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교회 성장의 주체였는가?’하는 물음은 지금까지 한국 교회사에서 주된 관심이었으며, 역사적 사관에 따라 그 해석이 다르다. 한국 교회에 복음을 전파한 선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선교사관(宣敎史觀)으로,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민족 교회사관·민중 교회사관을 비롯한 수용사관(受用史觀)으로 해석하게 된다. 역사는 어떤 사관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사실(事實)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기록된 역사인 사실(史實)을 보는 관점 또한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주체적 입장을 중심으로 사관을 정립하는 것은 객관적인 서술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선교사들이나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서 신앙고백사관으로 본서를 이끌어가고자 노력하였다. 사람이 주체가 아니라 복음 자체가 강조되는 신학, 개인의 구원과 함께 교회 공동체의 신앙고백이 강조되는 신학, 이것을 신앙고백사관이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이러한 노력은 선교사들에게 받은 복음이 어떤 과정을 통해 한국에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살피면서, 동시에 선교사들의 노력과 한국인들의 노력을 적절하게 평가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가진 신앙고백사관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복음을 강조하는 개혁주의생명신학사관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한국의 특수한 역사와 문화 속에서 선교사들을 통해 받게 된 복음이 한국의 사회와 정치적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복음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 확산되었는지, 세계 교회가 보편적으로 고백하고 있는 신앙과 어떤 연속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늘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국 장로교회의 신앙고백 연구」라는 박사 학위 논문을 쓰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필자의 관심은 성경이 가르치는 바람직한 교회상으로서 ‘하나의 교회’이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복음이 들어온 이후로 분열의 역사가 깊다. 한국 교회의 분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한국 교회 분열의 배경은 이러한 것들이다. ①종교 개혁을 경험하지 못한 한국 교회의 역사 ②이미 교파적인 형태로 설립된 미국과 유럽의 교회들이 각자가 속한 국가와 선교부의 입장에 따라 선교에 착수한 상황 ③선교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교계예양’이라는 선교지 분할 협정을 맺은 상황, 이 모든 것이 한국 교회의 분열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이 된다.
한국 교회의 분열에 대해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선교사들에게 물려받은 신앙을 정통이라 여기고 마치 그것을 성경의 진리인 것처럼 여겨 배타적인 태도를 유지해 온 보수주의, 기독교를 외세로 보는 대중들을 인식하고 선교사들보다는 한국인들이 주체가 되기를 소망했던 급진적인 진보주의, 이 모두가 하나님을 자기의 소견대로 바르게 믿고자 했던 신앙 선배들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필자의 관심은 ‘하나의 교회’이다. 그래서 필자는 개혁주의 전통을 존중하는 가운데 성경이 가르치는 바람직한 교회상을 지향하는 한국 장로교회가 되기 위해서 한국 교회 공동체가 어떤 신앙을 고백하고 교회를 유지·발전시켜왔는지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교회의 속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사분오열이 되어 200여개의 장로교단이 난립하게 된 상황에서 교회의 하나 됨을 이룰 수 있는 기초는 성경적 신앙고백의 회복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초기 선교사들과 한국 교회는 교파를 초월하여 협력하고 전도하고 공동으로 집회도 열면서 함께 부흥을 경험했다.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교파를 초월하여 오직 말씀대로 살려고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하나의 교회가 세워지고 한국적인 교회로 자립할 수 있기를 원했던 선교사들의 배려와, 민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신앙 선배들의 노력이 그리스도 안에서 아름다운 열매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 교회에게 묻고 싶다. 지금까지 우리가 유지해 온 신앙, 성경이 말하는 신앙, 이 둘 중에 과연 지금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이 어떤 것일까?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 성경보다 신학을 앞세우고, 교리나 신념을 하나님의 말씀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분명 진정한 개혁주의는 아니다. 성경 말씀에 비추어 보아 잘못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회개하고 돌아서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개혁주의다. 물려받은 신앙의 유산이 아무리 귀한 것이라 해도 그것을 성경보다 우위에 두는 것은 중세 로마 가톨릭이 범했던 오류를 재연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 개혁의 5대 원리를 토대로 개혁주의 신학의 ‘마중물’이 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바로 개혁주의생명신학이 바로 그것이다.
개혁주의생명신학은 한국 교회가 하나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백석대학교의 설립자인 장종현 목사님에 의해 시작되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신학적인 논리나 교리 자체가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임을 강조한 것이다. 사도들로부터 계승되어 온 공동의 신앙고백을 갖고 있지만 약간의 신학적 견해 차이로 인해 한국 교회가 하나 되지 못한 것을 가슴 아파하면서 무릎과 가슴의 신학을 강조한 것이다. 종교 개혁 당시의 교회는 하나였음을 기억하고 오직 성경만이 우리 삶의 기준임을 확인한 것이다. 정치적인 문제나 역사적 사건들로 인해 무너진 한국 장로교회를 회복하는 길은 오직 복음으로 돌아가는 길 뿐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한국 장로교회의 주체가 누구였는지를 드러내기 위해 기록한 산물이 아니다.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주체가 되고 사람이 도구가 되는 하나님의 섭리를 확인하기 위해서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이 완성되기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이 있다. 힘든 목회 사역 가운데서도 늘 말없이 기도로 아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피곤하고 힘든 가운데서도 변함없는 사랑으로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준 사랑하는 아내와 아빠의 빈자리에도 불구하고 늘 건강하고 밝게 자라준 사랑하는 딸 혜원과 아들 민중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동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누나와 매형, 바쁘다는 핑계로 사위 역할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도 힘을 주시는 장인어른, 장모님, 그리고 처남들께도 감사드린다.
학문적인 도움을 주신 분들께도 감사를 드려야겠다. 먼저 부족한 사람에게 강의와 사역을 병행할 수 있도록 교수의 기회를 주신 존경하는 백석학원의 설립자 장종현 목사님께 감사드린다. 설립자께서 주창하신 개혁주의생명신학이 한국 교회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이 글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교회사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신 주도홍 교수님, 임원택 교수님, 민경배 교수님, 김진하 교수님, 조병하 교수님, 장동민 교수님께도 감사드린다. 함께 동역하며 날마다 사랑을 주시는 김진섭 교수님, 이경직 교수님, 김상구 교수님께도 감사드린다. 바쁜 가운데서도 늘 수고해 준 강현선 박사와 책의 윤문을 기꺼이 맡아주신 박애란 박사님께도 감사드린다. 출판을 위해 수고해주신 도서출판 대서의 장대윤 장로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또 다른 가족들에게도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늘 힘을 주는 승우와 오색 어머니, 동생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청주에서 목회하며 늘 동생을 위해 사랑의 협력자가 되어주는 양오 목사님, 김순영 목사님, 조카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함께 기도해주고 협력해 주신 영신교회 성도들, 예인교회 양행모 목사님과 성도들, 바쁜 일정 때문에 늘 피곤해 하는 담임목사에게 사랑의 마음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푸른교회 사역자들과 성도들에게 나 역시 사랑의 마음으로 감사드린다. 끝으로 개혁주의생명신학의 확산을 위해 함께 수고하는 개혁주의생명신학실천원 장성진 교수님, 윤지은 과장님과 이성규 목사님, 이성주 목사님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한국 교회의 회복을 위해 작은 보탬이 되기를 소망하며.
2013. 7.
서울 방배동 연구실에서 용 환 규
---「머리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