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지 않아도 눈빛들 있다 靑門청문 열어 나서는 봄들과 밭 아지랭이 저 먼 곳 너의 가슴 찌르는 꼿꼿한 햇살 넘어오듯 부르지 않아도 얼굴에 담긴 숨 타는 눈빛들 몰려온다 산천아 태울 것 모조리 태우고 더 이상 쏟을 그리움도 담고 저 깊이 산천에 우리가 비울 세월도 연륜도 눈빛이어늘 살아서 무엇을 꼭 불러야 쓰느냐 부르지 않아도 눈빛들 있다
그렇게 하여 한 시인은 태어난다
가깝고도 멀다 네 조국은 사월이 가고 오월은 오지만 부름도 自由자유도 地平지평에 떠오르지 않는다 연필을 깎는다. 너는 무엇인가 쓰기 위하여 山脈산맥을 향하여 닫아놓은 필통 속에서 아우성친다 밀리고 밀린 사월의 힘. 사월은 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새의 죽음으로 들녘의 초라한 들꽃으로 버려진 낫으로 조국을 이룬다 또는 강줄기에서 물을 틔워 이룬 大河대하의 외침의 자꾸만 작아지는 반도의 땅에 너는 남아서
조국이여 무엇인가 쓰기 위하여 남는다 들끓는 사랑으로 사월은, 오월이 가고 그렇게 하여 한 시인은 태어난다
大 地대지
사람 살아가는 일이 이렇게 드넓구나 大地대지여, 비탈길 오르면 풀잎들 깃발 세우고 오월의 햇살 찬란하구나 가빠지는 숨결로 노래 부른다 사람 살아가는 일의 드넓음이여 詩시 속에 마음 펼쳐 만나는 場장이 반짝이누나 大地대지의 동맥 속에 흐르는 숨결을 본다 흐르는 피를 본다 우리의 깊은 心臟심장 속을 뚫고 흐르는 歷史역사의 눈보라의 바람이여 가시 돋친 하늘이여
우리 죽어 묻힐 땅에 우리 살아 솟을 땅에 맺힌 숨결이여 大地대지여
봄
아지랭이와 같이 피어오르던 가시내야 산골로 메아리와 함께 숨는 새야 비탈에 비탈에 디딜 새 없이 핀 달래야 山산이며 노래며 정든 가슴이며 학교며 집이며 마을이며 언덕이며 邑長읍장이며 面書記면서기며 청밀처럼 고운 머리카락이며 店?商점포상이며 닳고닳은 흰 고무신이며 안단다 벌판에 힘줄처럼 솟은 벌판의 강에 뿌린 햇살 손에 발에 눈썹에 어깨에 뿌린, 온통 햇살 어찌할 수 없는 저 밀려오는, 밀려오는 손뼉, 손뼉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