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3 : 저자가 서론에서 지적한 대로 그동안 포스트식민 연구는 이주와 디아스포라 문제에 심취해 왔던 반면, 많은 포스트독립국가들을 재형성하는 국내 이동과 도시의 괄목할 만한 산업적 변형들에 무관심했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위시해 텍스트성의 정치에 의거하는 많은 포스트식민 연구에 공통된 해석적 방법론은 (포스트) 식민 문화 텍스트들의 복원과 가치화, 투명하고 자율적인 문화들과 정체성들에 대한 탐색, 좀 더 특수한 차이의 문화 정치였다. 배제되거나 억압된 문화들의 복원이라는 이러한 과제는 정치를 텍스트성으로 효과적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을 초래했다. 이렇게 포스트식민 연구에서 지속된 정체성으로서의 문화생산에 대한 강조와 공간에 대한 은유적 이해를 넘어서기 위해 저자는 공간적 현실들의 생산양식들을, 또 그것들이 발생시키는 변천하는 모순적인 표현의 형상들을 전면에 부각시키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P.17 : 저자가 새로운 아시아 도시에서 하고 있듯, 새로운 건조 형태들과 그것들을 성찰하는 허구적 텍스트들을 더욱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은 “발전의 물질적 형태에 부착된 심리적이고 상징적인 에너지”(본서, 382)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이 책에서 다루어진 허구적 텍스트들에서 보듯, 1960년대~1980년대의 새로운 아시아 도시는 단지 일시적이고 파생적이거나 변칙적인 비정상적인 근대성이 아니라, “식민주의의 잔여들, 글로벌 자본주의의 힘, 민족주의적 욕망의 변증법이 퇴적된 어떤 공간적 논리”(본서, 382)에 밀착되어 있다. 이로써 본서는 “식민주의, 지구화, 근대성, 도시의 역사를 다루는 다양한 문화 텍스트들을 분과횡단적으로 다시 읽고 사유한다는 더 큰 집단적 프로젝트”(본서, 382)에 함께할 것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촉구한다.
P.28 : 본서는 포스트식민 연구 내부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서사, 즉 아시아 태평양의 명실상부한 성공 이야기들에 관해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서사와는 다른 대안적 서사를 제공한다. 그렇지만 본서는 그 성공 이야기들을 그저 경제적 모델로서 분석하는 것을 넘어서는 서사를 제공하고자 한다. 나는 역사적 모순들이 새로운 아시아 도시라는 특별한 형상화를 알려 주는 방식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의 포스트식민 공간이라는 개념을 구체화하고자 시도한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