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부산에서 출생해 연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였고, 잡지사에서 기자로 근무하였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며 번역서로 'J'aime lire'시리즈 아동용 동화 5권과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십자군 전쟁』 『영원한 일본』외 다수가 있다.
저자 : 필리프 코마르 Philippe Comar
조형예술가인 필리프 코마르는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파리의 에콜 데 보자르(프랑스 국립 미술학교)에서 형태학을 가르치고 있다. 조르주 퐁피두 센터, 베네치아 비엔날레, 그리고 라 빌레트 과학 박물관에 참여하였으며, 1993년에 전시회 를 기획하고 카탈로그 제작을 담당하였다. 저서로는 『즐거운 원근법』등이 있다.
성별을 대조시키는 관행은 피부색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근육을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이런 관행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상적인 인체는 자연스럽고 균형잡힌 반면 바로크식의 인체는 풍만하며, 여성과 남성의 체형적인 대비는 그 절정에 이르렀다. 고대 미술의 특징을 이루었던 '매끈하게 뻗은' 토르소는 이제 울퉁불퉁한 근육과 비곗살에 눌려 자취를 감추었다.
다빈치는 근육이 지나치게 발달해 '호두 자루'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나체의 습작들을 비판했다. 그러나 근육질의 헤라클레스 상이나 어깨가 딱 벌어진 아담 상은 육체미 애호가들과는 별 상관이 없다. 이 인물상들의 형태는 살아 있는 사람을 재현한 것이라기 보다는 조각술의 기본 법칙에 따랐을 뿐이기 때문이다. 인체의 돌출부와 주름이 강조된 것은 고대 그리스 미술의 주요 특성을 충실하게 재현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장한 나머지 돋보기로 확대한 듯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남성의 힘이 극도로 예찬받는 속에서 인체는 건장하고 살아 있는 듯한 캐리커처로 묘사되기에 이르었다. 남성의 인체가 넘치는 힘을 내보이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여성은 비만체로 전락했다. 살집은 마치 순대처럼 꼬였으며, 퉁퉁한 등은 불룩하게 주름이 잡힌 모습이었다.
정확한 수치 계산에 따라 만들어진, 매끈한 피부와 탄탄한 몸매의 고대 '비너스'는 이제 풍만한 육체에 자리를 양보했다. 체형의 구조에 매달려 돋을 새김으로 인체의 골격을 표현하는 것이 고전 양식이었다면, 바로크 양식에서는 골격이 살집에 파묻힌 겉모습만을 다루었다. 이상형은 외형이 내뿜는 매력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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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인간은 팔이 네개에 다리도 네개,얼굴은 두개이고 부끄러운 부분도 두개,그 나머지 부분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제우스는 인간의 불복종을 다스리고자 병조림을 만들기 위해 과일을 자르듯,또는 말총으로 삶은 달걀을 등분하듯,인간을 둘로 나누었다' <아리스토파네스와의 대화 - 플라톤,『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