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조합이 정말 좋았다. 8년 만의 연기 복귀! 몇몇 사람들은 그의 지난 열정을 쉬이 잊어버리고 건장한 복귀를 반신반의하고 있는 조인성, 나와의 전작으로 흥행 배우의 타이틀을 한순간에 내려놓은 송혜교, 저만
보고 사는 아내와 어린 두 딸을 가진 하루살이 인생 같은 프리랜서 감독 김규태, 시청률이 저조해 방송사가 대놓고는 아니더라도 뒤돌아서서 저어하는 작가 노희경까지. 점입가경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공감을 나눠 갖고, 서로의 고집을 내려놓고, 함께하는 동료의 말을 끝없이 경청하고……. 앞날은 없으니, 더 이상 갈 데도 없으니, 오직 이 순간 장면과 심경과 대사에 온몸과 온 맘으로 몰입하고……. 단언컨대 십수 년 전 초심으로 돌아갔던 그 순간은 내 생에 그 어떤 자극도 대적치 못할 극한의 짜릿이었다. ---「작가의 글」
사는 데 꼭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거냐?
살아야 할 이윤 없어도 아침에 눈 떴으니까 살고......
숨 쉬니까 살고.
왜 사는 의미가 없는 놈은 살면 안 돼?
살고 싶다.
니가 하나뿐인 동생을 니 말대로 그렇게 사랑했다면,
넌 지금 내 싸가지를 말하기 이전에 재산이니,
소송이니를 말하기 이전에,
눈은 왜 다쳤냐?
내가 떠날 때 멀쩡하던 니 눈이
지금은 대체 왜 그러냐?
그걸 먼저 물어야 되는 거 아니니?
많이 힘들겠다, 맘이 아팠겠다!
이 오빠도 아프다,
내 동생이 날 못 봐서......
난 너도 알다시피 줄곧 죽고 싶어 했잖아. 내 소원 들어준다고
생각하면 편할 거야. 너랑 좋았던, 즐거웠던,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기억 전부가, 니가 나한테 돈을 뜯어내기 위한 가증스런 쇼였단 건
나도 인간이라 어쩔 수 없이 배신감이 들지만......
난 지금이라도 널 죽일 수 있어. 내가 널 죽일 맘이 있었다면,
돈이 필요해 너한테 왔다면, 기회는 여러 번 있었어.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이 달려오던 그 순간, 엊그제 강가, 바닷가,
그리고 지금 여기. 앞 못 보는 널, 죽여 달라는 널, 맘만 먹으면 언제든......
연출의 우선순위를 작가의 의도와 배우의 연기를 돋보이게 하는 점에 두었다.
거기에다 서스펜스를 가미한 독특한 감성 연출, 멜로적 판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내는 일에 주력했다.
드라마의 화면을 구성하는 데에는 클로즈업 샷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장면의 사이즈에 주력하거나 앵글의 다양함을 키우려는 욕심을 줄이고 보다 단순하게, 입체적인 것보다 더욱 평면적으로 미장센을 추구했던 것이다.
---「감독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