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 구명(究明)된 뒤에야 앎이 투철해지고, 앎이 투철해진 뒤에야 뜻이 성실해지고, 뜻이 성실해진 뒤에야 마음이 바르게 되고, 마음이 바르게 된 뒤에야 몸이 닦여지고, 몸이 닦여진 뒤에야 집안이 바로잡히고, 집안이 바로잡힌 뒤에야 나라가 다스려지고, 나라가 다스려진 뒤에야 천하가 화평해질 것이다.
◆ 주자의 주
物格者 物理之極處 無不到也 知至者 吾心之所知 無不盡也 知旣盡 則意可得而實矣 意旣實 則心可得而正矣
‘물(物)에 이른다.’ 함은 물리(物理)의 지극한 곳에 이르지 않음이 없다는 것이다. ‘지(知)에 이른다.’ 함은 내 마음이 아는 바가 다하지 않음이 없다는 것이다. 지(知)가 이미 다하면 의(意)를 얻어 실(實)하게 될 것이다. 의가 이미 실하게 되면 마음을 얻어 바르게 될 것이다.
--- p. 97
정밀하면 곧 그 둘 사이를 살펴 섞이지 않게 하고, 한결같으면 곧 그 본심(本心)의 정을 지켜 떠나지 않게 한다. 이에 종사하여 끊임이 없게 함으로써 반드시 도심(道心)으로 하여금 항상 일신을 주재하게 하고 인심(人心)을 항상 이에 순종하게 하면, 곧 위태한 것은 안정되고 미세한 것은 나타나서 그 행동과 말씨에 스스로 과부족이 없게 될 것이다.
|풀이| 정밀하면 도심과 인심을 잘 살펴 구별하여 양자가 혼란되지 않게 하고, 마음의 본래적인 상태―인간의 마음에 있어서는 본래 ‘도심’이 지배적이다―를 어디까지나 고수하여 그것에서 떠나지 않게 한다. 이것을 조금도 시간적인 틈을 주지 말고 실천하여 도심이 언제나 나의 몸 전체의 주(主)가 되고 인심은 언제나 그 명령에 따르도록 한다면, 위태한 것은 안정되고 미세한 것은 뚜렷이 나타나 쉽게 인식할 수 있어서 기거·동정·언어·동작의 말단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거나 모자라는 등의 오류는 당연히 없어질 것이다. 즉 ‘집중(執中)’이란 것이 실현되는 것이다.
--- p. 213
군자의 도는 비유컨대 먼 곳을 가고자 하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고, 또한 높은 곳에 오르고자 하면 반드시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다.
〈시경〉에 말하기를 “처자(妻子)가 잘 화합함이 거문고를 타는 듯하고, 형제가 이미 화목하여 즐겁고 기쁘니, 온 집안을 화친(和親)케 하고 처자를 즐겁게 하리라.”고 했다.
|풀이| 도는 사람으로부터 멀지 않다는 사실과 어떠한 도도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부터 실행해야 한다는 것을 〈시경〉 소아의 상체(常 )에서 인용하여 설명한 것이다.
한 가정의 아내와 자식이 서로 화목한 것이 마치 비파와 거문고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 같고, 형제도 화목한 가운데 서로 즐거워한다. 그러므로 가정의 평화는 이루어지는 것이다.
‘먼 곳에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이 구절은, 가정의 경우 아랫사람으로부터 화목함이 있어야 가정의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비유로 적용이 되는 것이다. 또한 한 나라의 평화를 이룩함에 있어서도 그 아랫사람들로부터 시작하는 상하(上下)의 윤리가 존재하게 된다.
--- p. 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