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설가. 기이한 소재와 동화 같은 줄거리로써 시적 환상을 자아내며, 주인공의 심리를 상징성이 풍부한 언어로 묘사하면서 인간성의 본질을 추구하는 작품을 주로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동물원에 들어간 남자 A Man in the Zoo], [선원의 귀향 The Sailor’s Return], [메뚜기의 내습 The Grasshoppers Come], 그리고 자서전인[숲의 꽃 The Flowers of the Forest] 등이 있다. 첫 작품인[여우가 된 부인 Lady into Fox]으로 제임스 테트 블랙 기념상과 호손든상을 수상했다.
역자 : 이지은
?어릴 적엔 국문학자를 꿈꿨으나 대학에서 영어영문을 전공했다. 지금은 영미권과 일본어권의 도서를 두루 소개하는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음악으로 행복하라] (공역), [자신을 브랜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자기야, 당신이 여우로 변한 뒤로 당신과 단 둘이서만 지내는 나를 불쌍히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당신이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는 한 이곳을 온 세상과도 바꾸지 않겠어. 비록 당신이 여우가 되었다 해도 다른 여자가 아니라 당신과 살고 싶어. 맹세컨대, 당신이 또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고 해도 마찬가지야.” --- p.26
테브릭 씨는 말없이 얼마 동안 창밖을 바라보고 나서, 수첩을 꺼냈다. 그 속에는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찍어 놓은 아내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지금 그 낯익은 얼굴을 눈여겨보고 또 보다가, 이제 그는 고개를 들어 자기 앞에 있는 짐승을 쳐다보았다. 이번에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테브릭 씨가 그다지 유머 있는 사람은 아니었으므로, 자기 아내의 변신을 두고 처음이자 마지막인 웃음이었다. 이 웃음은 그에게 언짢고 괴로운 것이었다. 그는 그 사진을 갈기갈기 찢은 뒤, 창밖으로 내던지며,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추억이 내게 무슨 소용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