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분자생물학자이자 수십 년간 인간 노화 치유를 위해 연구하고 있는 노인학자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조지아 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과 집단유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에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유명 생명공학기업 제론(Geron)의 분자생물학부를 이끌었던 지은이는 콜로라도 대학교 연구팀과 함께 10여 년의 힘겨운 연구 끝에 경쟁자였던 MIT보다 조금 앞서 인간 텔로머라아제(telomerase) 유전자 확인에 성공했다. 1995년 세계적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인간 텔로머라아제를 발견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관련 분야 석학으로 떠올랐다. 과학계뿐만 아니라 종교계와 철학계에서 매우 민감한 주제인 인간의 노화를 연구하고 있는 지은이는 노화가 치유 가능한 질병이라고 주장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텔로머라아제와 관련해 45건의 미국 특허를 갖고 있으며 많은 과학저널에 관련 글을 쓰고 있다. 1997년 ‘National Inventor of the Year’에 뽑혔으며, 현재 미국 바이오생명공학기업인 시에라사이언스의 CEO로 있다.
역자 : 김수지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으며, 연세대학교에서 생화학을 전공했다. 유전자 염기서열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유전자 발현 양상을 조절하는 후성유전체학(epigeonmics)과 그를 이용한 맞춤의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노화는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이다. 내가 이 책에서 선언한 것처럼 노화가 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치료할 수 있는 상태(condition)라고 보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인간의 노화를 조절하고 중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혁신적인 발언도 아니고, 추정에 의한 신념도 아니다. 사이비과학이나 허풍은 더욱 아니다.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노화라는 퍼즐의 상당수는 텔로미어(염색체 말단에 DNA가 반복 배열된 부분)와 관련이 있다고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 있다. 텔로미어가 없으면 세포가 분열할 수 없다. 거의 모든 노화 관련 질환(암, 죽상경화증, 골다공증 등)은 일생 동안 텔로미어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 pp.10-11
사자는 최상위 포식자로,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있다. 그 외에 개와 고양이, 인간도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기 때문에 이들 종은 모두 노화과정이 필요하다. 실제로 개와 고양이의 노화 방식이 인간의 노화 방식과 상당히 동일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즉,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이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사자의 먹이는 왜 노화과정이 필요한가?’ 가젤은 노화하지 않아도 결국 포식자에게 잡아 먹혀 다음 후손으로 교체되기 때문에 자연선택이 지속될 수 있다. 가젤의 유전자가 사자에게 연민을 느껴서 죽을 리는 없지 않은가! 문제는 노화과정이 없으면 가젤이 다음 후손으로 교체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후손이 교체될 가능성이 더 높다. 자식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보다 더 오래 사는 것은 진화론적으로 아무런 이득이 없고 오히려 단점만 있다. 죽지 않는 가젤은 자신의 후손보다 뛰어나서 후손의 생존을 막을 가능성이 높다. --- p.33
노화는 어떤 사건이나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노화는 다른 종과의 경쟁에서 생존상의 이득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프로그램이다. 인간이라는 종이 수백 년 동안 생존하고 현재와 같은 존재가 되도록 만들어준 도구이다. (중략) 노화를 ‘쓰고 남은 핵무기’로 비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고 무기는 더 이상 아무런 쓸모가 없다. 유지비용만 많이 들고, 게다가 방사선이 새어 나와서 우리를 서서히 죽이고 있다. 과거에는 노화가 강력한 무기였지만 이제는 무력화할 때가 되었다. 인간을 쇠약하게 만드는 죽음을 불필요하게 겪고 싶지 않다면 죽음을 막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려면 노화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야 한다. --- pp.34-35
삶의 경험은 분명 긍정적인 결과물이지만, 노화과정이 이러한 경험과는 별개의 존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노인이 젊은이보다 성숙하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노인의 신체적 쇠퇴가 성숙의 원동력은 아니다. 삶의 경험과 건강의 저하는 독립적인 변수로서, 반드시 양립해야 할 이유는 없다. 노화의 대가로 젊음을 잃지 않아도 된다면 어떨까? 건강한 몸으로 더 오랜 삶을 사는 것은 어떨까?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쌓여가는 지혜와 연륜을 누릴 권리가 있지만, 이러한 지혜와 연륜이 삶의 경험이 아닌 건강의 저하에서 온다는 생각은 인간의 대응기제인 ‘합리화’에서 비롯된 사고일 것이다. 적어도 텔로미어 치료는 노인들에게 건강한 신체로 더 많은 삶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