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블록은 아시아 전역과 유럽의 관문인 나라들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이다. 대만, 홍콩, 필리핀, 싱가포르, 터키, 이집트의 6개 나라가 노란 블록을 대표하고 있다.
행복의 새벽 ‘수코타이’에 가다
저멀리 칠흙 같은 어둠속에 무언가 하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살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왓 마하탓 사원. 밤에 비친 이곳의 풍경은 한낮의 쓸쓸함과는 차원이 다른 또 하나의 세계였다. 양 옆에 늘씬하게 서 있는 돌기둥들 사이로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왠지 모를 오싹함이 어둠을 가르며 온몸으로 전해졌다. --- p.23
앙코르의 미소와 안젤리나 졸리
살짝 굴곡진 입술과 눈꺼풀을 내리 감아 그늘진 눈을 한 이 얼굴은 표정을 읽기 어렵다. 흔히 관음보살(아바로키테스바라)이라고 하지만, ‘왕의 얼굴’ 혹은 ‘앙코르의 미소’라고도 한다. 빛의 위치와 밝기에 따라 천의 얼굴로 변한다는 거대한 얼굴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툼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가 떠올랐다. 부리부리한 눈과 알듯 모를듯 살짝 미소 짓고 있는 두툼한 입술. 그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면 안제리나 졸리의 매혹적인 입술이 다가와 살짝 입 맞추고 가는 듯한 상상을 하게 된다. --- p.27
파란 블록은 유럽의 일부 지역과 북아메리카의 일부 지역이 함께 위치하고 있다. 동부유럽, 중부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 나라들과 함께 저 멀리 대서양 건너에 있는 북아메리카의 북동부가 그곳이다.
북유럽의 하늘 입구에 닿다
벨기에의 오줌싸개 동상,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과 함께 유럽의 3대 ‘썰렁’ 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인어공주 동상. 이를 보기 위해 일부러 코펜하겐까지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쓸쓸한 그녀의 모습을 곁에서나마 지켜 주고 싶은 어릴적 동심(童心)의 발로라고나 할까. 비록 왕자와의 사랑은 물거품으로 끝나 버렸지만 그녀의 주변엔 언제나 많은 남자들로 가득했다. --- p.97
철학자의 길에서 괴테를 만나다
존재를 향한 끊임없는 사색은 어떠한가? 하이데거가 그랬던 것처럼 철학자의 길에는 존재와 존재자에 대한 동일선상의 물음이 녹아 있다. 이 길은 어쩜 존재자들을 저마다의 존재자로 존재하게 하는 특이한 공간일수도 있다. 그 공간을 걷고 있는 나는 실존하는 시간 속의 존재였다. 또한 1921년 하이델베르크 대학 심리학 교수에서 철학 교수로 전임한 야스퍼스 역시 이 길을 걸었을 것이다. 조용히 낙엽을 밟으며 유유히 흐르는 넥카 강을 바라보며 철학적 사색을 통해 인간 근원의 존재를 파고들었을 것이다. --- p.109
보라 블록에서는 중세 대항해 시대가 느껴진다. 리스본과 바르셀로나, 세비야에서 출발한 갈레온 범선이 대양을 건너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호주 등지로 탐험의 여정을 이끈다. 보라 블록의 대항해 어드벤처는 그 시작과 도착점이 공존하는 묘한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
손끝에서부터 피어오르는 중세의 향기
스페인 똘레도의 좁은 골목길을 지도를 보고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단지 똘레도 대성당을 이정표 삼아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낙천적인 스페인 사람들의 친절함은 뜨거운 태양에 의해 건조해진 마음마저 축축히 젖게 만든다.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문화유산이 가장 많은 도시의 시민답게 저마다 무척이나 친절했다. --- p.136
산맥 너머엔 또 하나의 유럽이 있다
그저 한가롭게 주변의 진기한 풍경에 넋을 잃고 거닐다 지칠 때면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행인들을 바라보며 다양한 인종이 섞인 스페인 사람들 특유의 모습을 하나하나 살피기도 했다. 한참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던 중 거리 한켠에 인디언 분장을 한 행위 예술가들이 공연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 생계를 위한 것인지 예술을 위한 것이지 뜨거운 햇살 아래 정지된 모습으로 지나가는 행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그들의 열정이, 놀라운 한편 부럽기도 했다. --- p.145
빨간 블록은 선진 5개국을 상징한다. 영국,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일본의 5개 나라(대한민국 제외)가 빨간 블록을 대표하고 있다. 증서도 가장 비싸서 30만 원짜리 증서, 런던부터 100만 원짜리 증서 대한민국까지……. 그 위상을 뽐내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가 선택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나라 모나코. 다른 나라의 도시 정도 크기밖에 안되는 이 조그만 나라는 프랑스의 남부 해안, 지중해에 접해 있다. 모나코로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니스에서 출발한 몬테카를로행 기차는 프랑스 남부의 푸른 바다를 끼고 유유히 지나간다. 덜컹거리는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해변. 공을 차며 노는 아이들, 파도를 헤치며 바다로 뛰어드는 연인들, 저마다 가슴 끈을 풀어놓은 채 일광욕을 즐기는 여인들 등 나체해변으로 유명한 니스의 풍경이 스치듯 지나갔다. --- p.199
소원은 포물선을 그리며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햅번은 청초한 몸짓으로 거대한 분수 앞에 서서 동전을 던진다. 멀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동전은 사랑을 싣고 분수대 안에 꽂힌다. 고대의 흔적들이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는 도시 로마(ROMA).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한 번은 가보고 싶은 나라로 첫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나라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는 그 단어를 거꾸로 쓰면 ‘사랑(AMOR)’이 된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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