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언니와 ‘나’를 낳은 직후 죽은 어머니,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에 사고로 죽은 쌍둥이 언니, 그리고 집을 나간 아버지가 죽은 이후 홀로 남은(그전에도 혼자였지만) ‘나’는 우연히 기차칸에서 만난 이들과 보물을 찾아 산을 오르고, 산에서 내려온 후엔 ‘함께’ 만두가게를 차린다.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
시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며 번 돈으로 여동생을 시집보내고, 남동생을 유학 보내고 혼자 남은 남자의 집에 정작 자신의 물건은 없다. 그는 애당초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물건들을 ‘이야기를 갖고 있는 물건’이어야만 팔 수 있는 중고품 가게 ‘숨쉬는 물건들’에 판다. 그리고 그곳 ‘숨쉬는 물건들’의 매장에서 그는 “자신의 가슴을 들여다보”고 깨닫는다. “지난 삼십 년 동안 자신이 얼마나 외로웠었는지.”
이제 그는 ‘숨쉬는 물건들’에서 노부부의 추억이 담긴 장롱과 텔레비전을 사고, 마술도구를 사선 위층 여자에게 선물한다. 그리고 시청 광장의 매점 여자에게 말을 건넨다. 하늘이 아주 좋네요.
---「누군가 문을 두드리다」
사장의 외아들인 P가 사라진 후, 더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 그에게 문자메시지로 자신의 하루를 이야기하던 ‘그녀’는 그의 시체가 발견되고 난 후(그의 죽음엔 어떠한 이유도 발견되지 않는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봉자네 분식집’으로 향한다. 우연히 알게 된 초등학교 동창 친구. 지금은 없는 아이 ‘봉자’의 이름을 딴 ‘봉자네 분식집’은 이제 ‘봉자네 백반집’으로 이름을 바꾸고, 그곳에서 그녀는 손님들의 구부정한 등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봉자네 분식집」
서로가 서로에게 또다른 자신이던 W와 O, H, K는 고등학교 동창생. W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남은 세 사람의 삶도 조금씩 변한다. O는 칠 년 이상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고, 먹지 않던 생선을 먹게 되었으며, 자도 자도 부족하던 잠이 사라져버린다. 재택 집배원인 H는 혼잣말이 늘어났고, 다른 사람의 슬픔을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느끼는 K는 결국 요양원으로 들어간다. 세 사람의 삶을 놓지 않는 건 그러나 W가 아니라, 세 사람 자신이다. 세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 그랬듯 서로의 손을 붙잡고, 인사한다. 잘 가, 또 보자.
---「잘 가, 또 보자」
밤마다 버려진 세금 고지서가 전하는 이야기들을 듣고, 그 사연들을 불태우는 ‘그’와 누군지도 모르는 그를 기다리는 ‘그녀’는 함께 자전거를 타고,(「거기, 당신?」) 198쪽에 남겨놓았다는 여자친구의 마음을 찾아 서가의 책을 뒤지는 ‘갈매기’와 친구가 된 도서관 사서 ‘그녀’는 그와 함께 책을 찾고 우동을 먹고, 그가 사라진 후에는 다른 이들의 손을 (사진)찍기 시작한다.
---「그 남자의 책」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