릴 만큼 매혹적인 미소를.
“저는 그리 성격이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건 봐도 알 수 있다.”
“어차피 내가 싫다고 해서 물러날 수 있는 자리도 아니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 의해 물러나는 것도 성미에 안 맞습니다. 그러니…….”
유화의 말에 황제가 정말 보면 볼수록 기대를 뛰어넘는 흥미로운 여인이라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되어 드리겠습니다. 당신의, 폐하의 기대에 부흥하고도 남을 만큼.”
“생각보다 험할 것이다. 그대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테니까, 이 궁은.”
“제가, 설마 그 정도도 당해 내지 못할 것 같습니까?”
그 자신만만한 미소는 자신감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고작 그 정도도 당해 내지 못할 보잘것없는 여인으로 보이냐는, 황제를 향한 도발이기도 했다.
그 미소에 황제는 진한 미소를 입가에 달았다. 정말로 이 상황이 재미있는 듯.
“아니. 그대는 그 정도 그릇이 아니지.”
“아시면 되었습니다.”
“아하하하! 그대는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야!”
황제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정말로 기분 좋은 듯이.
유화는 그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의사표시를 하듯, 황제와 마주 잡은 손을 더 단단히 쥐었다.
“반드시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폐하께서도 지금처럼 언제나 이 자리에 서 계셔야 합니다.”
“그러도록 하지. 그리고 그대가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나는 언제나 이 자리에 서 있을 거야.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그럼 되었습니다.”
당신이 계속 이 자리에 서서 이렇게 내 손을 잡고 있다면 당신의 뜻대로 되어 드리겠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있어 드리겠습니다.
당신의 유일한 비가.
단영. 말 그대로 당신의 유일한 꽃이.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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