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인 파벸은 한 소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상당히 오랜 기간 그녀와 헤어져 있어야 했다. 그가 떠나기 전날 저녁에 그들은 이미 어둠이 내린 공원을 함께 거닐었다. 한여름이엇다. 베어낸 풀이 아직 공원의 풀밭 위에 놓여 있었고, 그 풀에서는 강렬하고도 달콤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공원의 작은 연못에서는 개구리들의 꽥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외엔 먼 곳에서 짖어대는 개의 소리만이 들렸다. 이따금씩 길의 자갈 위를 거니는 발자욱의 자그락거리는 소리도 났지만, 이내 다시 조용해졌다.
파벸과 크리스티네는 돌로 지어진 그리스 풍의 작은 누각이 서있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이곳에 그들은 앉았으나, 마음은 불안했다.
그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흔히 사람들이 이별 전에 주고 받곤 하는 모든 말을 그들은 이미 서로에게 했고, 또 되풀이했기 때문이었다.
얼마 후 그 소녀는 「오늘도 이야기를 해줘요. 마지막으로 말이에요.」라고 청했다. 파벸은 이야기를 해주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크리스티네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제일 좋아했다. 그의 이야기들은 종종 동화나 전설, 혹은 역사적인 사건에서 나온 것이었으며, 다른 이야기들은 전적으로 그의 영감에서 얻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종류의 글을 쓰기에는 자신이 충분히 부유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오랜 세월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그런 제어하고 구분하는 힘이 자신에게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껴서인지, 이 이야기들을 결코 글로 쓰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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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미의 심재로 두 개의 장미화환이 만들어졌고, 그런 후에는 한 개의 요람이, 그리고 최후에는 두개의 관과 두개의 묘십자가가 만들어졌소. 하지만 두 개의 관과 두 개의 묘십자가는 아주 오랜 후에야 비로소 만들어졌소. 또한 그럼에도 그 장미덤불은 계속 뻗어 나가서는 완전한 장미정원을 이뤘소. 저녁노을, 아침노을이 그 정원의 장미들과 유희했고, 그리고 에올의 하아프를 스치고 지나가서 불안에 내몰린 사람들의 두 빰에서 눈물을 마셔 없애 버린 바람도 그러했소. 또한 달, 무지개들, 별빛들, 별똥별들, 초록빛의 잠자리들, 황금빛 날개를 달고 있는 풍뎅이들도 그 정원의 장미들과 유희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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