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그러니까, 우리는 괴수를 찾으러 가려고 합니다.”
순서가 돌아왔을 때, 나는 말했다.
“아프리카 적도 바로 밑에 콩고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그 오지의 열대 밀림 한가운데는 텔레호(湖)라는 호수가 있지요. 거기 괴수가 있는 거 같으니 찾으러 가자는 겁니다.”
…… 말을 마치고 모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약간 흥분한 사람, 처음부터 넌더리를 내고 있는 사람, 웃는 사람 등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동아리 전체에 커다란 임팩트를 준 것만은 분명했다. 자, 어때! 이 탐험 계획에 트집을 잡을 수 있겠어?
그러나 바로 트집(?)이 마구 튀어 나왔다.
“정말로 그런 곳에 갈 수 있는 거야?”, “자금은 어떻게 할 건데?”, “입국 허가는 받을 수 있어?”
순식간에 나는 길 잃은 어린 양이 되었다. 공동 제안자인 다카하시도 “아니, 아하하……” 하고 웃어넘기기에 바쁘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검토하겠습니다.”
그래,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
--- '프롤로그' 중에서
나도 작년(1차 원정 때)에 이미 겪었지만, 대원들이 도착했을 때도 공항의 포터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짐을 뺏고는 각각 자신들과 거래하는 택시 트렁크에 쌓기 시작한 모양이다. 녀석들은 집요해서 “어, 잠깐 기다려!” 하는 정도로는 돌아보지도 않아 큰 소동이 벌어졌다. 겨우 짐을 되찾았지만, 상대편은 영어를 모르고, 이쪽은 프랑스어를 못한다.
어쩔 수 없이 모리야마와 가네코 등이 일본에서 공부한 링갈라어를 생각나는 대로 나열했지만, 현지에서 사용하는 건 처음이었고 상황도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난 킨샤사에 갔다”(킨샤사 거리로 가고 싶다, 고 말하려고 했다), “나는 달러입니다”(우리는 달러밖에 없다, 라고 말하고 싶었다) 등 알아들을 수 없을 말을 해서, 택시 기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 '1장 콩고 도착' 중에서
조금만 더 가면 된다. …… 별안간 정글 틈새로 거대한 호수가 나타났다. 어둡고 울창한 밀림을 계속 걸었던 우리에게 그것은 마치 바다처럼 보였다. 나는 아연실색해서 물가로 걸어갔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끌려들어 갈 것 같다.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바보처럼 중얼거린다.
“대단해……대단해……대단해.”
이것이 텔레호인가, 이것이 내가 수없이 입에 담아왔던 그 텔레호인가, 이것이 모켈레 무벰베가 사는 텔레호인가……. (원주민 가이드인) 디도가 호수 안으로 들어가서 나를 부른다.
“야카 다카노!(다카노 이쪽으로 와!) 락크 테레 키도코 밍기!(텔레호는 최고야!)”
나는 떠밀리듯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은 홍차처럼 빨갛고, 목욕물처럼 따뜻하며, 바닥에는 진흙과 죽은 풀들이 쌓여 있었다. 목까지 담근 채 오른쪽 숲으로 들어가는 석양을 봤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 행복한 얼굴로 둥둥 물에 떠 있는 다카하시에게 말을 걸었다.
“굉장한데!”
“정말 크다. 다카노, 지난 2년간의 승리야!”
--- '2장 텔레호로 가는 길' 중에서
(현지 가이드들에게 물었다) “이중에 모켈레 무벰베를 본 적이 있는 사람 있어?” 그랬더니 놀랍게도 2명이 나왔다. 마후와 이자크다. …… “그걸 보고 난 정말로 깜짝 놀랐어. 이렇게 검고 커다란 것이 수면에 떠 있었어.”
우리는 신음했다. 밤에, 그것도 텔레호 현장에서 듣는 목격담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리얼하다. 등 뒤의 기척을 느낄 것 같다. 나는 조금 더 그 ‘검고 커다란 것’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 노트와 볼펜을 꺼내서 “그림을 그려 줘!”라고 부탁했다. …… 긴 목에 긴 꼬리, 커다란 몸집에 코끼리 같은 다리 4개. 내가 어렸을 때 자주 그렸던 공룡 브론토사우루스의 어설픈 그림과 똑같다.
--- '3장 무벰베를 추적하라!' 중에서
“아무래도 식량이 모자랄 것 같아!”
처음에 그렇게 말한 것은 꼼꼼한 무카이였다. 모두 숙연한 얼굴로 말이 없다.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식사조차 만족스럽게 할 수 없다는 건 적잖은 충격이다. 하지만 내 마음은 80퍼센트 낙담을 하면서도 20퍼센트 정도는 두근거렸다. ‘계획대로 40일을 보내는 건 너무 시시하잖아. 이제 더 재밌어지겠는 걸!’
나쁜 일이 있으면, 반드시 그걸 잊을 만한 좋은 일도 있다. 식량 문제로 모두가 심각해져 있을 때, 도부르가 악어를 잡아왔다. …… 배와 다리로 표피는 비교적 단단하지만 안의 고기는 부드럽고, 눌러보면 탄력이 느껴진다. 짧은 다리로 떡하니 버티고 있는 모습도 귀엽다.
고기는 맛있다는 한마디로 충분했다. 보기에도, 처음으로 입에 넣었을 때 느낌도 영락없이 흰 살 생선의 고기였지만, 씹을 때마다 쫄깃함이 느껴지고, 삼킬 때는 닭고기의 가슴살과 똑같은 맛이 난다. …… 정말이지 악어는 사랑스럽다. 실제로 사냥을 당해 끌려오는 걸 보고, 해체 작업을 구경하고, 그 고기에 대해 알게 된 동물에게는 커다란 친밀감이 느껴진다. 먹는 것은 사랑의 일종이라고 전에 어떤 책에서 읽었을 때는 너무 도식적이어서 믿기 어려웠지만 진실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물며 자신의 손으로 죽인 그 고기를 먹는다는 건 무엇보다 그걸 좋아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극한의 애정이란 이렇게 일방적이고 제멋대로인 것일까. 마지막 뼈를 끈질기게 핥는 동안 이루어진 고찰이다.
--- '4장 위기일발 탐험대' 중에서
“안 돼, 안 돼, 어떻게든 해야 돼!”
……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먼저 생각난 것은 물속으로 잠수해본다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텔레호 물은 홍차 색인 데다가 부드러운 진흙으로 탁해서, 투명도는 약 30센티미터, 자기 손발도 잘 보이지 않는 판국에 말이 되지 않는다. 무벰베를 낚아 올리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초식동물이라고 알려진 놈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쌍끌이 어선 작전도 나왔다. 샛강에 설치해둔 망을 가지고 와서 그것을 2척의 카누로 끌어당겨, 호수 바닥의 무벰베를 다른 물고기와 함께 일망타진하자는 안이지만, …… 언뜻 생각하기에도 이 방식은 배가 노획물보다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모터가 2개는 필요하다. 게다가 모터가 부릉부릉 하는 소리를 내며 다가가면 무벰베가 도망가 버릴지도 모른다.
“결국 성능이 더 뛰어난 기계가 필요하다는 얘기야.”
기술지상주의자 무카이가 말한다. …… 정말이지 수단을 가리지 않는 작전이다. 수단을 가리지 않는 방법이라면 더 좋은 게 있어, 하고 누군가가 말했다.
“텔레호에 있는 물을 전부 퍼내면 돼!”
모두 힘없이 허허허 웃었다. 무라카미가 평소와 다름없는 싱글벙글하는 얼굴로 말한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지. 호수에 독을 뿌리면 시체가 떠올라서 금방 알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만큼 서늘해졌다. 이거야말로 극단적이다.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현실로 돌아왔다.
--- '5장 라스트 챌린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