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초신성 폭발 기념품을 하나 갖고 있답니다. 바로 제 비상금인 금반지죠. 이 금은 46억 년 전 태양계 주변의 어느 초신성이 폭발할 때 생긴 건데, 그게 지구가 만들어질 때 지층으로 들어가, 어느 광부가 캐낸 게 틀림없죠. 이건 공상이 아니라 엄연한 실제랍니다.
별은 이렇게 일생 동안 내부에서 만들어냈던 모든 원소들을 대폭발과 함께 우주 공간으로 날려 보내고, 오직 작고 희게 빛나는 핵심만 남기죠. 이것이 바로 지름 20km 정도의 초고밀도 중성자별로, 각설탕 하나 크기의 무게가 무려 1억 톤이나 된답니다.
한편, 중심핵이 태양의 2배보다 무거우면 중력 수축이 멈추어지지 않아, 별의 물질이 한 점으로 떨어져 들어가죠. 그러면 마지막엔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이 많이 들어본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거죠. 빛도 빠져나올 수 없다는 블랙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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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질량 중 절반을 차지하는 산소를 비롯해, 지구를 이루고 있는 모든 물질은 수소만 빼고는 모두 별과 초신성에서 만들어진 거랍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원소들, 곧 피 속의 철, 뼈 속의 칼슘, DNA의 질소, 갑상선의 요오드, 머리칼 속의 탄소 등,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는 모두 별 속에서 만들어진 것들이죠. 이것은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실제 상황이에요.
따라서 우리는 별에게서 몸을 받아 태어난 별의 자녀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메이드 인 스타’라는 딱지를 붙일 만하죠. 만약 별의 죽음이 없었다면, 별이 죽으면서 아낌없이 제 몸을 우주로 흩뿌리지 않았다면 여러분이나 나, 인류도 없었을 겁니다. 별과 나, 별과 사람의 관계는 이처럼 밀접한 거예요. 이것이 바로 나와 우주, 나와 별의 관계입니다.
우리 인류는 100년 전만 해도 이런 사실을 몰랐답니다. 말하자면 근본을 모른 채 살아온 셈이죠. 이제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그 근본을 알게 된 거죠.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예요. 밤하늘에 반짝이는 저 별들이 알고 보니 우리의 고향이었던 거죠. 우리 모두는 어버이 별에게서 몸을 받고 태어난 존재랍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 별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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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에서 출발한 우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빛의 속도로 팽창을 계속하고 있답니다.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우리 주위의 모든 은하들이 우리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는데, 먼 은하일수록 후퇴 속도는 더욱 빠르답니다. 이는 우리가 우주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죠. 하지만 우주에는 중심도, 가장자리도 없답니다. 모든 지점이 중심이기도 하고, 가장자리이기도 하죠.
우주가 팽창하는 것은 오븐 속에 들어 있는 빵이 부푸는 것과 비슷하답니다. 그 빵 속에 건포도들이 곳곳에 박혀 있다면, 빵이 부풂에 따라 건포도 사이가 벌어지는 것은 건포도 사이의 빵이 부풀기 때문이지, 건포도가 달아나기 때문은 아닌 거죠. 그처럼 은하들이 달아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빵처럼 은하 사이의 공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랍니다. 은하는 그냥 공간에 실려 갈 따름이죠. 따라서 우주의 어느 지점에서 보더라도, 그 지점을 중심으로 은하들이 달아나는 것처럼 보이는 거랍니다. 그러니까 우주 속의 모든 천체들은 서로에게 기약 없이 멀어져 가고 있는 거죠. 싸우고 서로 삐친 아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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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초등생이라도 블랙홀은 다 알죠. 그만큼 블랙홀이 인기인 모양이에요. 그러고 보니 우주와 관련된 말이 유행을 타는가 봅니다. 그룹 가수들도 빅뱅이니, 초신성이니 하는 이름들을 붙이는 걸 보니 말이에요. 자, 이제껏 뜻도 모르고 사용하던 블랙홀이란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제 정확히 알 수 있는 단계에까지 여러분이 와 있답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은 이렇게 생각했답니다. ‘지구가 일정한 물체를 아래로 끌어당기니, 그 힘보다 큰 힘으로 지상을 박차고 오른다면 떨어지지 않고 영원히 올라갈 게 아닌가. 만약 그런 힘으로 포탄을 발사한다면 땅에 떨어지지 않고 지구 주위를 돌 것이다.’ 이 생각에서 오늘날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띄우게 되었죠. 지구의 중력을 박차고 올라갈 수 있는 힘을 속도로 나타내면 초속 11.2km가 되는데, 이를 지구 탈출 속도라고 부른답니다. 물론 지구보다 더 강한 중력을 가진 목성의 탈출 속도는 초속 59.5km나 되죠.
여기서 어떤 이는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 ‘만약 엄청난 중력을 가진 천체가 있어 탈출 속도가 광속, 즉 초속 30만km를 넘어선다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을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블랙홀을 탄생시켰던 거예요. 그러니까 블랙홀은 우주에서 발견된 게 아니라, 먼저 사람의 머릿속에서 발견된 셈이죠. 그 머리의 주인은 18세기 영국의 지질학자 존 미첼이라는 사람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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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어느 날 우주의 입김 한 줄기에 날아가 버린다 하더라도, 내일의 이 우주에 무슨 변동이 있을까요? 아무런 변화도 없이, 밤하늘의 별들은 여전히 반짝이고, 은하들은 제 갈 길을 묵묵히 가리라고 별아저씨는 생각하죠.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는 빛의 속도로 팽창을 계속해 가고 있답니다. 수많은 별들이 탄생과 죽음의 윤회를 거듭하고, 수천억 은하들이 광막한 우주 공간을 어지러이 날아다니고 있죠. 그 무수한 은하들 중 한 알 모래인 우리은하 속에서, 태양계는 지구를 포함하여 모든 태양계 식구들을 데리고 초속 200km라는 엄청난 속도로 우리은하 중심을 초점으로 하여 돌고 있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행성은 또다시 초속 30km로 태양 주위를 순회하고 있죠. 그뿐인가요. 우리은하도 초속 600km의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이동 중이지요. 원자 알갱이 하나도 제자리에 머무는 놈 없는, 그야말로 제행무상(諸行無常)의 대우주랍니다.
아인슈타인의 말마따나 우리가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가장 이해하기 힘든 일일지도 모르죠. 별의 물질에서 몸을 일으킨 사람이 자각하는 존재로서, 자신이 태어난 고향인 우주를 사색하고 별들을 바라보고 있는 거죠. 만약 기적이 있다면, 이것이 바로 기적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우리는 지금 우주의 대서사시에 참여하고 있는 거라 할 수 있죠. 나나 여러분은 기나긴 우주 진화의 여정 속 어느 한 지점에 잠시 머물고 있는 중이랍니다. 따라서 삶과 죽음이 끝없이 윤회하는 우주를 지켜본다는 자각을 가질 필요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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