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헤티가 지어낸 이야기예요. 헤티에게 자식은 없었어요.”
“하지만 사진은 뭡니까? 사진이 무척 많았는데!”
줄리가 코웃음을 웃었다.
“랍비님, 그 사진들을 자세히 보셨나요? 모두 카탈로그에서 오려낸 거예요. 멋지기는 했지요. 그래요, 헤티는 그 사진들을 정말 좋아했어요. 나도 친목회 일로 헤티의 집에 갈 때마다 그 사진들을 봐야 했어요. 하지만 잡지와 카탈로그에서 오려낸 사진이란 걸 금세 알아봤어요.
헤티는 정말 그 사진 속의 사람들과 함께 살았어요. 해가 갈수록 그 사진 속의 사람들도 나이를 먹었지요. 헤티는 갓난아기 사진부터 시작해서, 아장아장 걷는 아기까지 모았어요. 그 사진 속의 사람을 아들로 삼았고, 딸로 삼았어요. 심지어 부모까지요. 그리고 모든 사진을 액자에 곱게 간직했고,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까지 꾸몄어요. 그들이 어떻게 자랐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요. 헤티가 감기에 걸리면 그들도 감기에 걸렸어요. 헤티가 휴가를 떠나면 그들도 휴가를 떠났고요. 한마디로, 헤티는 지난 20여 년 동안 꿈의 세계에서 살았던 거예요. 그 사진들과 함께.”
나는 벽난로 선반과 창문 아래 탁자에 놓인 사진들을 생각하자 어안이 벙벙했다.
“로즈메리와 마이클, 저스틴, 사만다…… 모두가 그렇단 말입니까?” --- 「헤티의 아이들」 중에서
“그러니까 엽서가 계속 왔다는 뜻입니까? 지금도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엽서들을 대강 살펴보았습니다. 이디시 어로 쓰여, 제게는 낙서일 뿐이었습니다. 날짜도 적혀 있지 않고요. 하지만 풀럼의 숙박소로 배달된 엽서들이 있었고, 버밍엄으로 배달된 엽서들도 있었습니다. 이곳으로 배달된 엽서도 많았고요. 깨끗한 우표가 붙은 엽서, 옛날 우표, 영국 우표, 심지어 십진법이 도입되기 전의 우표가 붙은 엽서도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때로는 두 번까지 아버지는 엽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장례식 이후로는 배달되지 않았습니다. 혹시…….”
우리는 다시 침묵에 빠졌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싸늘한 전율마저 밀려왔다. 나는 책상 위에 놓인 엽서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의 말이 맞았다. 1950년대 우표가 붙은 엽서가 있었다. 왜 내가 그걸 보지 못했을까? 나는 엽서에 쓰인 글을 읽는 데만 치중했지, 소인을 눈여겨보지는 않았다.
마침내 내가 물었다.
“그래서 내게 이 엽서를 가져온 겁니까? 혹시 다른 이유는 없습니까?”
그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손가방을 집어 들더니 가방 속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커다란 갈색 봉투를 꺼냈다. 봉투의 덮개를 열고는 내 책상 위에서 흔들었다. 우편엽서 하나가 떨어졌다. 나는 그 엽서를 집어 들어 살펴보았다. 앞면은 흔하디흔한 풍경 사진이었고, 뒷면에는 우표 위에 흐릿한 소인이 찍혀 있었다. 영어로 쓰인 편지글이 있었다. 검은 잉크로 쓴 듯했다. 나는 편지글을 읽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네 엄마와 나는 잘 지낸다…….”
--- 「우편엽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