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날 비웃는걸.” “난 다른 사람들이 아니야, 헤티. 모르겠니?” 탐은 다시 아까 같은 표정을 지었다. 둘이 열다섯 살이 된 이후로 탐은 종종 이런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헤티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했다. 헤티는 탐의 이런 표정이 마냥 거북했다. 왠지 죄책감마저 느껴졌다. 헤티는 땅을 내려다보았다.
--- pp.10~11
북서쪽 끝 돌투성이 해변이 사람들로 붐볐다. 헤티가 보기에는 모라 섬 사람들 대부분이 모여 있었다. 그랜디 할머니, 맥키 아저씨, 퍼 노인도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들쭉날쭉 늘어선 바위 너머였다. 저 끝에서 어떤 형체가 그들을 마주 보고 있었다. 자그마한 노파였다. 헤티는 온몸이 굳어 버렸다. “그 여자야, 탐.” “누구?” “바다유리에서 본 얼굴.”
--- pp.96~97
섬 사람들은 용감할 수밖에 없단다. 그렇게 고립된 상태가 용감하게 만든 거지.” “그럼 아까 모라 섬 사람들이 겁이 많다고 하신 말씀은 무슨 뜻이에요?” “그건 다른 종류의 두려움이란다.” “그 두려움은 왜 생기는 건가요?” “같은 이유지. 고립된 상태 말이다.”
--- p.217
헤럴드 할아버지는 헤티의 품에 안겨 있는 노파를 지팡이로 가리켰다. “저 마녀가 모라 섬에 나타나기 전까지 우린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말이야.” 헤티가 물었다. “그래서 뭘 어쩌시게요? 노파를 죽이기라도 하실 건가요?” “우리 손으로 죽일 필요는 없지. 네 손도 필요하지 않아. 다만 네가 노파에게 먹을 것만 주지 않으면 돼. 그럼 노파는 저절로 죽게 될 테니까.”
--- p.227
헤티는 계속 돛대를 잡아당겼다. 그랬더니 이제 활대가 배 밖으로 튀어 나갔다. 활대와 함께 돛의 일부와 돛대가 여전히 헤티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나마 밧줄에 묶여 있긴 했다. 헤티는 엉망이 된 배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밧줄을 끊고 전부 내던져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헤티는 잘 알고 있었다. 그나마 챙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챙겨야 했다. 언제고 사용할 기회가 있을지도 몰랐다. 혹시라도 이 모험에서 살아남게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