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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감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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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정 저 / 임동석 | 고즈윈 | 2011년 06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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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824쪽 | 1058g | 153*224*40mm
ISBN13 9788992975520
ISBN10 89929755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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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이 일찍이 이로써 전대 역사책에 기록된 치란과 흥망의 흔적을 상고해 보았더니 마치 하나의 수레바퀴 자국과 같았습니다. 대체로 모두가 하늘을 공경하고 조상을 법으로 여기며, 남의 말을 들어 주고 간언을 받아들이며, 비용을 절약하여 백성을 아끼며, 현신을 가까이하고 소인을 멀리하며, 늘 근심하고 조심하면 잘 다스려졌습니다. 그러나 하늘과 땅을 두려워할 줄 모르고, 조상의 업적을 법으로 여기지 아니하며, 간언을 거부하고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옳다고 관철시키며, 사치에 빠져 게으르고 태만하면 곧바로 난을 짓게 되었습니다.
잘 다스리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하면 비록 한 척의 토지나 단 한 명 백성의 힘이 없다 해도 곧바로 흥함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러나 난을 짓는 일로부터 출발하면 비록 조상께서 몇 세대를 두고 이룩하신 자산을 바탕으로 하고 마침 나라가 융성할 운세를 만난 때라 해도 그 망함은 갑자기 들이닥치고 맙니다.
이는 비유하건대 난초를 몸에 차고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향내가 나며 짐독을 마신 자는 반드시 죽고 마는 이치와 같습니다. 이 까닭으로 임금으로서 길이 다스리면서 혼란도 없는 방법은 다른 것에 있지 않습니다. 다만 옛사람이 이미 그렇게 했던 흔적을 그대로 취하면서 안으로 자신을 반성하고 들여다본다면 득실의 효과는 환하게 드러나 보이는 것입니다.--- pp.33~34

문왕이 처음에 서백이 되어 있을 때, 하루는 교야(郊野)에 행차하였다가 죽은 사람의 마른 뼈가 들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모습을 보고는 관리에 명하여 이를 묻어 주도록 하였다. 관리가 이렇게 대꾸하였다.
“이 마른 뼈는 모두가 아주 오래전에 이미 죽어 후손도 끊어진 사람의 것입니다. 이미 주인도 없습니다.”
문왕이 말하였다.
“천자는 천하를 가지고 있으니 바로 천하의 주인이다. 제후는 하나의 나라를 가지고 있어 그 한 나라의 주인이다. 지금 이 마른 해골은 내가 곧 그의 주인이다. 어찌 저렇게 드러난 모습을 보고 차마 이를 덮어 주지 않을 수 있겠느냐?”
이에 장례를 치러 덮어 주었다. 당시 천하 사람들이 문왕의 이러한 음덕(陰德)을 듣고 모두가 이렇게 말하였다.
“서백의 은택은 비록 아무것도 모르는 마른 해골에게도 미치고 있는데 하물며 살아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랴?”
무릇 문왕이 정치를 펴서 어짊을 베풂에는 단지 살아 있는 백성에게만 그 은택이 미칠 뿐 아니라 마른 해골에까지 두루 미쳤던 것이다. 소위 ‘백성의 임금이 된 자는 인을 베푸는 경지까지 가서야 그친다’라 한 것이 바로 이러한 경우이다. 어찌 천하를 가진 자가 마땅히 법으로 본받아야 할 예가 아니겠는가?--- pp.110~111

수나라 때의 역사 기록이다. 양제는 수로를 따라 양주(揚州)의 강도 지방으로 순행을 나설 때 타고 가는 배 용주는 지극히 컸다. 하나의 배가 4층으로 되어 있었다. 맨 위층은 정전, 내전, 조당이 있었으며 중간 두 층에는 120개의 방이 있었다. 이들 세 층은 모두 금과 옥으로 장식하였으며 맨 아래층은 내시들이 거처하였다. 황후가 타는 배는 ‘상리주’라 하였으며 크기가 작고 구조가 약간 다를 뿐 모습은 똑같이 화려하였다. 따로 9척의 배는 ‘부경’이라 불렀으며 배 하나가 3층씩으로 되어 있었다. 이 9척의 배는 모두가 물 위의 궁전으로 이궁(離宮)이나 별관(別館)을 상징한 것이었다. 그 밖의 수천 척은 후궁, 제왕, 공주, 백관 이하들이 타는 것이었다. 이들 배를 끄는 인부는 모두 8만 명이었으며 모두에게 비단으로 옷을 만들어 입혔다. 게다가 호위군사들이 타는 배도 따로 수천 척이나 되었다. 이 많은 배들이 강 위에 떠서 머리와 꼬리가 서로 이어져 2백 리나 멀리 이어졌다.
다시 말을 탄 군사들이 양쪽 언덕에 줄을 서서 배를 끼고 행렬을 이루었다. 이들이 지나가는 주나 현의 5백 리 안에서는 모두가 음식을 만들어 이들에게 바쳐야 했다. 많은 경우 한 주에 무려 수레 백 대 분이나 되었으며 뭍과 물에서 나는 진기한 음식 재료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있었다. 황후와 궁녀들은 음식에 물려 이를 다 먹지 못해 어디 적절히 배치할 수도 없어 거의 버리거나 묻을 수밖에 없었다. 무릇 양제는 단지 자신 하나가 쾌적하기 위하여 백성의 고통은 돌아보지 않았다. 순행할 때 드는 비용이 한결같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러니 어찌 백성이 살지 못해 도적이 일어나서 그 재앙이 팔꿈치와 겨드랑이까지 이른 것을 알 수 있었겠는가? 강도에서 수레가 되돌아오기도 전에 장안과 낙양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점거당하고 만 것이다. 이 어찌 천고를 두고 감계(鑒戒)를 삼지 않을 수 있으리오!
--- pp.727~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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