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표준화 능력은 습득해야 할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21세기에 더욱 유용하다. 우리의 정보처리 능력이 방대한 정보량에 비례해 향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좀 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한 뒤, 그 지식을 효과적으로 행동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표준화된 정보, 즉 데이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015
상대방이 가진 생각의 성을 무너뜨리고 점령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 ‘설득’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더 많은 정보, 더 좋은 정보를 욕심내는 것은 비단 상황을 더 잘 인지해 더 나은 판단
을 내리고 싶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런 판단들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 017
데이터와 친해지면 무엇이 좋을까? 우선 남다른 인식 능력을 얻게 된다. 단순히 알고 모르고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알더라도 더 다양한 관점으로 더 정확하게 보고, 남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도 있으며, 복잡한 것을 단순화해서 속도감 있게 알아차리는 능력을 말한다. - 024
모든 첨예한 의사결정은 ‘나는 옳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막연한 답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나는 충분히 옳은가’라는 정도의 차이까지 답변되었을 때 가능해지기 마련이다. 데이터는 이런 정도의 차이를 파악하는 데 상당히 특화되어 있다. 애초에 데이터 자체가 정도의 차이를 알아야 작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 033
정도의 차이를 알려주는 데이터가 단순히 지적 유희의 소재이기만 할까? 그런 생각은 큰 오산이다. 한 기업의 명운을 결정하거나 투자자의 수천억을 날려버리게 할 만큼 중요하다. 이런 경우는 우리 주변에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도의 차이까지 알아야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데이터가 그 정도를 알려주는 자(Ruler)다. - 039
이렇게 알고 싶은 바를 관점에 녹여 넣어 세상 누구도 갖지 못했던 자신만의 새로운 사실을 하나하나 얻어갈 수 있다. 데이터의 구조화 특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명한 게 아니라 발견해서 유명해졌듯이 새로운 사실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발견하는 것도 위대한 일이다. - 046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해서 의사소통하는 역량은 경영 컨설턴트에게 매우 중요하다. 근래 들어 기업들이 경영 컨설턴트들을 고용하는 이유가 변화되고 있다. 경영 환경의 변화 자체를 파악하지 못해서라기보다는 점점 복잡해지는 상황을 단순화해서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이유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역시 데이터가 가진 단순화의 미학은 빛을 발한다. - 051
미래를 예측한 데이터는 수많은 데이터 가운데 가장 값진 데이터라고 볼 수도 있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판단이 동시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모두 담을 수 있던 것은 데이터가 객관성과 가공성이란 특징을 가지기 때문이다. 미래 예측에 대한 신뢰성은 과거 데이터가 가진 객관성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과거 추이가 가진 운동 에너지를 미래로 그대로 연장시킬 수 있는 것은 데이터를 레고 조각처럼 조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 062
간단한 데이터 하나를 접하더라도 겉이 아닌 이면의 본질적인 내용에 착안하고, 목적에 맞게 해석하여 결국은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남다른 판단력의 필수 요소다.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세상의 모든 데이터는 기꺼이 당신에게만 특급 정보를 제공하는 비밀 요원이 되어줄 것이다. - 070
여러분이 한 가지 주장을 하고 이를 지지하기 위해 어떤 근거를 댔다고 해보자. 만약 상대방이 그 근거에 대해 “야! 그게 이거하고 무슨 상관이야?”라고 말했다면 근거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것이고, “야! 그건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라고 말했으면 사실성을, 마지막으로 “그 이유는 어차피 일부에 지나지 않아. 그 반대되는 이유도 얼마나 많은 줄 알아?”라고 말했다면 충분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 071
진실은 입체적이라고 한다. ‘하나뿐인 사실’은 그 입체를 완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하나뿐인 사실로 진실을 주장하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 매우 많다. IV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우리를 설득할 때 전형적으로 “이건 명백한 사실입니다”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반복한다. 충분성을 뒤로 한 채 지엽적 사실의 사실성만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믿음이 가는 유명 연구소나 과학자의 권위를 빌어 의도적으로 좁혀 전달하고 있는 ‘하나뿐인 사실’의 사실성을 최대한 부각시킨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다양한 관점에서 충분히
사실인가’라는 의심을 잃어버리게 된다. IV 영역의 거짓이 고도의 거짓말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 073
정보의 양이 증가할수록 더 경계해야 할 유형의 거짓말은 사실성에 오류가 있는 ‘명백한 거짓말’보다는 충분성이 부족한 ‘침묵형 거짓말’이다. 침묵형 거짓말이 더욱 일상적이고 그럴싸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보가 늘어갈수록 더 골고루 파악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늘어 간과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침묵의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 077
자신의 영향력을 상대방에게 전달시키는, 이 난이도 높은 행위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명확한 조준’으로, 설득 지점을 잡아내는 과정이다. 상대방의 논리적 허점을 찾아내거나, 나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데 가장 거부감을 보이는 지점을 잡아내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그 명확한 조준 지점에 상대방의 심리적 저항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를 퍼부으면서 설득은 마무리된다. 이것이 ‘충분한 화력’이라 불리는 두 번째 요건이다. - 080
계산 없이 발사된 만 발의 화살보다 적당히 조준된 천 발의 화살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전쟁터에서는 천 발도 너무 많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정밀 조준되고 위력까지 갖춘 단 한 발이다. 데이터는 근거의 사실성을 극대화한다. 근거의 사실성 극대화, 이것이 바로 데이터 화력의 핵심이다. 직관에 따른 조준과, 데이터가 뒷받침해주는 화력이면 늘 이길 수 있다. - 098
데이터는 명확한 근거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발생하는 ‘메시지의 모호함, 근거의 희박함, 논점의 두서없음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잘 짜여진 데이터를 근거로 활용하다보면, 그만큼 소통의 초점도 명확해진다. 이것이야말로 이 책이 추구하는 우리의 최종미래 모습이기도 하다. - 108
데이터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나와 상대방이 서로 제시한 데이터에 의해 각자의 메시지를 지지해줄 사실성, 연관성, 충분성이 얼마나 충족되어 가는지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셋 중에 하나라도 부족한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했다가는 설사 메시지가 만고불변의 진리라 할지라도 인정받지 못한다. - 117
이런 방식의 의사소통은 누가 목소리가 더 큰지, 누가 더 권위 있다고 기존에 인정받아왔는지, 실제로 누가 더 영향력이 있는지와 관계없이 오로지 누구의 메시지 피라미드가 더 견고한지만을 기준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매우 효율적이다. 메시지 전달 성공 가능성이 오로지 지지하기 위해 동원된 데이터의 적절성에 의해서만 평가받기 때문이다. - 145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덕목은 ‘데이터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전쟁터에 나가기 전 장수가 자신이 휘두르는 병기의 취약점을 잘 파악해둬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149
누구나 실수를 한다. 하지만 과학적이고 엄밀해 보이는 데이터일수록 그런 실수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동전에 앞뒤 면이 있듯이 데이터는 가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놀라운 확장성을 가지지만, 또 그래서 오류 가능성이 증가한다. 이런 오류를 스스로 발견할 능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데이터를 발표한 주체의 권위에 기대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게다가 그렇게 더욱 의존해갈수록 우리는 권위 있는 주체의 태만과 기만을 견제할 힘을 잃게 된다. - 165
메시지를 강화하는 데 동원할 데이터가 없거나, 있긴 한데 오류투성이거나, 오류는 없으나 일부 데이터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는 마치 우리가 넘어야 할 고개와 같은 것이다. 그 고개만 넘으면 데이터의 화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 171
모든 데이터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사용한 건 오로지 사용자의 잘못일 뿐이다. 날카로운 감각만이 이런 억울한 상황을 모면시켜줄 수 있다. 그런 감각이 시의 적절하게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일상을 지켜주는 문제의식이 희미하기 때문이다. 결코 데이터에 익숙하지 않아서가 아닌 것이다. - 190
우리는 무비판적으로 메시지를 수용하지 않고 늘 ‘정말일까? 왜 그렇다는 걸까?’라는 직관적 의구심을 견지한 메시지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소비자가 소비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생산과 유통에 적극 관여할수록 생산자와 전달자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의 메시지 유통 단계는 점점 더 건강해질 것이다. - 211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