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가슴을 흔드는 그때 그 이야기들이 쉼 없이 펼쳐진다. 이 글은 유년기 추억부터, 학창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레 흘러간다. 흔한 시간적 구성을 따르고 있지만, 그가 들려주는 성장의 기록들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 때로는 묵직하게, 때로는 울림 있게 나를 ‘그때 그 순간’으로 데려다준다. 그리고 이렇게 속삭이게 만든다. “나도 참 좋은 날이었지….”
- 정주영 (《나는 고작 서른이다》 저자)
누구나 책을 쓰는 세상을 꿈꾼다. 물론 그 누구나가 ‘아무나’는 아니다. 우리와는 별반 다르지 않지만 같은 일상을 살면서도 지나가는 순간을 붙들어 그 느낌과 생각을 함께 나누려는 ‘따뜻한 공감’의 소유자. 이 책에는 그런 저자의 흐뭇한 마음이 가득 실려 있다. 그는 자신의 일상에 또 다른 누군가를 초대하고 응원한다. 이 책을 읽는 당신도 그런 존재가 되어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세상을 나는 꿈꾼다.
- 홍승찬(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 교수)
한 시인은 ‘고통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스스로 고통과 화음이 되는 악보를 갖추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일상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스스로 일상과 화음이 되는 악보를 갖추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저자 이형동은 따뜻한 시선을 장착하고 가까운 기억에서부터 먼 기억까지 일상을 들여다봄으로써 유려하고 장려한 음악들을 날려 보낸다.《참 좋은 날들》은 그 따뜻한 시선의 악보다.
신승철 (소설가)
아니다. 난 하나도 괜찮지 않다. 따지고 보면 불합리하고, 힘들고 불편하다. 전혀 괜찮지 않다. 지금 당장 너무 힘들고, 오늘만큼은 일찍 퇴근해 쉬고 싶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괜찮다는 말이 튀어나온다. 만약 당신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사회생활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사회생활을 매우 잘하고 있는 사람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생활의 능력치가 높은 사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말들이 습관처럼 튀어나온다는 건 최소한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정말 괜찮은 걸까. 오늘 정말 괜찮은 걸까. 앞으로도 괜찮을 수 있을까?
---「괜찮습니다」중에서
때로는 영화보다 영화 속 대사가 더 유명해지곤 한다. 흥행에 상관없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시간이 지나 재조명 받는 경우도 있다. 내가 지금 말하려고 하는 영화도 그렇다. 영화 [부당거래]에서
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것이 권리인 줄 알아. 이 짧은 대사는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얻으며 여러 상황에서 회자되곤 한다. 일상 속 많은 관계에 적용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 간, 친구 사이, 선배와 후배, 선임과 후임, 스승과 제자,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 점원과 고객 등 대부분의 관계에서 쓸 수 있는 말이다. 기가 막힌 대사다.
---「호의」중에서
때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유명했던 피아니스트 비트겐슈타인은 전쟁 중, 오른팔을 잃는 중상을 입는다. 피아니스트에게 팔을 빼앗기는 일만큼 절망적인 것이 있을까. 그 소식을 들은 라벨은 그를 위한 곡을 만들어 헌정한다. 한 손으로 칠 수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곡,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남아 있는 왼손으로 이 곡을 연주하고, 다시 한 번 유명세를 얻는다. 라벨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선물 받게 된 것이다. 신이 아닌,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나는 강연을 들으며 이 곡이 그런 선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러한 선물을 받는 것보다, 줄 수 있는 것이 훨씬 큰 축복일 것이다. 나도 누군가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왼손일 수 있을까.
---「왼손을 위한 선물」중에서
“이 꽃 한 묶음에 얼마예요? 한 다발 말고, 한 묶음이요.” 현금이 얼마 없었고, 트럭에는 카드 단말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저씨는 손으로 한 묶음을 잡더니, “오천 원이오”라고 답했다. 그 한 묶음은 정말 작아 보였다. 지갑에 있던 현금은 달랑 오천 원이 전부였고, 순간 살지 말지 꽤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런 그녀를 본 주인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아가씨는 오천 원으로 봄을 사는 거예요.” 오천 원으로 봄을 사는 것. 그 한마디에 그녀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오천 원을 냈다. 그리고 아저씨에게 봄을 건네받았다. 다시 길을 걷는 그녀의 손에는 작지만 싱그러운 봄 한 묶음이 들려 있었다.
---「오천 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