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말을 생각해 보니 과연 그랬다. 같은 고등학교로 입학한 민재와 상훈이도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미국 공립학교로 1년간 교환학생을 떠났었다.
“사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1년간 다녀오는 게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거든. 미국에서 학교를 진학할거면 모를까,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진도 따라가는 게 매우 어렵지. 그렇다고 다시 고1 과정으로 들어가서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친구들과 공부하는 것도 어색할 테고.”
“하긴요. 그래도 1년간 있다 보면 영어 많이 늘어서 오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미국에 있는 거니까요.”
형은 이런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사실, 그게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편견 중 하나야. 영어 하나만큼은 확실히 늘어서 올 거라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사실 그렇지도 않아. 1년 안에 제대로 영어를 배워서 오는 경우는 20~30퍼센트쯤 될까?”
“네? 그거 밖에 안 된다고요?”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응. 지금 승민이가 외국 학교 가면, 외국인 친구들이랑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을까?”
“아니요. 엄청 버벅댈 거 같아요.”
“그렇지? 그런 상태에서 외국 친구랑 어울리기는 쉽지 않아.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있기 때문에 외롭기도 하고……그러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수순은…….”
“한국인 친구랑 노는 걸까요?”
“그렇지. 외국 나가서 한국인 친구랑 놀고, 한인 타운 가서 밥 먹고, 쇼핑하는 거지. 한국에 있을 때랑 별로 큰 차이가 안 나는 거야.” --- 「영어, 너에게 도전장을 던진다」 중에서
대학교 입학 후, 외국에서 오랜 기간을 살다온 친구에게 영어 공부의 비결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는 만화책을 많이 봤어. 이 방법이 진짜 효과가 있어.”
당시엔 영어 공부에 무슨 만화책이냐며 친구의 이야기를 그저 웃어 넘겼다. ‘영어를 잘 하려면 학원에 다녀야지.’라는 생각에 영어 회화 학원을 등록했지만, 지루하고 힘든 수업 때문에 3번만 나간 뒤 출석하지 않았다. 더불어 영어 학습 계획도 물거품처럼 사그라졌다.
그로부터 4년 뒤에 우연한 기회에 영어 동화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는 재미가 없어서 읽기가 싫었고, 소설책은 너무 어려웠다. 이 때 친구가 빌려준 만화책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영어 공부에 점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그제야 예전에 친구가 말한 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1. 영어 만화책의 장점 첫째, 반복해서 읽어도 지루하지 않다. 언어 학습의 기본적 원리는 끊임없는 반복이다. 재미있는 만화책은 3~4번을 읽어도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둘째, 글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림과 글을 함께 볼 수 있으므로 내용 이해가 빠르고, 내용이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글을 읽게 된다. 셋째,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대화를 접할 수 있다. 교과서나 일반 도서는 문어체를 따르는 것과는 달리, 만화책은 대부분 구어체를 사용한다. 따라서 일상생활 속 표현이나 대화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2. 영어 만화책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영어 만화책은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등 대형 서점 뿐 아니라 각종 온라인 서점에서 쉽게 주문할 수 있다. 가격은 일반 만화책의 2~3배에 달하므로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10~20번 정도로 만화책의 대사를 외울 정도까지 읽는다면 그다지 비싼 투자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경제적 부분이 부담이 되는 학생에게는 인터넷 무료 만화 사이트 원망가 (www.onemanga.com)를 추천한다. 『슬램덩크』등 고전 만화로부터 『나루토』, 『원피스』등 최신 버전까지 영어 만화를 무제한 무료로 볼 수 있다.
3. 어떤 만화책을 봐야 할까? 일반적으로 미국 만화 보다는 일본 만화의 영어 번역본을 추천한다. 미국 만화는 그림체나 글씨체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문화도 다른 면이 많아서 내용의 이해가 쉽지 않다. 글과 그림이 균형 있게 등장하고 재미가 있어 몰입하기 쉬운 만화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순정 만화 그림체를 좋아한다면 『노다메 칸타빌레』, 무난하면서도 재미있는 스토리를 원한다면 『슬램덩크』를 추천한다. 『짱구는 못말려(Crayon Shinchan)』는 일상적인 여러 대화가 많이 나오므로 구입 후 반복해서 읽기에 좋다. --- 「TIP 만화, 이제 영어로 접근하자」 중에서
나는 한동안 형을 졸랐지만 형은 독서 삼매경에 빠졌고, 나는 이내 지겨워져서 열차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두 량 정도를 지나치니 식당 칸이 나왔다. 메뉴를 유심히 둘러보던 누군가 나를 톡톡 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형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낯선 미국 아이가 서 있었고, 창가 쪽에선 비슷한 또래의 남녀 3명이 킥킥대며 웃고 있었다.
“Hey~. What brings you here(이봐~ 미국엔 왜 왔어)?”
난데없는 영어 질문에 나는 무척 당황했다.
“Don't you understand? What brings you here(내 말 안들려? 여기 왜 왔냐니까)?"
“I bring my pen and note(나는 내 펜이랑 노트를 가지고 오고 있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 아이는 나를 보며 웃기 시작했다.
“What? I mean, why have you come to the United States(뭐? 내 말은, 미국에 왜 왔냐고)?"
“Ah~ for travel(아~ 여행으로 왔지)."
“So, are you excited about your trip(그래서, 좋아)?"
“Yes, I am exciting(응. 나는 신나는 사람이야)."
나의 말에 그 아이들은 다시 또 크게 웃었고, 나는 기분이 매우 불쾌해졌다. 뭐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식당칸 내에 다른 승객들도 의식이 되고, 낯선 미국이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저 씩씩대며 자리로 돌아왔다.
“형. 완전 짜증나요. 나쁜 놈들.”
형은 나의 표정을 본 뒤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민아, 무슨 일이야?”
나는 형에게 자초지종을 말했고, 형은 나의 이야기를 들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많이 안 좋았겠구나.”
“네. 한 대 때려주고 싶었어요.”
“아휴……진짜 잘 참았다. 안 그랬으면 지금쯤 경찰서 어디에 들어가 있었을지도 몰라.”
“샤샤가 저한테 일부러 좋은 말만 해 준 것 같아요. 저 영어 잘 한다고 해서 한껏 신나있었는데, 아이들 앞에서 제대로 이야기도 못하고 망신만 당했잖아요.”
“그렇기보다는 승민이가 영어식 표현을 잘 몰라서 당황했던 것 같아. 아까 그 친구들이 'What brings you here?'라고 물었다고 했지? 다시 한 번 천천히 해석해 볼래?” --- 「열린 마음이 영어의 시작이야」 중에서
‘드디어 고대하던 하버드 대학으로 들어가는구나.’
설레는 마음에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이 모습을 창민형이 봤는지 나를 보며 크게 웃었다.
“떨리지? 하긴, 형도 처음 올 때 그랬다. 하버드와의 첫 만남이 얼마나 좋던지.”
창민 형도 입학했을 때의 추억을 되새기는 듯 했다.
“자, 여기가 그 유명한 하버드 대학교의 정문이다.”
창민 형은 자그마한 철문 앞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여기가 정문이라고요? 뭐, 이렇게 초라해요?”
하늘 높이 부풀어 오르던 설렘이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서울대 정문이 훨씬 더 크고 멋있어요.”
내가 볼멘소리로 말하자 창민형이 웃으며 말했다.
“설마, 정문만 보고 하버드를 평가하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할 테니 형을 잘 따라오렴. 일단 이 정문만 지나도 색 다른 풍경이 펼쳐질걸?”
형은 자신만만한 태도로 우리를 이끌었다. 과연 그랬다. 소박한 정문을 지나자마자 푸른 잔디밭과 높게 늘어선 나무들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 것이다. 영화 속에서 자주 보던 그 모습이었다.
“우와, 멋있다.”
나는 신이 나서 잔디밭의 나무 사이를 뛰어다녔고, 병훈 형은 카메라를 들고 연신 셔터를 눌렀다.
“여기는 정말 대학다운 느낌이 나는데요? 아담하면서도 전통과 학문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거 뭐, 서울대랑 너무 비교돼요.”
“그렇지? 여기는 차분히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니까. 한국의 역동성이 그립기도 하지만 학문에 정진하며 사색하기엔 여기가 훨씬 좋지. 병훈아, 승민이만 보낼 생각하지 말고 너도 하버드로 오렴.”
“붙여만 주면 당근 오고 싶지요.”
병훈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있는 곳이 하버드 야드고, 이 근방이 하버드 메인 캠퍼스야.”
“아? 아까 버스타고 올 때 강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던데요? 커다란 운동장도 봤고요.”
“하버드 스타디움을 봤나 보구나. 그 근방이 형의 주된 생활 무대야. 여기는 주로 학부 대학들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올 일이 별로 없었어. 곧 둘러보겠지만 이 잔디밭 북쪽에 법학대학원이 있고, 중앙 도서관과 학부 기숙사들이 있어."
“형은 이제 하버드 학생다운 포스가 팍팍 풍기는데요? 왠지 달라 보여요.”
“그럼. 형이 학교에 낸 학비가 얼만데, 그런 거라도 생겨야지.”
나는 하버드 야드를 둘러싼 붉은 벽돌 건물, 그리고 건물들을 감싸고 있는 담쟁이덩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어느 풍경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고, 내가 중요한 역사 현장에 있는 느낌을 받았다.
--- 「하버드의 경이로운 분위기와 만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