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웃기는 것과 감동은 따로 가기 쉽다. 억지로 감동을 주려다 보면 ‘오버’하기 쉽다. 감동은 노력한다고 해서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받는 사람이 마음 깊이 자연스럽게 느껴야 한다. 감동은 콧잔등이 시큰해야 하는데 웃기면서 감동을 준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김제동은 그걸 해낸다. 외모가 남다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확실한 유행어를 만들어내는 것도 아닌데 김제동이 거의 모든 오락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것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은 어디서 나올까? 여러 잡지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그의 ‘애드리브’가 방송 녹화장에서 그야말로 애드리브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끊임없이 좋은 말과 메시지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에서 나온다. ---pp.24~25

# 인터넷에서 ‘톡’이 되었다고 기뻐하는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조회수가 많아지고 추천수가 많아지면 글을 쓴 사람으로서는 참 기쁜 일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누구나 논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수많은 논객이 논리와 촌철살인의 표현력으로 무장하고 글을 쓴다. 인터넷에서 주목받는 글에는 반드시 촌철살인하는 부분이 있다. 복잡한 상황을 짧은 문장으로 정리해서 핵심을 전달한다.
그리고 거기에 반드시 촌철살인의 재치가 들어가 있다. 자기 의견을 잘 요약하더라도 촌철살인하지 않는 글은 간이 안 된 심심한 글일 뿐이다. 무미건조하고 심심한 글은 그냥 지나치게 된다. 맞는 말이라 하더라도 끄는 맛이 없으면 그저 지나치게 된다. 촌철살인의 재치를 담은 글을 사례로 보면 왜 이런 글이 인기가 있는지 알 수 있다. ---pp.77~78

# 신문에 실린 사진들을 유심히 살펴보자. 어떤 신제품을 홍보할 때도 구태의연한 사진은 웬만큼 큰 기업의 광고 협찬 없이는 안 실린다. 광고의 힘을 빌려 기사에 등장하는 사진 말고는 모두 재치 있는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어떤 일로 시위하는 사진도 마찬가지다. 그냥 시위하는 사진보다 뭔가 특이한 사진이 신문에 실린다. 신문지면 크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그냥 ‘등록금을 낮춰주세요’라는 시위보다 가짜 돈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모자를 만들어 쓴 채 시위하는 사진이 실리는 것이다. 구태의연한 이미지는 힘이 없다. 구태의연한 메시지만 전달하기 때문이다. ---p.103

#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솔직함이 지나치거나 상황에 맞지 않을 때는 실례가 된다. 사람관계에서도 ‘나는 솔직해.’라고 하면서 ‘돌직구’를 마구 던져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는 사람이 있다. 본인은 솔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배려가 없는 솔직함은 ‘싸가지’가 없는 것이 된다.
솔직함과 싸가지의 차이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느냐 없느냐다.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전략은 효과적이다. 진솔하기 때문에 마음에 들어갈 수 있다. 자신을 낮추는 솔직함은 더 진솔하게 다가온다. ---p.155

# 재치코드를 키우려면 감각을 키워야 한다. 재치코드의 핵심은 허를 찌르는 반전의 묘미를 잘 이용하는 것이다. 반전에서 재치가 나온다. 반전 없이 밋밋하다면 그것은 재치도 무엇도 아니다.
2장에서 재치 있는 표현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예시와 함께 제시했다. 있는 걸 있는 그대로 표현해서는 재치와 위트가 나오지 않는다. 2장에서 제시한 방법을 활용해서 재치 있는 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제 3장에서는 일상에서 가장 쉽게 재치와 위트 감각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쉽고 일상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신문기사 제목을 유심히 보는 것이다.

<b>유머감각을 갖춘 촌철살인으로 주목받아라</b><br/><br/>우리 시대에는 코드 중에서도 ‘재치코드’가 중요하다. 사람 사이에서건 비즈니스에서건 공익 캠페인에서건 댓글 하나에서건 방송에서건 재치코드가 있어야 각광을 받는다. 재치와 위트가 있다는 것, 이건 모든 능력에 플러스알파로 작용한다. 기본 능력에 재치코드까지 더한다면 더욱 빛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재치코드가 ‘유머를 억지로 외워서 말해줘’를 뜻하는 건 아니다. 억지로 웃는 유머도 아니다. 억지스러운 유머는 오히려 비호감이다.<br/>방송인 김제동을 예로 들어 보자. 김제동은 말로 사람을 웃기고 감동을 주는 개그맨이다. 자신을 희화화하거나 약간의 ‘바보기’로 어이없이 사람을 웃기는 개그맨과 다르다. 웃기면서 감동까지 주다니……. 휘발성이 강한 유행어 하나로 잠시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가 잊히는 개그맨은 아닌 것이다. 휘발성이 강한 유머는 듣자마자 잊어버린다. 김제동은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 줄 아는 커뮤니케이터인 것 같다. 이 정도 되면 개그맨이라는 단어가 그를 묘사하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br/>보통 웃기는 것과 감동은 따로 가기 쉽다. 억지로 감동을 주려다 보면 ‘오버’하기 쉽다. 감동은 노력한다고 해서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받는 사람이 마음 깊이 자연스럽게 느껴야 한다. 감동은 콧잔등이 시큰해야 하는데 웃기면서 감동을 준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김제동은 그걸 해낸다. 외모가 남다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확실한 유행어를 만들어내는 것도 아닌데 김제동이 거의 모든 오락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것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br/><br/><b>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시대의 키워드 ‘재치’</b><br/><br/>재치는 메시지의 마지막 2%를 채우는 힘이다. 핵심 메시지를 정통으로 날려주는 마지막 2%의 힘이다. 재치감각과 재치로 마지막 2%를 채운다면, 메시지의 설득력에 날개를 달게 된다. 다른 사람의 웃음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협력과 지지도 쉽게 끌어낸다.<br/>정치 분야에서도 핵심을 찌르면서 재치 있는 슬로건의 힘은 매우 크다. 어느 나라건 성공적인 캠페인의 핵심에는 명확한 콘셉트가 있다. 그걸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선거 슬로건은 후보자에겐 승리를, 국민에겐 위안을 주었다. 정치적으로 어려운 구도를 뒤집기도 했다. 결국 기발한 슬로건은 시대 상황이 만든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지 않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은 생각의 총알과 말의 폭탄으로 얻어진다. 선거라는 전쟁터에서 사용되는 생각과 말의 실탄이 바로 슬로건이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슬로건은 선거전의 백미다. 정치현장에서는 “훌륭한 슬로건이 100분의 연설이나 1,000명의 선거운동원보다 낫다.”라고 말한다. 정치 슬로건이 유권자의 투표 의사 결정에 미친 영향을 연구한 조사에 따르면 ‘슬로건 때문에 투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밝힌 사람이 33퍼센트였다. 특히 20~30대는 슬로건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br/>이 책에서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시대의 키워드를 ‘재치’로 풀어내고자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생생한 사례를 많이 들어 재치코드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또 재치코드를 키우는 방법도 제시했다. 재치는 어떤 상황을 제3자의 객관적 시선으로 멀리 떨어져 바라보는 데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재치는 마음의 여유에서 비롯된다.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도 재치를 섞은 메시지로 전달하면 부드럽고 친밀감 있게 전달된다. 그리고 재치가 섞인 메시지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