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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길의 소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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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길의 소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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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4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45쪽 | 442g | 140*206*30mm
ISBN13 9788932112657
ISBN10 893211265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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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 : 유장근
유장근 씨는 1954년 하남시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1월 LG그룹에 입사했다. 주로 재무 분야를 책임지는 CFO로 근무해 영업을 총괄하는 부사장 직위까지 올랐으며 만 30년을 근무했다. 2010년 7월에 방배4동 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그는 57세의 늦은 나이지만 신앙 새내기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연히 참가한 피정에서‘나는 누구인가?’,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던 중 아내가 얘기했던 산티아고 순례를 떠올려 떠날 것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1년 3월에 아내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났다. 그동안의 삶과는 판이하게 달랐던 그 순례의 감동이 너무나 커서 글을 쓰지 않고는 도저히 못 견딜 지경이 되어 그동안 한 번도 써 보지 않은 글을 쓰게 되었고, 생애 처음으로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 책에 실린 사진은 아내 이윤순 씨가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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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는 오랜 시간을 걷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걷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왜 걸을까?’
우리는 카미노를 걷는 동안 무언가 생각해 볼 주제를 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그것을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 그리고 ‘부부 사랑’으로 결정했다. --- pp.33-34

어제 아내는 내 발을 걱정하며, “내일은 짐을 택시로 보내고?맨몸으로?걸어요. 그러면 발에 부담이 줄어서?발이 좀 더 빨리 나을 수 있을 거예요.”라고 했다. 나도 사실 그 말에 솔깃했다. 그런데 오늘 이 캐나다 아주머니의 얘기를 듣고 보니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스스로를 질책하게 되었다.?나는 카미노가 하느님의 뜻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히?지금의 어려움을 피하려고만 했던 것이다.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어려움을 대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어려움은 분명히 삶의 일부분일 것이고, 시간적으로도 일생에 비하면 짧은 기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려움이 닥친 때에는 마치 전 생애가 어려운 것처럼 느껴지고,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하면 일생이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따라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어렵지 않고 좋은 면이 더 많고, 지금 잠시 어려울 뿐이지 앞으로 다시 좋은 시기가 오리라는 것을 믿으며 그 어려움에 대처해야 쉽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길이라고 믿으면, 하느님은 분명 내게 힘을 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 pp.154-155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건 하느님의 뜻이 아닌가 싶다. 더 갈 수 있는 길을 가지 않고 여기에 머무르기로 한 것이며, 성당에서 신부님, 그것도 베네딕도 수도회 신부님을 만난 것이며, 신부님이 한눈에 선뜻 나를 독서자로 지명하시고 내가 신부님 요청을 주저 없이 받아들인 것 하나하나가 그리 쉽게 이루어질 일들은 아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마치 사전에 짜여져 있었던 것처럼 일순간에?거리낌 없이?진행되었다. 생각할수록 신기했다. 설레는 기분이었다. 아내도 좋아했다. --- p.233

폰세바돈 마을을 지나는데 세찬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바람 속에 우비를 입고 언덕을 올라 철 십자가에 도착했다. 고도 1,505m란다. 높은 기둥 위에 작은 십자가가 올라 서 있다. 카미노 길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십자가다.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가 돌무더기가 되어 철 십자가를 둘러싸고 있다. 어떤 젊은 청년은 빗속에서도 철 십자가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한참 동안 기도했다. 우리도 여러 사람들로부터 받아온 기도문과 우리의 기도를 담은 돌을 철 십자가 밑에 두고 기도했다.
“주님, 이 길을 걸어가는 저희 부부에게 은총을 내려 주시고 저희 부부가 용기를 잃지 않도록 힘을 주소서. 또한 여기 묻는 모든 분들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소서.”--- p.241

우리 부부는 이번 카미노를 통해 많은 시간 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더 가까워지고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 게 더 맞겠다.
그러나 지금의 좋은 이 관계가 앞으로도 똑같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 상태를 잘 유지하려면 사소한 일에서부터 서로가 이해하려고 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 사실을 안다. 우리 부부는 이번 카미노에서 사소한 것에서부터 서로 아끼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배웠다. 앞으로도 인생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로서, 계속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 p.254

길가에 핀 민들레꽃이 바닥을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였다.
아내는 여기 길가에서도 네 잎 클로버를 찾았다. 오늘은 그렇게 찾은 네 잎 클로버를 아예 만나는 사람들 모두에게 “부엔 카미노!” 인사와 함께 나눠 주었다. 오늘 네 잎 클로버를 준 사람만 해도 6명은 되나 보다. 다들 좋아했다. 순수함은 어디서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방법이 그리 어렵고 먼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 pp.263-264

안으로 들어가는데 정문 옆에 붙어 있는 쪽지의 문구가 나를 멈추게 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 안에서 예수님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To be a Christian is to try to imitate Jesus within our own limitations.’
한참을 서서 문구의 의미에 대해 되새겼다. 나는 세례를 받는 순간 바로 신앙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신앙인으로서의 내 생활은 신앙을 갖고 있지 않을 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물론 과거에 하지 않던 새벽 미사와 주일 미사에 참례하거나 성경 공부를 했지만, 그런 것들이 내 생활을?본질적으로 변화시켰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생활에 변화가 없다면 신앙을 갖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스러웠고, 도대체 어떤 모습이 신앙인의 자세인가에 대한 의뢱심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이 문구를 접하고서야 신앙인이 무엇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삶의 기준을 예수님에게 두고 예수님을 닮아 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바로 신앙인이라는 것, 즉 신앙인이라고 해서 별다르게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항상 신앙을 가치의 표준으로 삼고 생활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신앙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명확하게 제시해 주는 문구였다. --- pp.266-267

카미노 생활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고 초라한 생활이었다. 그러나 카미노는 신앙에 관한 생각, 삶에 관한 생각, 나라는 존재에 관한 생각, 나와 남의 관계에 관한 생각 등 무수히 많은 것을 자유롭게 생각하는 사유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분명히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결국 의미 있게 산다는 것은 빈부, 애환, 성패 등의 기준 즉 ‘어떻게 사느냐?’의 기준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며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존재, 즉 내가 살아 있음 그 자체가 바로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느껴졌고 저절로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고 기도드리게 되었다.
--- pp.31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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