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고도 사려 깊은 무섬증 퇴치법

『개가 무서워요!』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내고,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재치 넘치는 이야기로 그 무섭증을 이겨내는 방법을 제시하는, 재미있고도 사려 깊은 그림책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레오나르트는 무척이나 개를 좋아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개 짖는 소리로 아빠를 깨우고, 아침밥을 먹기 전에 개를 스물 댓 마리 쯤 그리는가 하면, 연세가 일흔아홉이나 되신 할머니와도 강아지놀이를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런데 그러던 레오나르트가 하루는 거리에서 조그만 개 한 마리와 맞닥뜨린 뒤로 개를 무서워하기 시작합니다. 세상이 온통 무서운 개들로 가득 찬 것만 같고, 마음속도 온통 개가 무섭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지요.

그렇게 개에 대한 무섬증으로 잠을 못 이루던 어느 날 밤, 뜻하지 않게 요정이 나타나 소원을 묻습니다. 레오나르트는 대뜸 이렇게 대답하지요. "크고 힘센 개가 되고 싶어!" 개에 대한 무서움을 이기기 위해 스스로 큰 개가 되고 싶었던 것입니다.

다음 날 아침, 레오나르트는 정말로 커다란 개가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슬픔에 빠지고, 레오나르트의 거처는 뜰에 새로 지은 커다란 개집으로 옮겨지지만, 정작 레오나르트 자신의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아빠와 함께 처음 산책을 나가던 날은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개라는 느낌까지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개가 된 레오나르트는 과연 무섬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답은, '아니었습니다!' 개는 더 이상 무섭지 않았지만, 대신에 새로운 무섬증이 생겨난 것이지요. 그것은 바로 아이들에 대한 무섬증이었습니다! 세상이 온통 조그만 사내아이로 가득 찬 것만 같고, 그 아이들이 무서웠습니다. 이제 레오나르트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야기는 다시 나타난 요정이 레오나르트를 원래대로 되돌려놓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의 레오나르트는 예전의 레오나르트와는 달라진 새로운 레오나르트입니다. 더 이상 일어나자마자 개 짖는 소리로 아빠를 깨우지 않습니다. 강아지놀이를 하자며 할머니를 괴롭히지도 않겠지요. 엄마 아빠가 레오나르트를 꼭 껴안고 한참 동안 뽀뽀를 하며 귀찮게 할 때는 예전처럼 다시 으르렁거리긴 하지만, 그건 아주 잠깐입니다.

그렇다면 레오나르트는 이제 개가 무섭지 않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무서움을 덜어낼 줄은 알게 되었겠지요. 왜냐하면, 처지를 바꿔서 생각하는 방법, '역지사지'를 배웠으니까요. 이 책을 읽은 독자들과 함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