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감옥 안에서는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자유의 가치를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발견하게 된다. 너무나 소중해서 좁쌀만 한 자유만으로도 피가 끓고 심장은 노래할 수 있게 된다.”
_ 세드릭 벨프리지Cedric Belfrage
--- 본문 중에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욕스러운 순간이었다. 동시에 내 인생에서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중대한 순간이기도 했다. 치욕에 굴복하거나 저항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심리적 자유, 즉 내 정신의 자유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아흐메드 카스라다. 나는 내 이름과 내가 누구인지를 똑똑히 기억하며 천천히 샤워장으로 다시 들어갔고 그들의 얼굴에서 능글맞은 웃음기가 사라질 때까지, 그리고 나 자신이 흔들리지 않는 존재임을 스스로 확인할 때까지 냉정하고 무심한 하늘 아래 서 있었다.
그날 이후 지금껏 나는 늘 찬물로 샤워를 한다. 그때의 긍지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 본문 중에서
감옥에서는 소박한 자유를 포기하지 않아야만 비로소 ‘보다 큰 자유’라는 꿈을 간직할 수 있다. 1989년 10월 15일 마침내 석방된 나는 여러 개의 종이 상자를 챙겨 나왔다. 그 안에는 내 소중한 재산이 들어 있었다. 여섯 곳의 교도소에 차례로 수감되는 와중에도 잃어버리지 않았던 옥스퍼드 영시선과 셰익스피어 전집, 내가 썼던 편지와 같은 수의 답장을 합쳐 모두 900장에 이르는 편지 뭉치, 그리고 수많은 글귀를 옮겨 적어 놓은 공책 일곱 권. 이 공책을 계속 가지고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문장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갈 때마다 기분이 한결 좋아졌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감방에 갇힌 수개월 동안 내게 유일한 친구이자 재산이 되어 준 것은 사색 밖에 없었다. 감금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 과거의 기억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어린 시절의 기억도 되살아났다. 어머니와 돌아가신 아버지, 하나뿐인 여동생, 네 명의 형제들, 조카들과 그 아이들의 가족, 친구들, 동지들. 우리 아버지는 내가 열네 살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를 제대로 이해할 만한 시간을 갖지 못했고, 어머니와도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가르침은 여전히 큰 자양분으로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피부색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존중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항상 잊지 말라고 하셨다. 아흐메드 카스라다, 그것이 나라는 사실을.
--- 본문 중에서
인종분리주의 사고방식이 정말 잔인하고 끔찍한 이유는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성서를 빌미 삼아 신이 백인에게 다른 인종보다 우월한 지위를 부여했다는 믿음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그런 믿음에 따라 흑인인 만델라는 빵을 지급받을 수 없었고, 설탕과 고기, 생선도 인도 혈통을 가진 나보다 적은 양을 받아야만 했다. 물론 나는 프리토리아의 백인 전용 수용소에 수감된 데니스 골드버그보다 적은 양을 받았다. 게다가 나에게는 긴 바지가 주어졌지만, 만델라는 한여름뿐 아니라 한겨울에도 반바지로 버텨야 했다. 이는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평등하다고 말한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생각과 딱 맞아떨어진다. 무엇보다 나보다 나이가 스무 살이나 많은 원로 지도자 월터 시술루와 고반 음베키가 추위에 떨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저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본문 중에서
… 길고 악몽 같은 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현실에 마주하다 보면 주저앉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비참한 상황과 시련, 수많은 결핍, 부정적인 경험들에 매몰되게 마련이죠. 누군가 감방 안에서 창문 밖을 바라보는 두 죄수의 이야기를 쓴 적이 있습니다. 둘 중 한 명에게는 쇠창살이, 다른 한 명에게는 하늘의 별이 보였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정곡을 찌르는 이야기인가요! 물론 어느 누구도 잘못된 것들을 아무런 불평 없이 받아들이고 그저 낙관할 수만은 없을 겁니다. 그럴 수 없죠. 하지만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현실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감옥에 있으면 포기해야 하는 것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유입니다.
--- 본문 중에서
인종차별로 인한 갈등과 투쟁, 유혈 사태와 그 잔재마저 어느 정도 사라지고 난 뒤에도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들은 물론이고 그들에게 우리가 열등한 존재라고 믿게끔 세뇌한 책임이 있는 권력자들조차도 바다에 빠뜨려 죽일 수는 없는 노릇. 우리는 투쟁으로 그들을 뛰어넘고 인종차별 없는 민주적인 남아프리카를 새로이 건설해야 한다. 증오는 반드시 용서와 화해에게 그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그 길뿐이다.
--- 본문 중에서
“아파르트헤이트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잔혹한 역사이다. 그렇지만 로벤 섬이 우리가 겪은 고난과 시련에 대한 기념비가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우리는 그곳이 사악한 권력에 저항한 인간 정신의 승리이자, 편협하고 졸렬한 권력에 맞선 지혜와 대의의 승리요, 인간의 나약함과 결함을 넘어선 용기와 결연한 의지의 승리가 되기를, 옛 남아공에 대한 새로운 남아공의 승리가 되기를 바란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