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서문_신승환
팀장이 시누이보다 밉다!
프로젝트는 고객과의 영원한 줄다리기다. 새로운 요구사항을 추가하려는 고객. 요청된 요구사항만이라도 충실히 개발하려는 팀원. 그리고 팽팽한 줄다리기의 가운데 팀장이 서있다. 프로젝트 완료 보고서에 도장을 찍어줄 고객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팀장을 쳐다본다. 다른 한편에서 힘이 부친 팀원은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본다. 팀장이 내 편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눈이 마주친 팀장은 팀원에게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 팀원은 힘이 셈 솟는 것 같다. 이 때 팀장은 고객 쪽 깃발을 냉큼 올려 버린다. '고객 승!' 그러나 줄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다.
다시 생각해 보자! 프로젝트는 누군가의 희생이 다른 사람의 기쁨이 되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일까? 고객과 팀원의 이해는 서로 다르다. 따라서 방향이 정반대는 아닐지라도, 고객과 팀원 사이에 이해의 교집합을 찾기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요구사항이나 변경이 생길 때마다, 고객과 팀원은 줄다리기 싸움에 놓인다. 지루한 줄다리기 패러다임을 받아 들인다면, 팀장은 팀원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흡혈귀나, 고객 만족이란 단어를 모르는 꽉 막힌 사람,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적당한 눈치보기로 연명하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답은 상자 밖에 있다. 즉 줄다리기 패러다임을 다른 두 벡터 사이에서 새로운 힘을 찾는 것으로 생각해보자. 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순간, 팀장은 적당한 타협을 찾아내는 깃발에서, 팀원이라는 900마력 엔진을 달고 고객이라는 뒤바람을 맞으면 달리는 F1 드라이버가 된다. 서로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서 움직이던 고객과 팀원의 역동적인 힘을 프로젝트의 성공을 향하게 만든다. 단지 팀장이 패러다임을 바꿨을 뿐인데 말이다.
패러다임을 바꾸기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고, 팀원들이 적절한 자기계발과 프로젝트에 기여하도록 도와야 하며, 프로젝트를 적절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 회사와 상관의 이해 관계도 살펴야 한다. 즉 다양한 역학 관계 속에서 사람을 다루어야 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 팀장은 위대한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위대한 관리자
개발자들은 관리자가 된다고 생각하면 미지의 거부감과 두려움에 쌓인다. 개발자들이 천성적으로 관리를 싫어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관리자로서 어떻게 하는지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관리자로서 임무만을 강요 받는데도 한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서는 사수/부사수의 도제 형식으로 가르침을 받거나 각종 세미나, 교육 과정을 통해서 관리를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관리자가 된 개발자는 그 순간부터 관리자로서 태어난다. 관리자가 되고 싶었던 개발자라도 관리자 교육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넘어지고 깨지고 욕 먹고 혼자서 깨닫는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만 한 명의 관리자로서 태어난다.
선배와 선생님으로부터 관리자가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없다면, 관리자라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뻗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책을 통해서다. 이 책의 원제목은 “Behind Closed Doors”다. 즉 위대한 관리는 닫힌 문 뒤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는 뜻이다. 훌륭한 관리자는 상하관계를 떠나서 동료로서 정서적인 교감을 통해 팀원의 능력을 끌어낸다. 그러나 많은 관리자는 열린 문을 통해 권위의식을 드러낼 뿐, 닫힌 문 안에서 팀원에게 다가 가려고 하지 않았다. 이 책은 이 점에 착안하여 훌륭한 관리자가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서 팀원의 능력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팀원에게 어떻게 다가서는지 보여 준다.
지난 회사생활을 돌이켜 보면 관리보다는 개발 업무가 더 많았다. 개발을 주로 했을 때는 관리하면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경력이 쌓이면서 어쩔 수 없이 관리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일반인이 타고난 천성이 없는 경우 어떤 일에 익숙해지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어려움이 따른다. 처음으로 맡은 프로젝트 관리 업무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참으로 많은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리업무에 익숙해지면서 처음과 달리 관리업무가 매력적임을 깨닫게 되었다. 결과와 일정만을 다루는 관리처럼 손쉬운 관리도 없다. 그러나 진정한 관리의 매력은 고객과 팀원과 섞여서 동료로서 대화하고 사람들이 가진 잠재능력을 이끌어 내어 좋은 결과로 마무리 될 때다. 결국 인간이란 천상천하유아독존이 아닌 이상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그 의미를 찾기 때문이다.
바로 이 책이 이러한 위대한 관리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할 것이다.
역자 서문_정태중
관리란 뭘까요?
우리는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꼭 직장인이 아니라고 해도 누구나 일은 하죠. 그리고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일에서 더 나아지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저 시간만 지난다고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닙니다(진정으로 그 일에 관심과 정열을 쏟을 때에만 나아질 수 있죠). 그래서 자신의 일을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관리란 바꿔나가는 것이니까요.
또 우리는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팀으로서' 함께 힘을 합할 때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엄청나게 큰 건물을 짓는 일에서나, 머리가 부서지도록 복잡한 프로그램을 작성할 때나 동일하게 해당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혼자서 이런 일을 할 수는 없죠. 따라서, 팀의 역량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팀의 리더로서 관리자는 훌륭하게 관리를 수행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팀에서의 관리의 초점은 '사람'이죠. 일을 하는 사람도 사람이고 일의 목적도 사람을 위한 것이니까요. 이 책의 핵심도 팀에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책은 프로그램 개발 회사의 관리자를 독자로 하여 쓰여진 책입니다. 팀원들의 힘을 합쳐 보다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서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굳이 프로그램 개발의 일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일들에도 충분히 적용할 만한 내용들이죠.
중간 중간에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이야기를 구성해 놓았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관리자로서 어떻게 관리를 해야 좋은 관리인지 고민하시는 분들이나, 특히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관리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알고 싶으신 분들께서 읽으시면 실질적인 업무에서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 역자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