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카톨릭대학교와 연세대학교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아버지의 집」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는 가족일까』는 5년 만에 미국에서 엄마의 부고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온 동생으로 인해 방황하는 열일곱 살의 소녀가 가족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그려 낸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이다.
그 순간 동생의 낯선 얼굴이 떠올랐다. 동생의 얼굴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호빵처럼 부풀어 오른 허연 얼굴에 쿡 박힌 두 개의 작은 눈. 남자애 같지 않게 유독 붉은 입술. 어정쩡하게 커 버린 키. 비대해진 몸. 그렇게 동생이 왔다. 5년 동안 엄마를 독차지했던 녀석은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가지고 태평양을 건너왔다. 이제 나는 정말로 엄마가 없다. --- p.12
내가 준비한 스펙 안에는 반 아이들 몇 명과 찍은 사진도 있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사진을 보고 애들은 수군거렸다. 평소에 나는 표정이 없는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목적만 달성하면 됐다. 엄마에게 보여 줄 사진을 만드는 게 친구가 필요했던 또 하나의 이유였다. 나는 성적표와 상장과 사진들을 파란색 파일 안에 넣어 두었다. 이미 세 권째 파일이 거의 다 차 가고 있었다. --- p.32
무책임한 엄마 아빠가 모두 미웠다. 원망스러웠다. 화가 났다. 그리고 괴물로 변해 버린 동생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행복한 사람이 괴물로 변하지는 않을 테니까. 코끝이 찡했다.
열일곱 살 혜윤은 부모님이 이혼한 후 7년째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에서 엄마와 살던 동생이 몰라보게 뚱뚱해지고 낯설어진 모습으로 찾아오고, 돌아온 동생과 함께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언젠가는 엄마를 만나 ‘엄마 없이도 잘 살았다’고 보여 줄 증거들을 모으기 위해 모든 일상을 투자했던 혜윤은 삶의 의욕을 잃는다. 방황하는 혜윤에게 동생은 그저 거치적거리기만 한 존재였지만, 집에서는 소심하기 짝이 없는 행동만 하는 동생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때리고 문제를 일으키자 혜윤은 당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