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견해가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지배적인 견해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녀 간에 선천적이거나 실제적인 차이는 없고, 단지 다른 양육방식으로 인해 발생한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들과 피상적인 차이들만 존재할 뿐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하는 시기도 있었다. 이 리스트에서 빠진 것은 무엇일까?
남녀는 다르지만 동등하다는 견해. 바로 이것이 이제껏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주장이다. 이 관점에서는 남녀 중 어떤 쪽도 총체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 그러나 서로 분명한 차이는 있다. 더 나아가 남녀 간의 이 차이점들이 서로 상쇄된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이 주장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한 감상적인 타협안 같아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남녀가 동등하다는 주장은 문화가 남성을 이용한다는 내 주장의 기반이다.
문화는 남성과 여성을 다르게 이용한다. 실용적인 이유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은 기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문화적 입장에서 남녀는 각각 다른 용도로 유용하다.
남녀 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 남성과 여성은 서로 맞바꿀 수 있는 존재가 된다. 그렇다면 문화가 이득을 취하기 위해 규정한 성역할에 있어 남녀 중 누가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상관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문화에서는 전투에 나가 싸울 사람이 필요하고, 아기를 돌볼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보자.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 두 업무를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분배한다고 치자. 어떤 문화는 남성들을 이용해 아기를 돌보고, 여성들을 이용해 전투를 치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남녀에게 차이가 있다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문화에서는 남녀 중 누가 어떤 업무에 적절한지 제대로 알아낼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업무를 분배할 것이다.
‘다르지만 동등하다는 것’은 양성평등의 측면에서 급진적인 이론이다. 이 이론은 남녀의 동등성을 동일성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트레이드오프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특정 업무를 잘 해낼 수 있는 개인적 특성이 있지만 또 다른 업무에서는 이 특성과 반대되는 모습이 더 유용하게 쓰인다. 남녀 간의 차이는 이와 같은 트레이드오프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2. 여성과 남성, 누가 더 우월한가」중에서
섹스 또한 흥미롭고도 중요한 행동 영역이다. 섹스 테크닉에 대해서는 남녀가 서로 불평하기도 하지만 실제 성적 능력에는 남녀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동기에 있어서는 차이가 존재한다. 지금 중요한 포인트는 섹스에 있어서 남녀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과 이것이 대부분 동기적인 측면이라는 것이다. 섹스 행위 자체에서 남녀의 선천적 능력 차이를 보여주는 근거는 별로 없다. 남녀 차이는 섹스에 대한 욕구에서 발견된다. 남성은 여성보다 더 자주 섹스하고 싶어 한다.
굳이 따지자면 남성보다 여성의 섹스 능력이 선천적으로 더 우월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신체적으로 여러 번의 절정을 느끼는 것이 가능하다. 여성은 성적 흥분 없이도 삽입이 가능한 반면 남성은 그렇지 못하다. 여성은 절정을 느낀 이후에도 바로 섹스를 계속할 수 있지만 남성들은 생리적 불응기가 지나야 다시 섹스가 가능하다. 이런 차이를 능력의 차이라고 간주한다면 이 모든 사실은 여성이 성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볼 수 있다. 남성이 보다 높은 것은 성적 동기다.
섹스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욕구 중 하나다. 하지만 섹스에 대한 욕망은 남녀에 따라 다르고,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강하다. 그래서 자유와 평등을 찬양하는 오늘날도 데이트 비용만큼은 남성들의 몫인 것 같다.- 3. 못하는 건가, 안 하는 건가
남녀 불평등의 기초는 문화라는 것이 남성의 영역에서 출현한 데 있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남성은 여성보다 높은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이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선천적 열등함을 가지기 때문이 아니며, 여성을 속이거나 억압하려는 남성들의 음모 때문도 아니다. 남성이 높은 지위를 얻게 된 것은 부와 지식, 권력이 그들의 영역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남성 영역의 큰 집단은 점차적으로 (그리고 종종 고통스럽게) 다양한 영역의 발전을 가져다주었다. 남성들은 예술과 문학, 종교, 철학, 과학, 군사조직, 무역과 경제관계, 기술, 정치구조와 정부, 그리고 나머지들을 창조했다. 이러한 영역들은 일반적으로 유대감이 약한 사회관계들로 이루어진 큰 집단으로부터 생긴 이점들을 이용했다. 반면 하나의 쌍으로 이루어진 친밀한 유대관계에는 그다지 의존하지 않았다.
---「7. 여성과 남성, 그리고 문화」중에서
불안한 남자다움은 남성의 자존심을 이해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남성의 자존심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할 만한 것들은 별로 없다. 경쟁적인, 공격적인, 단호한, 민감한 그리고 거만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이는 인간의 속성 가운데 그리 사랑스러운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특히 남성의 자기중심주의가 두드러질 때는 매우 불쾌하다.
하지만 남성의 자존심은 젊은이가 남성들 세계에서 헤쳐 나가기 위해 유용하고, 적응적이고 때때로 필수적이기조차 한 것이다. 소녀는 단지 성장함으로써 여자가 되지만 소년은 자동적으로
남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남자라는 신분을 얻기 위해 싸워야 하고, 이는 자신감(시험에 통과할 수 있다는)과 경쟁적인 노력(그가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서고, 남자다움을 얻는 것을 방해하는 사람들로부터 인내심 있게 버티기 위해)을 필요로 한다.
가상 페미니스트들 같은 회의론자 및 남성 배척론자들은 남성의 자존심에는 불안이 깔려 있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그들이 맞다. 그러나 보통의 남성에게 있어 이러한 불안은 인격적 결함이
아니다. 오히려 불안은 사회 내 남성 역할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이며, 남자다움의 일부다. 남자다움은 확고한 것이 아니다. 이는 눈에 보이는 행동 및 다른 사람들이 보고 검증한 위험들을 통해
쟁취해야 하며, 또 쉽게 잃을 수도 있다. 남자다움을 성공적으로 쟁취한 후에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은 늘 안전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또한 그는 자신과 자신의 명예를 항상 지켜야만 한다.
당신의 남자다움에 대한 도전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에 늘 경계태세를 취해야 한다.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거울 앞에서 “지금 당신 나한테 말하는 거요?”라고 말하는 유명한 대사처럼 말이다. 권총을 쥐고 누군가의 도전으로부터 남자다움을 지킬 준비를 연습하는 장면이었다.
간혹 남자다움은 실제로 싸움을 요하며, 결투를 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잠시 멈춰 이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투는 남성의 자존심에 대해 사람들이 개탄하는 많은 특성들을 지니고 있다. 경쟁, 쓸데없는 폭력, 타인을 이기려는 것, 모욕에 대한 과민반응. 정부와 걱정 많은 시민들이 근절시키려 해도 왜 이것은 그토록 오랫동안 남아 있는가?
---「9. 남성성의 획득과 남성의 자존심」중에서
여성보다 남성이 섹스를 더 원한다는 점은 일상의 불편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사실은 남녀 간의 정치적 관계와 남녀 상호작용의 큰 원동력이 된다. 더불어 이것은 시장의 기초를 만든다. 남성들
이 여성의 애정을 놓고 경쟁하고, 섹스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많은 문화에서 부는 주로 남성들에 의해 창출되지만 여성들과 공유해야 한다. 부는 의식주를 비롯해 다른 필수품과 사치품을 살 수 있게 한다. 어떤 문화에서도 남성들이 부를 모두 틀어쥔 채 여성들이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것을 두고 보지 않는다. 남성으로부터 그 문화의 부를 여성으로 전달하는 어떤 메커니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는 무역과 교환을 통해 증대된다. 많은 남성들이 무역을 통해 큰돈을 벌어들였다. 부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이동되려면 교환 형태가 유용한 메커니즘이었을 것이다. 사실 문화는 아무 대가 없이 남성의 부를 여성에게로 이동시킬 수도 있다. 많은 현대사회에서는 남성에게 부과된 세금을 여성에게 투자한다(돈을 버는 여성에게도 세금을 부과하기는 하지만 전 세계 모든 사회에서 남성이 더 많이 일하고 번다는 이유로 남성에게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집행 과정도 복잡하고, 분배를 위한 시스템도 구성해야 한다. 그보다는 직접적인 교환이 훨씬 잘 운영된다. 이 교환문제를 개인들이 스스로 처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성은 남성의 부를 대신해 무엇을 그들에게 제공해야 할까? 특히 직업도 없고, 돈이 되는 기술도 없는 여성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화는 이런 여성과 아이들이 돈을 받을 수 있
는 시스템을 찾아야 했다.
여성은 남성이 원하는 무엇을 가지고 있을까? 한 가지 답은 섹스다. 물론 전혀 낭만적이거나 이상적이지 않은 관점이다. 나도 인정한다. 앞으로 간략히 설명하려는 이 이론은 절대 로맨틱하지 않다고 비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많은 근거들이 이 이론을 뒷받침한다. 오해를 피하고자 말한다면, 나 또한 개인적으로 로맨스와 사랑의 마법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달콤하고 과장된 감정과 동시에 성적 시장의 압박도 사람들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
섹스경제학 이론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섹스를 원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이런 성욕의 차이로 인해 남성들은 섹스에 있어서 약자의 위치를 점하게 된다. 남성은 여성이 섹스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그녀에게 섹스 이상의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 섹스에 대한 남성의 욕망은 여성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고, 그걸 여성에게 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을 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교환과 시장이 형성된다. 여성과 남성 모두는 상대에게 원하는 바가 있고, 상대가 원하는 것도 가지고 있다. 남성들은 물질적·문화적 자원을 가지고 있고, 여성은 섹스에 대한 제어권이 있다.
---「10. 결혼과 성관계를 이용한 남성 착취」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