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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를 꿈꾼 도화서 화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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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를 꿈꾼 도화서 화원 이야기

박정란 글 / 장경섭 그림 | 꼬마이실 | 2015년 06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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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454g | 172*243*15mm
ISBN13 9788931381634
ISBN10 893138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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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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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정란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대학에서의 전공과는 상관없이 늘 역사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역사학자를 꿈꾸었고, 지금은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역사책을 쓰는 게 꿈이랍니다. 취미는 가족과 함께 전국의 역사 유물 탐방을 가는 것입니다. 서울의 창덕궁과 수원 화성, 경주의 감은사지 석탑을 가장 좋아한답니다. 이 책 『최고를 꿈꾼 도화서 화원 이야기』는 박정란 작가의 첫 번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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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중요한 시험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면 기분이 어떨까? 무척 떨리겠지? 분명 겁이 나는 친구들도 있을 거야. 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꼭 치러야 하는 시험이라면? 예를 들어 여러분이 대형 기획사 오디션을 앞둔 아이돌 지망생이라면 말이야.(음, 조선시대에 살고 있는 내가 아이돌을 어떻게 아는지 그런 건 묻지 말아 줘.) 그렇다면 아무리 두렵다고 해도 포기하는 친구는 없을 거야. 미래에 대한 설렘 덕분에 두려움 따위는 이겨 낼 수 있을 테니까. 나도 마찬가지야. 미래가 걸린 시험이 바로 내일로 다가왔어. 그래서 지금 걱정도 하다가 설레다가 심정이 아주 복잡하지만 친구들처럼 씩씩하게 시험을 보러 갈 거야. 무슨 시험이냐고? 내 꿈은 조선 최고의 화원(畵員)이 되는 거야.
--- p.9

그런데 왜 그림을 그리는 관청이 필요했을까? 만약에 친구들 학교에 어떤 행사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운동회나 학예회 같은 거 말이야. 그러면 부모님은 카메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여러분의 모습을 담아내겠지? 나중에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께 보여 드리기도 하고, 세월이 흘러 그 사진을 다시 들추어 보거나 동영상을 돌려 보면서 새록새록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기도 할 거야. 그래,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 도화서란다. 조선시대에는 카메라가 없으니까 임금님의 용안이나 나라의 기념할 만한 일을 전부 그림으로 남기는 거지.
--- p.16

이제 수업을 들으러 가야 해. 화원이 되었는데 웬 수업이냐고? 화원이 되었다고 그림 공부가 끝난 것이 아니거든. 얼마간 경험 많고 무서운 교수님들한테 수업을 받으며 실력을 연마하는 거야. 도화서는 모든 것이 철저하게 실력 위주거든. 화원들이 녹봉을 받는다고 했지? 녹봉의 양도 실력에 따라 받게 되어 있어. 3개월마다 시험을 쳐서 성적대로 받는 거야. 먼저 들어왔다고 많이 받고, 나이가 많다고 더 받고 이런 거 없어. 그러니까 성적이 나쁘면 생계가 어려워지기도 하지.
--- p.25

문배를 문에 붙이는 모습을 보니, 내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같다고?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게 뭔데? 아! 건물이나 실내를 아름답게 꾸미는 사람? 정확히 봤어. 궁궐을 장식하는 것도 화원들의 몫이야. 색을 다루는 모든 일을 화원들이 전담하고 있으니 그 범위가 아주 넓어. 각 전각에서 사용하는 병풍과 창문의 그림, 궁궐 벽의 벽화와 단청까지 전부 화원들의 손길이 가야 한단다.
--- p.39

윤이가 하는 고민은 사실 도화서 화원이 많이 하는 고민이야. 도화서에서 필요로 하는 그림은 형식이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이지. 비록 틀이 정해져 있더라도 그 안에서 남다른 자신만의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당연히 생기지 않겠어?그래,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어. 자신의 개성은 버리고 주어진 규격에 맞추어 정확한 그림을 그려 내는 것을 화원의 미덕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 어떤 길을 걸을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니까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겠지.
--- p.47

네, 다시 어가 행렬을 뒤따르고 있는 정 기자입니다. 지금 행렬은 노량진에 도달했습니다. 곧 한강을 건너가야 하는데요, 지금과 달리 한강에 다리가 없던 시절에 임금님이 어떻게 강을 건넜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그 역사적인 순간 속으로 들어가 보지요. 믿어지십니까? 한강에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네, 보시는 것처럼 배를 이어서 다리를 만들었습니다. 막 선두가 다리에 들어섰습니다. 펄럭이는 깃발 사이로 수백 명의 사람과 말이 한꺼번에 다리를 건너가고 있습니다. 지금 양쪽 강가에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직접 보려고 거리에 나온 백성들로 가득합니다. 정말 장관입니다.
--- p.104-105

발령 받은 지역의 경관과 생활 모습, 지도를 그리는 것도 화원들의 주요 임무야. 임금님이 직접 나라의 구석구석을 다니지 못하시니 각 지방의 지도나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그려 올리는 거야. 지방의 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임금님이나 중앙 관리들에게 국가 사업에 참고가 될 정보를 제공하는 거지. 국토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 형세를 그리는 것은 국방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일이지. 김홍도가 왕명으로 몰래 일본 지도를 그리러 간 일도 있었어. 지도는 국가 기밀에 속한단다.
--- p.121-123

오늘은 밖으로 구경 나가는 자제군관에게 부탁해서 천주당에 다녀왔어. 연경에 사는 서양인들의 거처이자 그들이 믿는 천주라는 신을 모신 곳이지. 조각상 하나가 벽에 붙어 공중에 떠 있어서 참으로 신기하다, 저걸 어떻게 공중에 매달았지 싶어 두어 걸음 다가가니, 세상에 그것이 조각상이 아니라 벽에 그린 그림이었다네. 여자처럼 머리를 풀어 헤치고 눈은 찡그려 멀리 바라보고 있는데, 그 깊은 상념과 근심까지 느껴지지 뭔가. 눈빛이 마치 살아 있는 사람 같았다네. 다시 두어 걸음 물러서니 그림이 아니라 정말로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어. 천하에 그런 이상한 그림은 처음 보았다네.
--- p.135-136

그럼 나는 어진화사가 되었냐고? 그걸 언제 물어보나 기다리고 있었어. 곧 지금 임금님의 첫 번째 어진이 제작될 거야. 거기에 내가 동참화사로 뽑혔어. 축하 고마워. 이거 쑥스럽네. 소감? 거창하게 소감씩이나. 글쎄, 뭐랄까. 이제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어렸을 땐 어진화사가 내 최종 목표라고 생각했어. 최고의 화원이 되고 싶었고, 어진화사가 되면 최고의 화원이 될 거라 믿었거든.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 나는 여전히 최고의 화원을 꿈꾸지만, 어진화사가 되는 것이 최고의 화원이 되는 유일한 길이 아니며, 더욱이 내 화원으로서의 여정에 종착역은 더더욱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지. 그래, 나는 여전히 최고의 화원을 꿈꾼다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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