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폐경기 때에 가장 깊은 열망을 갖는다고 한다. 남편이 있는 여성은 외도를, 혼자 사는 여성은 연애를, 그것은 자기 몸속의 난자, 그러니까 그 아기 씨앗이 영구히 사라지게 된다는 데 대한 일종의 강박관념이 만들어 내는 현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상대에게 내 열병을 표출한 덕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단 말이에요.'
내가 징징대가 내가 존경하는 그 의사님이 말했다.
'병 되는 것보단 낫네 뭐.'
차리라 병이 되어 혼자 알았으면 백배나 더 나을 뻔했던 사건이었다.
'그러면 폐경기의 혼란을 겪고 난 후 여성에겐 다시는 연애할 생각이 없어지나요?'
'갈망은 남아 있어요. 다만 그 불길에 자신이 데일 만큼 뜨겁지야 않겠지. 죽으 때까지 은근하게 남아 있는, 그런 사람이 정상이오.'
다행이다. 이젠 용암처럼 끓어 넘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 용암줄기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 또한 없을 것이다.
--- pp.156-157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그러니까 내가 중3 때 성인 잡지 펜팔란에서 말이다 서울 문래동에 사는 고1짜리, 나만큼 되바라진 한 남학생의 주소를 발견했지. 그리고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는데 언제부턴가 그 남하생이 사랑을 고백하는 거라. 까짓 것 나도 고백했지 뭐. 당시에 본 사랑 영화며 잡지, 소설책에서 읽은 표현들을 바꾸지도 않고 그대로 써댄 거야. 완전 표절범이지 뭐. 달이 밝으면 그대가 생각난다 정도는 양반이고 입가로 스쳐 가는 바람 줄기도 그대의 훈기 같다는 등, 별의별 소릴 다했던 거다.
뭐? 상대의 얼굴도 보지 않고 어떻게 그런 감정이 생겼느냐고? 무슨 소리니. 사진들은 진작에 교환했는데, 사진 보니까 그 남학생 정말 잘생겼더라. 그렇게 멋지게 찍히기 위해 집에서 거울 보고 오래 연습한 것 같더라니까. 홀딱 반했지 뭐. 나 역시 사진에 잘 나오기 위해 별 포즈를 다 잡아봤는데 그건 까마득히 잊고 그 남학생만 정말 잘생겼다고 생각한 거지.
---p. 108
내가 아직도 이혼 찬양자가 되지 못하는 것은 영국에서 본 결손가정의 아이들 때문이다. 텔레비젼에 나온 그 청소년들은 부모의 잦은 이혼에 모두가 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누구하나 밝은 얼굴을 가진 아이가 없었다. 이혼이 일상화되었다는 서구 아이들도 감성이 퍼렇게 멍이 들어 이혼할 걸 외 우리는 낳았느냐고 항변했다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끌고 다니려면 차라리 우리를 따로 살게 해달라는 아이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엄마는 아빠한테 자길 떠넘기고 아빠는 또 엄마에게 떠넘긴다. 우리가 공깃돌이냐'고 울부짖기도 했다.
그래 아이란 그저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 아이한테 최소한의 예우를 지켜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우리는 어떤 결정이라도 내려야 한다. 카톨릭에서도 말하지 않는가 예수보다 마리아를 더 섬기는 이유는 여성에겐 종교보다 숭고한 신앙심이 깃들여져 있기 때문이라고 . 아이를 낳는 모든 여성들도 다 그러하다고...
--- p.259